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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내가 되는 시간, <월남보살> 배우 권유경

한손에 망고, 다른 한손에 참외를 든 채 수연(권유경)은 소리친다. “왜 하필 나한테 오냐고!” 수연은 신병을 앓고 있다. 신내림 굿을 치러보니 그에게 찾아온 신은 베트남 신이었다. 한-베 혼혈인 딸에게 부모님은 베트남행을 제안하지만 순순히 뜻을 받아들이는 대신 수연은 셀프 굿으로 기어코 한국 신까지 불러낸다. 이를 유쾌하게 은유하는 오프닝 시퀀스의 모습 그대로 권유경 배우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어떻게 입고 오는 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 좋겠더라. <월남보살>을 촬영한 이후로 오랜만에 이 옷을 꺼내 입었다. 안경과 핀도 내가 평소에 자주 착용하는 것이다. (웃음)”

권유경 배우는 35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상한 나라의 꿩유갱>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메일로 수연 역을 제안받았을 때 그는 회신을 망설였다. “처음엔 무서웠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내가 연기하는 모습도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연락을 주셔서 미팅 자리에 나갔고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촬영은 총 6회차. 굿을 치르는 장면은 구례에서, 독서실을 비롯한 다른 장면들은 서울에서 촬영했다. “약 한달간 연기 수업을 받고 현장에 임했다. 굿 장면은 특히 몸을 잘 써야 해서 극 중 무당 역의 김미숙 배우에게 도움을 받았고 <파묘> 속 김고은 배우의 움직임도 참고했다.” “시니컬하고 할 말은 하는” 수연의 성격을 살려 분노를 표출하거나 혼혈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에 신경 썼다. “대사 없이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가 특히 어려웠다. (직접 손짓을 하며) 굿 신에서 부채를 쫙 펴며 양반걸음을 하는 장면도 조금 아쉽다. 지금도 그 장면을 볼 땐 눈을 감는다. (웃음) 다만 독서실 신은 긴장감 있게 잘 표현돼 기분이 좋다. 관객으로서도 가장 몰입이 잘되는 장면이다.” 권유경 배우의 실제 과거 경험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친구들이 수연의 국적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장면이다. 정작 수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 밖에도 중간중간 올드한 대사가 있어 MZ력을 불어넣었고 중고등학생 때 실제 내가 하고 다닌 것처럼 ‘찍찍이’ 핀을 사용해 머리를 고정하기도 했다.”

사극과 시대극을 좋아하는 권유경 배우에게 장군 신을 받은 수연의 말투를 수행하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사극에서 신하1을 해보는 거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번 영화에서 이뤘다. 애드리브는 딱 한번 했는데 수연이 ‘잠깐!’ 하고 외칠 때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을 불어 넘긴 때였다. 감독님이 수연의 걸 크러시가 잘 느껴진다고, 이 장면 꼭 쓰고 싶다고 칭찬해주셔서 무척 기분 좋았다.” 섭외 제안을 받고 무서움을 느꼈을 때와 달리 “혹시 연기가 체질인가 싶을 정도로” 권유경 배우는 즐겁게 <월남보살>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영화제 GV에서 관객들을 만났을 때 이렇게 다양한 시선으로 영화를 봐주시는구나 싶어 놀랐다. 유튜브 구독자 중 일부가 수연이 나인 줄 몰랐다고 하던데 ‘그만큼 내가 연기를 잘했구나’ 하고 좋게 받아들였다. (웃음) 나와 같은 한-베 혼혈들이 그동안 자기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했는데 <월남보살>과 같은 작품을 찍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 말들이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다문화 2세를 편견에 갇히지 않은 시선으로 봐주면 좋겠다. 이분법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수연처럼 양측을 다 담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현재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권유경 배우는 약 9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상한 나라의 꿩유갱> 채널에 처음 영상을 업로드했다. “어릴 때엔 유명해지고 싶었다. 내가 뭘 잘하는지 고민하다 택한 콘텐츠가 노래였다.” 다양한 곡을 커버한 영상들이 크게 사랑을 받으며 권유경 배우는 조금씩 자신을 알려왔다.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즐겁다. 구독자들이 영상을 보며 ‘힐링된다’고 할 때 뿌듯하다. 그들의 일상에 내가 조금이나마 힘을 불어넣어준 것 같아서다. 오랜 구독자들과 같이 성장해나가는 느낌이 좋다.” 온라인상의 소통은 익숙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 특히 영화에 출연한 것은 권유경 배우에게 엄청난 도전이었다. “연기할 땐 너무 부끄럽지만 해내고 나면 한 단계 넘어선 게 체감되곤 했다. 하기 전 두려워한 게 무색할 만큼 뜻깊은 경험이었다. 다문화 2세라는 내 정체성도 드러내는 동시에 배우로서의 데뷔작인 <월남보살>이 내겐 의미가 남다른 영화다.”

노래, 연기 등 한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고 싶다고 권유경 배우는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베트남 관련 콘텐츠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두 나라에 걸친 사람으로서 베트남의 이야기를 꾸준히 다뤄보려 한다. 아직 베트남에선 내 인지도가 약한데 채널을 더 키워서 ‘한-베 혼혈의 한국 생활’을 소개해보고 싶다. 나 같은 다문화 2세대를 모아 팟캐스트를 해봐도 좋겠다. 연기도 정말 재밌어서 기회가 닿는다면 계속 하고 싶다. 불러주신다면 쏜살같이 달려가겠다!”

FILMOGRAPHY

영화

2026 <월남보살>(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