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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 본연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다 -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잭 크레거 감독

2002년 처음 실사영화로 제작돼 10여년간 명맥을 유지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리부트를 감행했다. 각본과 연출은 물론 프로듀서로도 참여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이는 잭 크레거 감독이다. 그는 <바바리안>과 <웨폰>의 히트에 힘입어 차세대 호러 거장의 재목으로 눈도장 찍은 뒤 오랜 시간 애착을 키운 비디오게임의 제대로 된 스크린 컴백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목표는 원작의 공포를 계승하는 것.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개봉을 앞두고 지난 7월 화상으로 만난 잭 크레거 감독은 “게임을 해본 적 없어도, 전작 실사영화를 본 적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신작을 만들었다”고 장담했다.

사진제공 소니픽쳐스

- 감독의 대표작인 <바바리안> <웨폰> 등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플롯을 자랑한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어떤가.

이번 작품의 줄거리는 정말 단순하다. 플롯 전체가 번뜩 떠올랐다. 한마디로 A 병원에서 B 병원으로, 사람의 장기라고 알고 있는 무언가를 배달해야 하는 의료 택배 기사의 이야기다. 그는 라쿤 시티로 이동하는 동안 끔찍한 생물학적 감염 사태의 한복판으로 빠져든다. 인물이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마주할 온갖 시나리오를 상상했다. 간단한 설정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는데, 내 생각에는 꽤 무서운 영화를 완성한 것 같다.

- 주인공 브라이언(오스틴 에이브럼스)은 평범한 20대 남성으로 묘사된다. 배우 밀라 요보비치가 연구소의 보안팀 출신으로 분한 전작 실사영화 시리즈나 전투에 최적화된 인물들이 전면에 배치된 게임과는 차별화된 선택을 하고자 했나.

브라이언은 이제 막 성인의 삶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직장은 있지만 마땅한 경력은 없고, 여자 친구는 있지만 연인 관계가 위기에 처했다. 여자 친구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자신이 이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만 공포영화를 재생하던 그가 진짜 공포영화에 걸맞은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셈이다. 이때 브라이언은 성장해야만 한다. 내게는 이렇게 소파에 앉아 <레지던트 이블>을 플레이할 것 같은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레지던트 이블> 세계관에 존재할 법한 강한 전사를 따라가는 것보다 재밌어 보였다.

- 원작 게임의 골수팬이라고 들었다. 영화에 수혈하고 싶었던 게임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원작 게임이 공포 요소에 제대로 집중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레지던트 이블>은 기관총을 마구 쏘아대며 좀비를 죽이도록 하는 대규모 액션 게임이 아니라 느릿하게 긴장감을 주면서 공포를 겪게 하는 데 중점을 둔 게임이다. 영화도 관객에게 그렇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를 바랐다. 그래서 주인공이 들르는 장소마다 고유의 위협이 존재하도록 했다. 또한 주인공이 권총으로 시작해 산탄총을 얻고, 결국 기관총까지 손에 넣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게임은 항상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나.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이 가진 탄약의 수와 부상 상태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 즉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라 액션이 가미된 공포영화로, 게임이 제공해온 재미를 관객에게 전달하기를 원했다.

- 게임 화면이 연상되게끔 촬영한 숏도 있나.

게임만의 시각적 언어 덕분에 플레이어로서 그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우리 영화도 관객이 3인칭 시점으로 주인공 바로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촬영했다. 주인공이 오른쪽을 보면 카메라도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주인공이 왼쪽을 보면 카메라도 왼쪽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다른 숏을 쓰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품 전반에 걸쳐 그러한 시점을 고수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관객은 주인공이 움직이는 그대로 영화 속 배경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텐데,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는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비디오게임을 하며 자란 내게는 그런 시각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 내 또래 관객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 리들리 스콧과의 협업으로 유명한 다리우스 볼스키 촬영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다리우스는 전설적인 존재다. 그가 촬영한 <크로우> <다크 시티>는 물론 리들리 스콧과 함께한 <라스트 돔> <프로메테우스> 등 모두 좋아한다. 최고의 동료에게 배운다는 심정으로 그가 선호하는 방식을 가까이서 탐구했는데, 매 순간 너무 힘을 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장점이었다. 그는 간단한 방법으로 큰 효과를 끌어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의 곁에서 적은 자원으로 많은 걸 해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 전작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크리처가 아닌 인간의 신체를 극단적으로 부풀리거나 변형해서 만든 괴수들로 공포를 조성해왔다. <레지던트 이블> 또한 그러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IP다.

게임 본연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게 목표였다. <레지던트 이블>의 좀비는 조지 로메로식 좀비가 아닌 T 바이러스에 의해 변이를 일으킨 좀비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나와야 하는, 즉 게임에서처럼 영화에도 나와야 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좀비가 된 개, 몸에서 촉수가 솟아나는 인간들이 그 예시다. 동시에 게임에서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방향도 고민했다. 그 변주를 대변하는 존재들이 영화에 주요 악당으로 등장할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끼겠다.

- 차가운 촉감을 전하는 와중 핏자국까지 도드라지는 광활한 눈밭의 이미지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배경을 그린 까닭은.

솔직히 말하면 극 초반 브라이언의 차가 미끄러져야 하니 눈이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는 타이어에 체인을 씌웠다고 거짓말한 뒤 배송에 나서는데, 장비가 부족하면 일을 맡지 말아야 했다. 거짓말을 해서 일을 맡은 탓에 사고를 내고, 모든 불운이 시작되지 않나. 원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파고>는 내가 세상에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 눈이 내리면 모든 게 좀더 마법처럼 느껴진다. 그런 분위기를 이야기의 핵심으로 삼아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