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가족을 상대하는 방법은 선택할 수 있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의 장편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바로 그 지점을 반추한다. 감독은 누나 후지노 마사코에게 조현병이 발병한 이후의 집안 환경을 돌이킨다. 질환의 원인과 배경을 추적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것이 애초에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듯 선언하며 시작한다. “이 영상은 누나가 조현병이 된 이유를 밝히려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조현병이 어떤 병인지를 설명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발단은 이렇다. 1983년, 4년간의 입시를 거쳐 의대생이 된 마사코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누워 있던 중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이에 놀란 도모아키와 어머니는 구급차를 부른다. 아버지는 딸을 제자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보내지만, 다음날 바로 데리고 온다. 의사로부터 마사코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도모아키는 납득하기 힘들었으나 “정신과에 다녀왔다는 사실 자체가 누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부모의 말에 함구한다. 도모아키는 대학 입학 후 만난 교내 상담사에게도 도움을 구하나 부모는 마뜩잖은 핑계로 이를 거절한다. 악순환은 10년간 반복된다. 1992년, 더는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도모아키는 집을 떠나 독립하는 대신 틈나는 대로 가족의 상태를 녹음한다. 그리고 2001년, 사회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영화학교에 진학한 도모아키는 변화를 염원하며 누나와 부모를 촬영하기 시작한다.그로부터 누적된 20여년간의 기록에 토대를 둔 이 작품은 관객을 착잡하게 만든다. 스크린 속 상황은 이미 종료되었다. 세상을 떠난 인물도 있다. 영화가 완성된 현재로서는 사태를 곱씹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다 보면 가정만 늘어난다. 갈등에 지혜롭게 대처했다면, 반목을 무릅쓰고 용기를 냈다면, 조금만 다른 식으로 접근했다면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았을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은 소리내어 묻지 않는다. 순간순간 어긋난 파편들을 시간순으로 배치해볼 뿐이다. 그 안에는 자신조차 어쩔 줄 모르고 관성에 휩쓸린 흔적도 남아 있다. 지독한 후회의 제스처인 동시에 얼마간 무력해 보이는 이 창작물은 때늦은 목격자가 되었을 때의 죄책감마저 객석으로 공유한다.
그 작법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다. 이 영화에서 마사코는 불가해한 대상으로만 남아 있다. 그의 기행은 나열될 뿐 이해받지 못한다. 그가 왜 그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추측하고 포용하는 존재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은 전문가의 감수를 받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가족 내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는 영화의 일관적인 톤을 뒷받침해 강한 여운을 남기는 한편 사안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일부 차단하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제18회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 초청받은 뒤 2024년 일본에서 개봉했고, 단 4개관에서 전국 100개관 이상으로 상영관을 확대해 장기 흥행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CLOSE-UP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과 영상공방 조시마를 설립한 뒤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촬영과편집을 함께한 아사노 유미코 또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의 단독 연출작 <유호, 노 보더>는 지난 5월 일본에서 개봉했다. 주인공은 중증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을위한 동료상담과 사회운동에 힘써온 아사카 유호. 후지노 도모아키가 프로듀서로도참여한 이 작품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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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스러져 있는, 집을 떠날 수 없는, 그래서 집에서 삶을 마감하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관객으로서 윤리적 시험대에 오르는 듯한 경험을 <미세스 팡>도 선사한다. 회복의 가망 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알츠하이머 환자 팡 부인과 그 곁에 모여든 일가친지를 촬영한 왕빙 감독은 긴 얼굴 클로즈업숏과 빈번한 강가 낚시 신으로 임종이 임박한 순간의 정중동을 길어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