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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1호 [인터뷰] 비상과 도약, 외연의 확장,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항준 집행위원장, 조명진 프로그래머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가 9월3일부터 8일까지 총 6일간 제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일찍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화제’를 예고한 바 있다. 189편의 영화가 51개국으로부터 입국했고, 26개 팀이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여기에 영화감독 박찬욱·봉준호, 방송인 손석희까지 글자 그대로 별들의 잔치가 영화제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영화 축제를 위해, 장항준 집행위원장과 조명진 프로그래머는 유독 무덥고 무거웠던 2026년의 여름 한철에, 아니 어쩌면 제21회 제천영화제가 끝난 날부터 꼬박 1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 열정과 숙고의 시간을 <씨네21>이 엿봤다. 비바체(Vivace, 빠르고 경쾌하게)로 걷고 말하는 장항준 집행위원장과 아다지오(Adagio, 느리고 침착하게)로 응수하는 조명진 프로그래머의 대화 협주를 감상해보시라.

장항준 집행위원장

- 장항준 감독님은 올해로 2년차 집행위원장이 됐다. 제22회 제천영화제를 여는 소회가 궁금하다.

장항준 부임 첫해였던 작년엔 영화제의 안정화와 사기 진작이 필요했다. 올해는 비상과 도약을 도모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목표는 외연 확장이다. 업무량이 곱절로 늘어난 듯한 기분도 드는데 영화제의 질적, 양적 외연 확장을 위해 사무국 직원들이 정말 바쁘게 일했다. 음악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음악영화제지만, 다양한 장르와 국가에서 온 영화를 마련해 두면 여러 경로로 영화제를 방문하는 관객들이 그 안에서 즐길 거리가 늘어난다. 또한 음악영화의 범주 안에서도 여러 갈래로 외연을 넓힐 수 있다. 뮤지컬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가를 소재로 한 영화나 음악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까지 모두 음악영화니까.

- 서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기 전 한차례 제천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제천 내 지역 언론인들과 시민들은 올해 영화제를 어떻게 감지하던가.

장항준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올해는 기운이 좋으니 함께 힘을 합치자고, 그래서 달라진 영화제를 서로 돕자는 기조가 강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제천과 영화제를 보다 전국구로, 나아가 국외로 알려보자는 목소리도 들렸다. 개막식을 비롯한 영화 상영, 이벤트 및 전시가 모두 제천 시내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니 시민 참여나 지역 상권의 부흥까지도 기대해봄직하다. SNS에서 영화제를 기대하는 반응을 몇 가지 살펴봤다. 올해 제천영화제를 처음 방문할 예정인데 하루만 머물자고 하니 아쉽다는 반응이 많더라. 그분들께 꼭 체류하고 돌아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웃음)

조명진 제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미 버스 정류장엔 영화제 포스터가 붙어 있고, 버스 안에선 영화제 홍보 영상이 재생 중이다. 알고 보니 제천시장님을 비롯해 시의 공무원들까지 영화제의 홍보에 진심이더라. 모두가 영화제에 마음을 쓰는 중이다. 이 모든 게 공교롭고 상징적이다. 지난해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맞아 폐업했던 제천메가박스의 상영관 4곳을 짐프 시네마라는 이름으로 리뉴얼하지 않았나. 이곳이 작년 12월부터 제천문화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장 감독님이 집행위원장으로 부임한 이래 제천 시민들이 원주까지 원정을 가지 않아도 다시 제천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된 셈인데, 재개관 이후 제천문화극장이 <왕과 사는 남자> 덕을 크게 봤다고 한다. 올해 영화제는 제천문화극장의 7개 관을 확대 운영한다. 이번 영화제의 상영관은 아니지만 옛 제천CGV 또한 지난해 제천시네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이곳도 <왕과 사는 남자> 이야길 했다.

장항준 그리고 제천시학교학부모연합회와 제천영화제가 함께 운영하는 학부모자원봉사단 ‘짐프맘’의 열의가 상당하다. 이분들의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 '톡투유'의 경우 어느 해보다 화려한 게스트 명단이 돋보인다. 집행위원장의 섭외 비결이 있나.

장항준 프로그래머님과 상의하에 명단을 꾸렸다. 아무래도 감독들이 영화에 관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례는 많으니 감독 이외의 분과의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작품 이야기를 하면 이채로운 영화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섭외 비결은 무조건 ‘일찍 연락하기’다. 심지어 1년 전부터 공들인 분들도 있다. 내년 스케줄이 확정된 사람은 생각보다 없지 않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거다. 일찍 제안하고, 흥미를 유발할 영화제의 여러 이점을 소개했더니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었다.

- 김초희 감독이 연출한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도 주목도가 높다.

장항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김초희 감독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지 않나. 그 톡톡 튀는 생동감이 반영된 트레일러가 나오길 바랐는데 이색적인 작품이 탄생해 만족도가 높다. 8월 마지막 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만 163만명이 이 트레일러를 감상했다. 화제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조명진 프로그래머

- 올해 영화제가 마주한 가장 큰 변화는 경쟁부문의 개편이다. 기존 국제경쟁은 ‘국제음악영화경쟁’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음악에 국한하지 않는 세계 각국 영화를 소개하는 ‘국제경쟁’이 추가됐다.

조명진 일각에서 음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 같아 서운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감독님이 외연 확장을 언급하셨는데 영화제로서의 새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 마니아층에만 소구되는 영화나, 작품의 완성도보다 정보값이 큰 영화가 아닌, 영화의 본질로 승부를 보는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영화제가 새로워지면 영화제에서 열리는 여러 공연의 성격도 변하지 않을까 싶다. 작년부터 경쟁부문에 신인 영화음악감독이 작업한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을 주목하는 뉴탤런트, 기성 영화음악가들이 만든 한국 장편영화 속 음악에 주목하는 뮤직인사이트를 신설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화제 정체성 확립의 일환으로 관객이 영화다운 영화를 소개받고 음악을 더불어 즐기기 위해선 영화음악을 만드는 이들을 조명해야 했다. 음악영화와 영화음악을 기리는 영화제라면 그들에게 마땅한 상이 수여되어야 하므로 프로그램에도 적극 반영했다. 올해는 이 기조에 국제경쟁을 추가한 것이다. 아무래도 경쟁이 이루어져야 주목도가 높아지는데, 그 점 덕에 좋은 영화들을 초청할 수 있었다.

- 제천영화제는 영화음악에 특화된 ‘JIMFF 뮤직필름마켓’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장편과 단편 부문을 분리하여 프로젝트와 영화음악가를 위한 맞춤형 피칭 및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한다고.

조명진 올해 가장 달라진 부분이고,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2편의 단편영화와 1편의 장편영화에 각 5명의 영화음악가들이 감독 앞에서 영화음악 콘셉트와 작업 방향을 공개 피칭한다. 15인의 영화음악가들이 가편집본이나 트리트먼트보다 진전된 프로젝트를 받아 현재 열심히 연구 중이다. 선발된 1인의 음악감독은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쓰고 제작지원금 대신 상금을 받는다. 참고로 단편제작지원의 경우 2022년에 폐지됐다가 부활했는데, 장항준 집행위원장님의 의지가 컸다.

장항준 신인 음악감독과 단편영화 감독은 한국영화의 미래다. 영화 시장이 좋다가도 나쁘고, 나쁘다가도 좋은 지금 시점에 열리는 영화제라면, 당연히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 이들을 지원해야 마땅하다. 영화제는 기성 영화인들만의 잔치 이상으로 영화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신인 음악감독과 단편영화 감독을 지원하는 방식이 제천영화제만의 길이라고 본다. 올해 영화제는 정서경·김은희 작가, 천명관 소설가 겸 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등 업계 최고 베테랑의 강의를 하루종일 듣는 관객 워크숍, 특별 토크 등의 이벤트까지 구비해뒀다. 학교가 아닌 영화제가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의 세미나를 하루종일 개최하는 일은 분명 새로운 시도다. 관객중 분명 영화계에 진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조언을 구하고 싶은 이들이 많을 터다. 그들이 직접적인 도움을 얻는 교두보를 제공하는 일까지 우리 영화제가 해낼 것이다.

- 여러 영화제가 변화하는 영화, 극장 환경에 맞춰 축제의 포용 범위를 다각화한다. 22회를 기점으로 제천영화제도 운신의 폭이 달라질까.

장항준 올해 영화제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본다. 여기서 더 나가면 음악영화제로서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 영화음악가들을 위한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를 만들어 지원하고, 경쟁 섹션을 통해 기성 음악감독을 조명하고, 국내 유일의 영화음악 마켓까지 운영한다. 음악영화 프로그램을 좀 더 언급하고 싶다. 트리뷰트 섹션에선 ‘프랑스 뮤지컬, 그 계보와 변주’를 마련해 뮤지컬 영화까지 알차게 마련했다. 이 모든 일정이 아무 사고 없이 진행된다면 내내 말한 질적, 양적인 외연 확장이 가능하겠지. 모쪼록 잘 소화해내고 싶다.

조명진 제천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층으로부터 온다. 관객의 연령, 음악 및 영화 취향 등 이들을 구성하는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하고 프로그램이 이를 보증한다. ‘녹턴 스페셜’에 주목해달라. 심야 상영을 처음 준비해봤는데 심야 상영이 끝난 후엔 하이볼 1잔을 제공하는 댄스파티도 열린다.

장항준 조명진 프로그래머가 정말 프로그래밍을 교활하게 했다. (일동 폭소) 그밖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9월4일부터 30일까지 엽연초살롱에서 기획전 <Still, Still>이 열린다. 노주한, 이재혁, 한세준 스틸 작가가 감독조차 본 적 없을 필름 스틸을 공개하고, 송종희 분장감독이 작업실과 촬영 현장에서 기록한 사진들을 공개한다. 스케일이 남다르다. 누구든 오면 깜짝 놀라리라 확신한다. 전시 스폿을 돌며 진짜 영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제천영화제는 영화만 보자니 아깝고, 당일치기만 하자니 서운한 6일이 될 것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소풍가기 좋은 곳들이 즐비해있다. 제천에 오시라. 그리고 이곳을 즐겨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