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MFF #2호 [스코프] 엽연초살롱으로 오세요 - ‘Still, Still‘ ‘OST 상점’ ‘JIMFF X AC’SCENT - AI 조향사’…. 엽연초살롱에서 생긴 일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장항준 집행위원장의 공언처럼 “영화만 보자니 아깝고, 당일치기만 하자니 서운한 6일”이다. 여러 행사를 두고 한 말이지만, 집행위원장이 언급한 그 아까움엔 ‘엽연초살롱’에서 벌어지는 온갖 영화로운 일들이 포함일 터다. 본래 이 공간은 1940년대 제천과 단양 일대에서 생산된 연초를 감별하고 보관하던 엽연초(잎담배) 취급소였다. 오랜 기간 제천을 책임지던 엽연초 산업이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인한 경작지 수몰, 외국산 담배 수입 개방 등으로 쇠퇴하자 자연스럽게 엽연초 취급소는 잊히는 공간이 될 뻔했다. 하지만 지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20주년을 맞아 이곳을 전시, 공연, 영화상영, 교육 프로그램, 지역협력사업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연중 상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엽연초살롱으로 탈바꿈해냈다. 근현대 프랑스에서 살롱이 지식과 예술을 나누던 담론·사교의 장이었듯, 제천의 엽연초살롱에선 예술의 요람 아래 수많은 관객이 다양한 취향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Still, Still’은 주제전과 특별전으로 나뉜다. 먼저 주제전에선 한세준 작가의 <올드보이> 스틸, 이재혁 작가의 <설국열차> 스틸, 노주한 작가의 <서울의 봄> 스틸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영화제가 스틸 사진을 독립된 전시로 선보이는 것은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처음이라고. 먼저 <올드보이> 존에 가면 류성희 미술감독의 시그니처인 기하학적 벽지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냐 넌?”이 음성 지원되는 오대수(최민식)의 얼굴이 사설감금방 벽지 위에 걸려있고, 그 뒤론 최민식강혜정, 올해 국제경쟁부문의 심사위원인 유지태 그리고 젊은 박찬욱 감독의 현장 사진이 한데 모여있다. <설국열차> 존에 가면 누구든 일단 생경해질 것이다. 현대 사회의 계급 갈등을 철로 위에 재배치했던 영화의 험악한 에너지는 온데간데 없다. 대신 동료와 소품, 세트를 챙기고 카메라가 다가오면 우선 환히 웃고 보는 화기애애한 배우들의 얼굴이 공간 내에 가득하다. 영화가 어둠을 헤치고 달리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차 칸별 프로덕션 디자인도 이번 전시에선 상세하게 뜯어 감상할 수 있다. <서울의 봄> 존은 1979년 12월12일을 그대로 재현한 일종의 테마파크다. 영화 스틸은 물론 영화를 상징하는 여러 소품이 약 1312만명의 관객이 극장에서 경험했던 그 공기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각 사진은 세 작가가 직접 큐레이팅했다.

한편 특별전에서는 서울에서 한차례 진행된 ‘송종희 영화 분장 30년: 반복과 절제로 쌓아 올린 시간의 기록’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송강호, 김혜수, 전도연, 김고은송종희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영화 속 인물이 되었는지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다. 9월30일까지.

‘OST 상점’엔 청음 라운지와 음반·굿즈 마켓, 관객이 사랑하는 음악이 담긴 LP 등 영화의 청각적 여운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JIMFF 굿즈샵은 물론 한국 인디 희귀 CD와 다종한 LP를 취급하는 상판, 청음 검수 완료된 깨끗한 음반 판매를 모토로 삼는 온리뮤직, 서울 회현동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파스텔 레코드, 일본 쇼와 시대의 미니 턴테이블을 판매해 화제를 모은 하프 언더그라운드가 OST 상점에 입점해있다. 9월6일까지.

영화가 선사하는 감흥을 불특정 다수와 나눌 수 있는 구역도 마련돼있다. OST 상점을 나와 다시 엽연초살롱으로 들어서다 잠시 멈춰보자. 한쪽 벽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음악을 타인에게 무작위로 선물할 수 있는 ‘가챠’가, 맞은편 벽엔 내가 떠나고픈 영화 속 촬영지를 표시해 영화와 여행지 모두를 추천할 수 있는 세계지도가 걸려있다. 어쩐지 “언젠가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접속>의 대사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가 들려오는 듯하다.

지난해 영화제에서 열성적인 지지를 얻었던 ‘JIMFF X AC’SCENT - AI 조향사’가 올해도 돌아왔다. 서부극, 스릴러, 뮤지컬 등 관객이 좋아하는 장르와 특정 장면을 고르면, AC’SCENT에서 개발에 참여한 AI 기술이 각 참여자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만들 수 있는 원료의 배합 비율을 소개해준다. 이에 근거해 ‘나만의 향수’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사전예약자에 한해 참여 가능하며 예약 폼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홈페이지의 이벤트 - 뮤직쉘터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9월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