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 수진의 역할은 돌연변이 ‘오메가’를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다. 호기심, 혐오 등의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수진은 오메가를 뒤쫓는다. 그러던 중 실내 낚시터에서 일하는 미아(연예지)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아역으로 활동해온 배우 김푸름은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스타>에서 최연소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으며 준우승에 올랐다.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얻은 뒤 단편 <굿>을 촬영하다 박세영 감독과 연이 닿았다. 촬영감독으로 <굿>에 합류한 박세영 감독이 김푸름 배우를 눈여겨봤고, 그에게 <지느러미> 출연을 제안한 것이다.
“초자연적 현상이나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관심이 많다. 괴담도 즐겨 본다. <지느러미> 시나리오는 그런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고, 꼭 이 작품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수진이 공무원이기에 오메가 역의 배우들처럼 특수분장을 할 일은 없었지만 곁에서 특수분장 과정을 지켜보며 무척 신기했다고. “대신 물을 극도로 아끼는 세계관 설정이라 계속 얼굴에 무언가 묻은 듯한 분장을 했고, 감독님이 가져오신 오징어 먹물로 치아까지 까맣게 물든 것처럼 연출했다. 나 혼자였다면 민망할 수도 있었지만 모든 배우가 똑같이 그러고 있어 괜찮았다. (웃음)”
종종 어리바리해 보이지만, 그런 수진을 두고 김푸름 배우는 “신념을 지닌 짐승과 같은 친구”라고 설명한다. “아직 아는 게 많진 않아도 자기 자신과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극의 초반부, 공무원에게 학대받는 오메가를 보며 측은지심을 느끼는데, 사실 수진은 그들이 자신보다 약자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다. 역으로 오메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위압감을 느끼자 곧바로 그들을 적대시한다. 편을 갈라 우위를 점하려는 행동은 짐승의 본능에 가깝고, 나는 수진이 철저히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지느러미>에는 수진과 미아의 얼굴이 교차되는 장면이 두번 등장한다. “낚시터에서 수진이 미아를 만났을 때, 또 한번은 수진을 비롯한 공무원들과 미아가 대적했을 때다. 상황과 감정은 다르지만 두 장면이 서로 조응하듯 작품에 등장해 무척 마음에 든다.” 두 번째 장면에서 동료 공무원들을 대동하고 미아와 마주했을 때 수진은 “기괴한 미소”를 짓는다. “마침내 널 찾았다, 내가 이겼다는 걸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웃음이다. 맹수같이 섬뜩한 표정을 짓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 웃음이 아주 좋았다고 칭찬해주셨다.” 수진의 대사가 많진 않았지만 그 덕에 “말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를 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김푸름 배우는 말한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김푸름 배우는 음악의 재미를 알게 됐다. “처음 작곡을 시작하게 된 건 내가 배우의 길을 계속 걷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친구들 중 연기를 그만두고 학업에 정진하거나 스포츠 선수나 아이돌같이 완전히 다른 분야로 가버린 경우가 많았다. 경쟁을 통해 배역을 따내야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걸 할 수 없는 배우라는 직업이 힘들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내 무대를 내가 직접 연출하고 싶어 시작한 게 작곡이다.” 훨씬 오래 해온 연기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상황이 얼떨떨했지만 김푸름 배우에게 큰 동력이 되기도 했다. “<청춘스타>의 심사위원들이 연기하듯 노래한다고, 고음이나 기교 없이도 노래가 매력적인 이유는 감정 때문일 것이라고 해준 말씀들이 감동적이었다.”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는 김푸름 배우는 여전히 말하듯 노래하길 좋아한다.
“가을엔 감사하게도 예정된 공연이 많다. 앞으로도 여러 무대에 서면서 딥한 록 사운드, 일레트로닉을 공부해보려고 한다. 이것저것 새롭게 만들고 배우는 과정이 재밌다. 내겐 연기와 음악이 중요한 무기와 다름없어서 연기하다 틈이 생기면 음악 하고, 또 좋은 작품을 만나면 연기에 집중하며 지내고 싶다. 4년 전 촬영을 마치고 한동안 <지느러미>를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불쑥 내 삶에 다시 나타났다. 안 입던 청바지 주머니에서 5만원짜리 지폐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웃음) <씨네21>과 인터뷰하는 게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지느러미>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기쁘다. 여러 개봉작 사이에서 <지느러미>를 택한 관객들의 평이 궁금하다. 호평도 혹평도 좋으니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면 좋겠다.” 시사회가 끝난 후, “김푸름 배우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작이 될 것 같다”라는 피드백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그는 말한다. “가장 오랜 기간 참여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작품이다. <지느러미>만큼은 날것의 내가 드러나도 뿌듯했다. 만족감이 크고 애정이 많이 가는 영화다.”
FILMOGRAPHY
영화
2025 <지느러미>
2023 <생명의 은인>
2019 <니나 내나>
2015 <오빠생각>
드라마
2022 <돼지의 왕>
2018 <슈츠> <라디오 로맨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