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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진실된, DJ 고아성이 말하는 배우 고아성

MBC <라디오 북클럽 고아성입니다>를 진행한 지 어언 1년. 고아성은 매주 시인, 소설가, 번역가를 만나 책에 관해 묻고 답하는 동안 자주 복기한다. 카메라 앞에서 배우로 존재해온 순간들을. 그렇게 촬영 현장에서 한발 멀어져 있을 때 더 선명해진 언어로, DJ 고아성은 독자 고아성의 머릿속을 넘어 배우 고아성의 마음속까지 우리에게 꺼내 보이는 중이다.

<한국이 싫어서>

2025.4.13. 박준 시인 초대석

“자아를 가장 평시(平時)에 둬야 연기가 잘 나와요. 그때 표현이 제일 잘되고. 내가 너무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또는 조증에 가까운 행복감에 젖어 있다면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2025.4.20. 황인찬 시인 초대석

“황인찬 시인의 시를 읽고 연기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요.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 ‘이 자리’에 서 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시 속 날씨도 느껴지는 것 같고, 공기가 어떤지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연기를 할 때 관객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으니, 저는 매개체이니, 제가 최대한 현장의 날씨와 공기와 그 밖의 모든 것을 느끼고 있어야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그걸 다 알 수 있겠다, 이런 배움이 있었어요.”

2025.7.20. 황석희 번역가 초대석

“제가 최근에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영국 국적의 감독님과 일을 했어요. 인터내셔널 프로젝트는 몇번 해봤지만, 영어로만 소통해야 하는 감독님과의 작업은 처음이었어요. 전 좀 걱정을 했어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오역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죠. 그런데 더 편한 거 있죠? 영어가 제게 너무 편한 언어가 아니어서 그런지, 뭐랄까, 돌려 듣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말을 직접적으로 듣다 보니까 한국 감독님과 일할 때보다 덜 상처받고요. 제2의 언어로는 좀더 생각하고 말하고, 생각 없이 듣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5.9.28. 윤덕원 작가 초대석

“내가 갖고 있는 그릇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한 것 같다는 생각, 저도 한 20여년 했어요.”

2025.12.21. 심보선 시인 초대석

“연기를 쉬다가 다시 촬영장에 가기까지 보통 1, 2년 정도의 텀이 있거든요. 카메라 앞에 서기 전날 그런 생각을 해요. ‘어떻게 하지? 다 까먹은 것 같은데….’ 근데 또 막상 카메라 앞에 가면 나도 모르겠는 관성대로 나오는 게 있거든요. 이걸 믿는 게 안전한 건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최근에 고민하고 있던 차예요.”

2026.3.1. 조민호 감독 초대석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떠나보내면서 남겼던 메모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연기에 대한 평가 중 어떤 것은 나를 뿌듯하게 혹은 땅끝까지 낙담하게 만들 만큼 제각각이다. 하지만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는 그것들이 영향을 줄 수 없는 나만의 견고한 영역이 존재한다. 슛 돌아가는 와중에 빛나던 배우들의 얼굴. 깜깜한 어둠 속에 오롯이 유관순 열사님과 나만이 자리하던 순간.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아주 진실된 바닥과 마주하기까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조민호 감독님은 겁나는 것에 기꺼이 뛰어드는 낙천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낙천성은 종종 내가 나약해질 때마다 빛을 발하는 가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