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방선거 이튿날, 정치경제학자 정태인씨는 <경향신문>칼럼에서 “마포구 오진아, 구미시 김수민, 관악구 나경채 의원”의 낙선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 이후에도 저들 모두 다시 공직에서 활동하지 못했다. 저들과 비슷한 성향의 지방의원은 소수정당뿐 아니라 거대정당이나 무소속에도 있었으나, 그들도 차례차례 자리에서 내려왔다. 의회 재입성에 도전하는 이들도 줄었고, 이들과 비슷한 성향의 새 도전자도 줄었다. 한 시대가 남몰래 끝나가고 있었다.
전 울진군의원이자 경북도의원에 두번 도전했던 장시원씨도 지난 4월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인사’까지 다녔다. 불출마가 더 큰 뉴스였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몇몇 공통점이 있다. 2010년 무소속으로 기초의원이 된 ‘동기’다. 경북에서 나고 자랐고 대학은 서울에서 다녔다. 지긋지긋했다는 고향을 떠나 그는 신나게 예대 극작과를 다녔다(그때 어울린 사람들 가운데는 ‘연극과 해진이 형’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졸업 후 귀향했다. 방송작가, 여행사 대표로 활동했다. 한 차례 낙선을 거쳐 군의원이 되었고, 3선을 하면서 의장까지 지냈다. 변함없이 생태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의원으로서 말이다. 그가 2022년 경북도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 나는 울진 장터에서 지원 연설을 했다. 큰 도움이 될 거라 착각하지는 않았다. 알리고 싶은 게 있었을 뿐이다. “지금 전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거가 이 선거입니다. 여러분들이 장 후보를 3선 군의원으로 만든 결과입니다.” 그는 약 38%의 득표율을 올렸다. 2년 뒤 보궐선거에서는 1.5%포인트 차이로 졌다. 이번에는 될 거라 믿었는데 불출마라니. 독주 같은 아쉬움을 삼켰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도 질긴 매력을 보여주는 동지들이 있다. 장시원과 여러모로 흡사한 출마자도 있다. 내가 보기에 그 후보는 힘겨운 구도에 처해 있다. 바깥 사람 관점에서 보자면 패색이 짙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활동’이 (동네에서나마) ‘구도’를 뚫을 수 있다는 징표가 될지 모른다. 한편 내가 사는 동네에는 내가 좋아하는 활동가가 출마했다. 다른 지역에서 살다 이 동네로 이사온 것이다. 이렇게 새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는데, 장시원이 울진에서 다시 출마하는 건 그리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 그는 쉬면서 더 질겨질 것이고, 주민들은 그를 더 오래, 더 크게 써먹을 것이다.
내가 아는 ‘빠른 놈 위에 질긴 놈’은 영화판에도 있다. 5월14일 <남태령> 시사회에 갔다. <어른 김장하>를 연출했던 김현지 PD와는 MBC경남에서 프로그램 <소수의견>을 함께했었다. 초청을 받고 궁금했다. 어른 김장하는 경남 사람이지만 남태령은 서울과 과천 사이에 있다. 그가 서울 사람도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을 리 없다. 남태령에서 ‘지역’은 무엇이었을까. 경남 지역 관련자를 인터뷰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까. 역시 김현지였다. ‘지역’을 고리로 ‘농사’, ‘여성’, ‘소수자’, ‘노동’을 꿰어냈다. 주류적 서사에 밀려 부속품으로 취급당할 뻔한 존재와 가치들이다. 사실 돌아보면 그가 <소수의견>을 연출할 때도 늘 해냈던 일이다. 결국 내란 사태를 다룬 영화 가운데 가장 길이 남을 작품은 ‘지역’에서 나왔다. 폭우와 해일 속에서도, 거북이 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