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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사랑의 힘>

박서련 지음 문학동네 펴냄

사랑을 하면 힘이 생긴다. 너 요즘 예뻐진 것 같아, 라고 느닷없이 주변 사람들이 얘기할 때에는 높은 확률로 연애 중이거나 짝사랑이라도 하고 있을 때였다. 상대가 나로부터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귀가 그쪽으로 쫑긋 세워져 청력이 무시 못하게 좋아진다거나, 그의 입모양만 보고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볼 수도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없던 초능력이 생긴다거나 하는 식은 아니었고 온전히 감각이 하염없이 발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진짜로 사랑에 빠져 신체 기능이나 지능이 발달하게 된다면 어떨까. 박서련의 연작소설 <사랑의 힘>은 바로 그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인류에 사랑의 미생물 ‘로로마’가 발생해 사랑을 한 사람들은 로로마로 인해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사람마다 그 능력은 제각각이라 어떤 사람은 머리가 좋아져 수능이 몇 등급 상승해 원하던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후각이 예민해져 냄새에 민감해지기도 한다. 점프력이 좋아져 농구를 할 때 인기가 좋아지기도 하고, 아무리 술을 마셔도 잘 취하지 않아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아, 간이 좋아졌구나’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기왕이면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이 생기거나 하다 못해 지능이라도 올라가면 좋겠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예측하지 못하듯 로로마로 인한 능력은 선택을 할 수 없다. <사랑의 힘>에서 사실 로로마는 이 소설집을 다른 소설들과 분리시키는 매우 중요한 소재이면서도 맥거핀이기도 하다. 로로마로 인해 인물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기능이 발달하는지보다 결국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로 인해 얻거나 잃는 것,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종일 그 사람만 떠올리는 나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간 해왔던 대부분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자신을 스스로 절제할 수 없고, 충동적으로 변하는 것이 싫어서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인물도 결국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내 세계의 중심은 너로 재편되어버렸는데, 왜 너에게 나는 그토록 미미한 존재인 거니, 죽이고 싶었다가 보고 싶었다가 그래도 네가 너라는 게 고마웠다가… 자기혐오에 빠졌다가 역시 살아서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게 행복했다가… 아, 정말이지 이 로로마라는 녀석은 쉽게도 인간을 정복해버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로로마는 역시 중요하지 않지만 말이다. 사랑이 문제다 사랑이. 역시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은 남의 연애다.

눈 아래 질끈 감은 눈꺼풀 속에서 작은 섬광들이 팡팡 터져서 눈으로 파핑 캔디를 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무 설레면 짜증이 날 수도 있구나. 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