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드는 남편과 사진을 찍는 아내, 같은 지붕 아래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두 사람이 있다. <고양이를 놓아줘>는 부부의 나날을 조용히 들여다보며 시작한다. 마이코(다니구치 란)는 개인전을 열 만큼 작가로서 순항 중이고 모리(후지이 소마)는 음향효과 부업으로 근근이 버틴다. 두 사람 사이에선 서서히 균열이 드러난다. 마이코에 대한 감정을 모리는 현관문을 잠그는 행동으로 표현한다. 창문에 비친 그림자, 말 한마디에 꺼지는 부엌의 불빛, 감정의 어긋남은 대사보다 먼저 화면의 구도로 도착한다. 영화는 모리가 옛 연인 아사코(무라카미 유키노)와 우연히 마주치며 방향을 튼다. 같은 과거를 두고도 두 사람의 회상은 신체의 접촉과 특정한 향기를 매개로 점차 다른 결을 그린다. 아사코와 모리의 숏에선 의자가 움직이고, 접시가 미끄러지며 깨지고, 선반의 물건이 떨어진다. 음악과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예술을 겹쳐놓은 이 영화는, 놓쳐버린 시간의 공백까지도 선명하게 감각하게 만든다. 모리가 흥얼거리는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놓아버릴까, 놓아버리자”로 끝난다. 부드러운 해방의 순간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관계를 다루되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다.
[리뷰] 놓쳐버린 시간의 공백까지 선명하게 감각하기, <고양이를 놓아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