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말 인천의 한 수입차 정비소. 작업복을 입은 전석호 배우가 자동차를 수리하다 말고 일어나 “너 기술 배워, 기술!”이라고 외친다. “어른들 말 틀린 거 하나도 없어. 옛날에 어른들이 기술을 배우라 그러지, 악기 배우라 그러냐.” 그가 분한 철순은 한때 밴드 기타리스트였지만 아이가 생긴 뒤 가정을 꾸리고 음악을 그만둔 인물이다. 커다란 타이어 위에 걸터앉아 충고를 듣는 이는 한때 철순과 밴드 활동을 함께했던 이 영화의 주인공 진화(임진화). 오래 사귄 여자 친구 미래(서은수)에게 “미래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자 음악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남자다.
<7데이즈 7피플>은 음악과 사랑 사이를 고민하는 진화가 일주일간 7명의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걸캅스>를 연출한 정다원 감독의 신작으로, 아직 개봉하지 않은 정다원 감독의 <너와 나의 계절> 속 김현식 밴드의 베이스 연주자로 출연했던 임진화를 주연배우로 내세웠다. 밴드 호아의 보컬이고 배우가 되길 간절히 바란 적 없었던 임진화는 처음 정다원 감독에게 주인공 역을 제안받고 “음악영화를 만든다니 정말 기대되고 신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부담감이 밀려왔다. 전석호 배우가 “<마더> 속 김혜자 배우만큼 한 배우가 많이 나오는 영화”, “지극히 진화의, 진화에 의한, 진화를 위한 영화”라고 표현할 만큼 주인공의 분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그는 “상대 배우의 대사를 녹음해 맞춰보고 운전 중에도 계속 대사 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뮤지션이자 막 배우로서 발을 뗀 임진화 배우는 콘텐츠 회사에서 사운드디자이너로도 일한다. <7데이즈 7피플>도 직장 생활을 병행 하며 연차를 써가면서 촬영해야 했다. “4월 말인데 벌써 연차가 3일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그는 싱긋 웃었다. 연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끈 정다원 감독은 <너와 나의 계절>을 촬영할 당시 일상적인 대사를 툭툭잘 던지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정다원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보컬이고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다 보니 카메라에 많이 노출되어서인지 쫄지 않는다”.
극 중 진화가 이별을 통보받은 다음날 만나러 가는 철순은 정다원 감독의 실제 친구에 영향을 받은 캐릭터다. 아이가 생긴 뒤 음악을 그만두고 수입차 정비사로 일하기 시작한 친구의 삶이 철순이란 캐릭터의 출발점이었다. 여기에 “음악을 관두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존재를 보아야 진화가 흔들릴 것”이란 전석호 배우의 해석이 더해지면서, 철순은 일터에서도 간간이 딸과 통화하며 사랑을 듬뿍 주는 아빠로 조금씩 다듬어졌다. 진화와 철순의 대화가 담긴 이날의 촬영분은 서은수, 정일우, 최병윤, 양말복, 유재명 배우가 연기한 장면들과 더해져 1 년 뒤인 2026년 4월 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그리고 오는 10월28일 극장 개봉해 일반 관객과도 만난다.
철순이 “너 그냥 기술 배워, 기술!”이라고 조언하는 14신의 4컷 첫 테이크. 왼편에서 슬레이트를 치는 인물은 양동욱 음악감독이다. 극 중 진화가 만나는 7명의 지인 중 한 인물로 분하며 연기에도 도전했다.
철순은 정비소 사무실에 진화를 위한 조촐한 술상을 차리고 안줏거리로 갓김치를 꺼낸다. ”짜잔! 우리 장모님이 챙겨주신 거지. 이만한 술안주가 없어요. 우리 처갓집이 여수잖아. 이게 그 유명한 여수 돌산 갓김치!” 진화는 부러운 듯 “사랑받는 사위네”라고 말한다. 철순은 가족의 사랑으로 가득한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그런 그를 표현하듯 후경 카센터 유리벽에 철순의 딸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는데, 전석호 배우의 딸이 그린 것이다.
“너무 좋다.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 10회차 이내로 크랭크업하는 작고 날렵한 현장 규모를 정다원 감독은 만족스러워 했다. 바로 전날에도 정다원 감독은 주연배우 임진화와 촬영감독, 포커스풀러만 데리고 운행 중인 버스에 올라타서 “상업영화였다면 1천만원이 들” 한컷을 찍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