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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1호 [인터뷰] 삶은 언제나 앞에 있으므로, <콩고 보이> 라피키 파리알라 감독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은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되고, 부모님 대신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소년이 주인공인 <콩고 보이>다. 소년의 꿈은 뮤지션이다. 콩고 소년이라는 제목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고통스런 환경에 처한 17세 소년이 주인공이지만 마냥 암울하지만은 않다. 총성을 들으며 잠에 들면서도 로베르는 음악을 꿈꾸고 그가 하는 슬랭은 매우 진취적이며 미래 지향적이다. 일을 열심히 하고 미래를 살아내겠다고 랩을 하는 소년의 목소리는 매우 흥겹고 리드미컬하다. 라파키 파리알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인 영화에는 절망보다는 밝은 음악과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있다.

- 한국에 오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콩고 보이>를 공동으로 쓴 시나리오 작가가 한국을 좋아해서 내게 한국 얘기를 자주 했었다. 내가 봤던 한국 영화 속 인물들이 무척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 공항에 입국해서 만난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이 내게 늘 하셨던 말씀이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한국인들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

- <콩고 보이>는 음악이 가장 중요한 소재다. 난민, 돌봄, 폭력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나 역시 뮤지션이기 때문에 삶에서 음악이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삶에서 음악은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내 삶을 구원했고 이 영화에서도 그런 것을 담고 싶었다.

- 이 영화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중 로베르는 감독님의 실제 삶을 담은 캐릭터인데 자기 이야기로부터 영화를 출발한 이유는.

처음 이야기를 쓸 때 본인의 삶을 그대로 담아서 쓰기 시작했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난민 소년의 삶을 시나리오로 쓴 것이다. 로베르라는 난민 소년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좀 더 보편적인 삶을 담은 이야기다. 처음 시나리오는 1인칭이었는데 다른 작가와 함께 하면서 3인칭이 되었다. 개인에서 출발해서 모두의 이야기가 된 지금의 방식이 만족스럽다.

- <콩고 보이>는 아프리카 난민의 어려운 상황과 내전 상황이라는 무거운 배경이 등장함에도 음악이 매우 흥겹다. 음악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부조화스럽지 않게 어우러지는데, 균형을 어떻게 잡았나.

이야기 자체는 참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현실만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난민들에 대한 시선을 불쌍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로 고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여전히 난민의 처지인데 사람들은 난민을 '도움을 구걸하는 존재'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난민들은 여러 정치적인 상황, 안전을 위해 고국을 떠나왔지만 거기에는 고통과 슬픔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삶에도 희망이 있고 우리가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주연 배우 브래들리의 연기가 무척 사실적이다. 로베르의 상황에 대해 배우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어떤 디렉션을 주었나.

처음 로베르 역을 해줄 배우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와 닮은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또 다른 나를 연기해줄 사람을 찾았는데 브래들리를 처음 봤을 때 그런 인상을 받았다. 많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 나갔다. 처음에는 브래들리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면 나중에는 점점 배우 스스로 연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그가 보여줬고 우리 사이에 시너지가 점점 커지는 걸 느꼈다.

- 영화에 아주 많은 부분이 다큐멘터리의 요소가 있다. 극중에 이모 역할을 실제 감독님의 이모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 군인들이나 마을 사람들도 비전문 배우가 연기했는데, 이 영화에 그 외에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또 있다면.

이 영화 전에 나의 첫 장편은 다큐멘터리였다. 만약 이 영화를 다큐로 찍었다면 내가 직접 로베르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브래들리가 연기한 감정들을 보여주지 못했을 거다. 이 영화에 배우들은 다 비전문 배우들이고 이모가 특히 그랬다. 그러다 보니 이모가 "로베르"라고 부르지 않고 자꾸 내 이름을 불러서 NG가 나기도 했다.(웃음) 군인이나 마을 사람들 모두 비전문 배우라서 자연스러움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극 중 로베르가 노래를 녹음하는 녹음실도 원래 내가 첫 앨범을 녹음했던 장소였다. 이 영화에는 세트가 없고 전부 진짜 방기의 거리 풍경에서 촬영됐다. 아마도 방기의 주민들도 이 영화를 보게 될 것인데, 그 지역 관객들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다. 아주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진짜 그들이 봤을 때 '그래, 이게 진짜 우리 모습이지'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 영화 안에서 로베르가 총을 맞는 내용이 있는데 실제로 감독님의 경험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으로서 주인공이 겪는 고통들과 거리두기가 어렵지 않았나.

거리두기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가장 내밀한 그 순간조차도 주인공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보는 모든 것들, 다리에 총을 맞거나 부모님이 투옥이 됐던 모든 이야기, 오디션에서 우승을 하고 상금으로 부모님을 석방하는 게 다 실제 내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아버지가 로베르에게 '콩고 사람인 것을 드러내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내 부모님이 항상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셨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나는 거리두기가 아니라 인물과 나를 합치 시키면서 정체성을 찾아가고 싶었다.

- 로베르가 난민기구를 찾기도 하고 외부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결국 로베르 스스로 상황을 이겨 낸다. 영화에서 희망은 밖이 아니라 로베르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나는 난민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다. 난민들은 자기의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 선택이 정말 선택이었을까. 사실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전쟁의 상황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떠밀리는 것에 가깝다. 지금의 가자, 팔레스타인이 그렇고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말하고 싶다. 전쟁이 터진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 역시 아직도 난민의 신세이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해서 그 나라 사람으로 인정받는 난민은 극소수다. 나 역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오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난민들은 편견 사회라는 큰 감옥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난민은 구걸하는 사람이 아니고, 삶은 언제나 우리 앞에 있다.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