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주공아파트 1단지의 재개발 현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를 든 감독을 포함하여 이곳에서 한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시간을 보낸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낡은 아파트 사이에 남아 있는 ‘녹색섬’인 나무숲을 보존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7년간의 기록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콘크리트 녹색섬>은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무기력한 패배의 기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거대한 콘크리트 세계에 낸 작은 균열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나무를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무가 나를 보고 있었다”는 극 중 감독의 말처럼, 인간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리뷰] 콘크리트 세계에 낸 녹색 빛 균열, <콘크리트 녹색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