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정세랑 지음 마음산책 펴냄
<세부 속으로> - 리디아 데이비스 지음 서제인 옮김 에트르 펴냄
소설가가 쓰는 글쓰기 책은 특별한 데가 있다. 많은 경우 그들은 글쓰기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조심스럽게 에두르며, 다른 작가의 말을 인용하는 일이 많다. 마지막으로는, 읽는 이에게 용기를 북돋우고자 한다.
정세랑의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는 작가가 세상을 읽는 법을 섬세하게 다룬다. 독자는 작가에게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화 상대인데, 수상할 정도로 양말 선물을 많이 받게 된 이유라든가 독자를 울리는 일이 잦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독자가 느끼는 지고의 기쁨과 관련되어 있다. 작가와 독자의 연결감은 연결되지 않았다는 데서 온다. 관련해서 ‘집필 외 활동은 얼마만큼 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빼놓을 수 없다. SNS나 대면 행사 등에 대한 고민은 단언컨대 그 둘을 아무리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에게라도 태산 같은 고민거리. “쓰는 사람들은 쓰는 일에 매진해도 좋다. 노출을 줄이고 적막한 곳에 있어도 좋다.” 이에 더해 ‘인용은 결코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글 역시 흥미롭다. 출처와 맥락이 없이 문장 단위로 함부로 오기되곤 하는 인용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21세기 작가의 고민이다.
리디아 데이비스의 <세부 속으로>는 중편소설 분량의 한 꼭지의 글로 된 책이다. ‘나는 왜 쓰는가’를 말하기 위해 거의 광적으로 혹은 편집증적으로 다른 작가들의 사례를 끌어붙이는 책인데, 그게 리디아 데이비스답고 또 아름답다. 예를 들어 크누트 함순은 이 책에서 여러 번 만나게 되는 작가 중 하나인데, 그가 쓴 덧신 장화에 대한 글을 아주 간단하게만 소개한 뒤 “이제 그가 그 글을 쓴 지 거의 80년이 되었다. 페이지 위에서 그는 열심히 걱정하고 있고, 나는 책을 읽으며 어떤 관심사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따라간다”. 쓴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그 관심사는 작가 자신에게조차 오래전 지나간 일이 되었는데도 페이지 위에서는 영원히 긴급한 상태 그대로다. 게다가 크누트 함순은 그가 쓴 책뿐이 아니라 나치 부역자였다는 고발과 재판, 판결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잔뜩인 작가다. 과거도 현재도 어쩔 수 없이 글에 끼어든다. 함순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리디아 데이비스는 자신의 이야기로 화제를 이어간다. 겉으로 보이는 연결이 아니라 연결처럼 보이지 않는 수많은 화학작용들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