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사고를 겪은 뒤 귀신을 보게 된 강여리(손예진)와 그런 그와 얽히는 마술사 마조구(이민기).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영화 <오싹한 연애>가 개봉한 2011년에는 꽤 실험적인 설정이었다. 그 영화가 15년 만인 2026년, 12부작 드라마로 돌아왔다. 기본 골격만 남긴 채 인물부터 서사 방식까지 새로 구성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인물 구성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평범했지만, 드라마의 천여리(박은빈)는 다 가진 듯 보이나 누구의 손도 잡을 수 없는 외로운 재벌 상속자로, 여리와 얽히는 마강욱(양세종)은 정의로운 검사로 신분 상승을 했다. 두 사람은 공조해 귀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하나씩 풀어간다. 캐릭터도 바뀌었다. 영화의 여리가 고립과 죄책감을 안고 수동적으로 귀신에게 붙들려 있었다면, 드라마의 여리는 귀신들의 사연을 직접 듣고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한다. 귀신의 역할도 바뀌었다. 영화에서 귀신은 여리의 죄책감과 고립감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았다면, 드라마에서 귀신은 매회 새롭게 등장해 문제 해결을 원하는 의뢰인에 가깝다. 그에 맞게 소외와 고립을 응시하던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한다. 이런 변화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매체가 다르며, 12화에 맞는 복잡한 서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컬트와 사건 해결을 결합한 서사가 부쩍 늘어난 2026년, <오싹한 연애>마저 이 익숙함을 굳이 반복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여리를 소외와 고립에서 구원했던 친구들과의 우정 대신 삼각관계에 가두다니. 미래에 뒤늦게 도착한 과거를 보는 셈이다.
CHECK POINT
멀게는 <전설의 고향> 시리즈에서부터 2013년 <주군의 태양>을 거쳐 2026년 <신이랑 법률사무소>와 <동궁>까지. 시대적 배경과 인간들의 사정만 바뀌었을 뿐 귀신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건 해결을 원한다. 이런 서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억울함’이 그만큼 쌓인 사회이기 때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