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어른 김장하>(2023)에서 김현지 감독이 영화로 증명했던 것은 인간만이 지니고 베풀 수 있는 고귀함이었다. 감독의 신작 <남태령>은 2024년 12월3일 내란 이후 광장으로 집결한 사람들, 그중 2024년 12월21일 동짓날 밤 남태령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향했던 전봉준투쟁단이 경찰과 대치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긴박한 순간들을 다룬다. 농민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연대를 견인하는 이들은 20~30대 여성들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간 남태령의 그날 밤은 민주주의에 대해 잠들어 있던 사람들의 의식을 깨웠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분열과 혐오로 얼룩지다 못해 끝내 예외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에서 겪어온 차별과 소외를 고백한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방한용품과 음식을 공유하며 가장 긴 동지의 밤에 서로의 목소리와 체온을 나누며 부대낀 이들이 열망한 것은 새로운 날의 아침이다. 계엄으로 시작한 영화는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평범하고 맑은 얼굴들을 화면 안으로 불러들인다. 김현지 감독은 겨울밤 광장에서 인간의 고귀함을 다시 길어올린다.
[리뷰] 겨울밤 광장에서 인간의 고귀함을 다시 길어올린다, <남태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