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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길 위에서 발견한 진실 - 프란체스코 소사이의 신작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

이탈리아 뉴웨이브의 새로운 기수, 프란체스코 소사이 감독이 이번에는 평원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남자들의 뒷모습을 비춘다.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는 소사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두 번째 장편영화로, 2026년 이탈리아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다.

이 작품의 원제는 ‘평원의 도시들’(Le città di pianura)이고, 제목이 가리키는 평원은 베네토다. 베네토는 리스본에서 트레비소, 부다페스트를 잇는 거대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파괴 위기에 처해 있다. 50대 한량 카를로비안키와 도리아노는 삶의 방향을 잃은 채 매일 밤 마지막 딱 한잔을 찾아 바를 전전한다. 과거에 취해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인생 철학은 단순하다. 달팽이 요리와 폴렌타를 배불리 먹고, 와인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워내는 것. 이 기묘한 콤비의 여정에 나폴리 출신의 소심한 건축학도 줄리오가 합류하며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세 남자는 구글 지도의 안내를 거부하고 종이 위에 직접 길을 그려가며 현대사회의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낡은 빌라와 황량한 공업단지, 한적한 시골 바를 부유하는 세 남자의 모습은 그 자체로 방황하는 영혼을 시각적으로 은유한다.

영화는 어떤 거창한 목적지에 도달하려 애쓰지 않는다. 쇼츠처럼 빠른 편집 대신, 정적인 장면을 과묵하게 쌓아올리며 에너지를 축적한다. 대책 없는 어른들의 황당한 조언과 만취 소동 속에서 청년 줄리오는 자신의 미래와 사랑을 다시 정의한다. 결국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는 상상의 풍경을 빌려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묻는다. 광란적인 출세 지향의 세상 밖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길 위에서 비밀스러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낙오자들의 기록이 아니라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려는 이들을 위한, 쓸쓸하지만 다정한 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