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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III오후 5시 영도다리 | 내기 하는 아이들“어제 우리 엄마가 일본에서 테레비 녹음기 가지왔드라.”“테레비 녹음기? 그기 뭐고?”“녹음기처럼 테레비를 녹음할 수 있는 거.”“꽁까지 마라, 임마! 세상에 그런 기 어데 있노?”“아이다. 진짜다. 그라믄 느그 내캉 내기 할래?”“같이 죽자”는 말은 부산에서 흔히 쓰인다. 특이한 건 열에 아홉은 장소가 영도다리라는 사실이다. 그건 부산에서 난 사람들에게는 이 다리가친숙한 구조물이라는 방증이다. 죽음의 장소로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영도다리는 그리 높지 않은, 길지 않은 다리다. 서울 한강다리의 아찔함은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완만한 아치형의 다리는 오히려 ‘울컥’, 마음 한구석이 허물어진 이들에게 맘껏 기대라며 등을 내어주는 서글서글한형이나 곱디고운 누나 같다. 곽 감독도 영도다리에 한번 신세를 졌다. 99년 <친구>의 시나리오를 쓰러 부산에 내려왔지만, 투자하기로 했던삼부파이낸스 회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아버지로부터
`친구` 따라 부산간다 - 둘쨋날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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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II오후 1시 범일동 일대 | 질주하는 청춘“…Doctor, doctorgive me the news, I’ve got a bad case of lovin’ you. No pill's gonna cure my ill.I’ve got a bad case of lovin' you”(<`bad Case of Loving You`>)치유제 없이 답답하기만 한 청춘이 어디 부산에만 있었으랴. 먼저 내달리기 시작했으나 점점 숨이 차오르는 상택이와중호를 제치고 준석과 동수가 앞서 내달리는 골목은, 사실 범일동 도로 아래 40m가량의 축대를 배경으로 스쿠터를 이용해 찍은 장면이다. “이동네는 거의 안 변했다고 봐야죠. 커서 자주 온 적은 없어도 누구나 한번쯤은 이곳을 거쳐갔을 깁니다. 제 기억에도 희미하게 남아 있지요. 정확히는태화가 놀던 동넵니다.” 축대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몸을 비틀면 철길 위 육교가 나온다. 오른편의 무명천은 철길 아래로 흐르니 기차는 물 위를달리기도 하는
`친구` 따라 부산간다 - 둘쨋날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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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I아침 일찍 서두른 탓인지 일요일의 도로는 한산했다. 어렵고 고되던 네 친구의 성장과 다르게 유년의 바닷가로 향하는 길은막힘없이 뻗어 있었다. 송정을 지나 기장으로 가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보면 다다르는 자그마한 항. 생 멸치회로 유명하다는 대변항 근처 방파제는동수(장동건)가 준석의 조직을 밀고하고 난 뒤, 노을지는 방파제에 쪼그려 앉아 씁쓸히 담배를 피우다가 탁한 목소리로 “은기야, 니 조오련이아나…” 하며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질문을 던지던 곳이다. “차가 들어올 만한 방파제가 별로 없더라구요. 여기가 제일 적당한데 낚시꾼들이안 비켜가지고 혼났어요, 그 장면은 열흘 동안 두번을 찍었는데 동건씨 표정이 날이 갈수록 달라졌어요. 인물에 몰입을 하니까 근육 움직임까지도완전히 다르더라구요”아침 10시 대변 자갈밭 | 바닷가 친구들“상택아, 니는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하고 바다거북이하고 헤엄치기 시합하믄 누가이길껏 같노.”“조오련.”“그 봐라.”“아이다, 거북이가 물 속에서는 얼마나
`친구` 따라 부산간다 - 둘쨋날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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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쨋날 저녁 10시 | 초량동 산복도로, 준석집 옥상 “니가 돈들고 가출해가내한테 찾아오믄 "와∼ 상택아 잘했다. 인자 우리같이 건달해가 인생 개판치자" 그랄 줄 알았나?”“그기 아이고….”“내가 우리집이 제일 좇같다고 생각할 때가 언젠지 아나? 우리 엄마 입원하고내가 중학교 때 한번 가출하고 돌아오니까 내가 삼촌이라고 부르던 새끼들 중에서 한놈이라도 내를 뭐라고 하는 놈이 없는기라, 씨바, 그때한놈이라도 내를 패주기라고 했으믄 혹시 모르겠는데…. 상택아! 인제 니는 니처럼 살아라, 나는 내처럼 사께….”부산 버스기사들은 전국 어디를 가도 버스를 몰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유독 달팽이모양으로 산을 타고 지어진 집들이 많아서인지부산의 버스는 마치 곡예하듯 산복도로를 올라간다. 여장을 풀고 간단한 저녁을 마치고 찾아간 준석집 옥상 역시 몇 바퀴의 원을 돌아야 닿을수 있는 초량동의 산꼭대기에 있었다. 덕분에 잠잘 채비를 하던 부산시내는 한눈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몇몇의 높은 증권회사의
`친구` 따라 부산간다 - 첫쨋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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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도시 부산, 곽경택 감독과 함께 한 2박3일간의 추억 순례기항구는 떠돌이들의 정거장이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채운 아이들의 부모들은 모두 고향이 달랐다. “느그아부지 뭐하시노” 물을라치면 모두 하는 일도 달랐다. 어떤 아이의 아버지는 러시아로, 일본으로 배 타고 떠나 반년에 한번씩 생선독이 올라부어오른 손에 돈뭉치를 들고 나타나기도 했고, 어떤 아이의 어머니는 벽돌색 ‘다라이’에 비린내 풍기는 생선들을 담고 녹아내릴 듯 아픈 삭신을새벽시장 앞 약국에서 산 한 움큼의 진통제로 달래며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기도 했다. 유난히 ‘이모’가 많은 친구의 어머니는 몸을 팔았고,유난히 ‘삼촌’이 많은 친구의 아버지는 깡패였다.1950년대 말, 사진작가 최민식의 망막에 잡힌 부산의 아이들. 시장통 한구석에서 국숫발을 끌어올리던 벌거숭이 여자아이나 산동네 중턱으로오르는 리어카를 밀어올리던 사내아이, 힘없이 늘어진 어미의 젖을 힘차게 빨고 있는 갓난아이. 세월은 이들을 부모로 만
`친구` 따라 부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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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크로와 톰 행크스의 유머감각‘배드 보이 vs 굿 가이’의 구도로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경쟁한 러셀 크로와 톰 행크스는 유머감각에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꿈을 위한 레퀴엠>에서 엘렌 버스틴이 20년 더 늙고 30파운드를 불렸어도 러셀은 그녀에게 구애했을 것”이라는 사회자 스티브 마틴의농담 직후 카메라에 잡힌 크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반면 톰 행크스는 “러셀 크로 납치기도범에 대한 FBI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톰, 그러면 안 돼죠!”라는 마틴의 꾸지람에 정말 부끄러운 듯 시무룩하게 고개를 푹 숙여, 올 시상식 최고의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제니퍼 로페즈와 비욕의 드레스오트 쿠티르 디자이너들의 캣 워크 노릇을 단단히 하는 오스카 시상식의 붉은 양탄자에서 올해 가장 눈길을 끈 여배우는 시상자로 나선제니퍼 로페즈와 주제가상 후보 비욕. 제니퍼 로페즈는 상반신의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드레스로 시선을 휘어잡았으나 사려깊은(?)중계카메라는 그녀의 노출을
2001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스냅 숏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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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카데미상은 영화인들의 일종의 디너파티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 화기애애한 디너파티 뒤에는 1920년대 급성장한할리우드의 대중적 영향력에 견제 움직임을 보였던 정치권과 교육계, 교회에 대항해 영화인들이 이익과 자율성을 보호하고 자기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려는‘공격적 수비’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 1929년 할리우드 루스벨트호텔에서 열린 첫 시상식에는 250명의 할리우드 ‘엘리트’들이 10달러씩의회비를 내고 참석해 15개 부문의 상을 수여했고 수상 결과는 미리 각 신문사에 보도자료로 배포됐다. 이 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자이듬해 라디오가 중계에 나섰고, 지금과 같은 극장식 쇼 포맷의 행사는 1943년에 처음 꼴을 갖추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오늘날처럼 주목도높은 쇼 엔터테인먼트로 만든 TV 중계가 시작된 것은 1953년. 가 중계한 그 해 행사에서 초대 사회는 밥 호프가 맡았다. 15개부문으로 출발한 시상 부문은 영화 테크놀로지의 영역이 분화됨에 따라
아카데미 영화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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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글래디에이터>감독상스티븐 소더버그(<트래픽>)여우주연상줄리아 로버츠(<에린 브로코비치>)남우주연상러셀 크로(<글래디에이터>)여우조연상마샤 게이 하든(<폴록>)남우조연상베니치오 델 토로(<트래픽>)오리지널 각본상카메론 크로(<올모스트 페이머스>)각색상스티븐 개그헌(<트래픽>)촬영상피터 파우(<와호장룡>)시각효과상존 넬슨, 로브 하비 외(<글래디에이터>)편집상스티븐 미리온(<트래픽>)음향상스콧 밀란, 밥 비머 외(<글래디에이터>)음향편집상존 존슨(<`u-571`>)미술상팀 입(<와호장룡>)의상상잰티 예이츠(<글래디에이터>)분장상릭 베이커, 게일 라이언(<그린치>)외국어영화상<와호장룡>단편영화상<키에로 세르>(플로리안갈렌버거 감독)단편애니메이션상<아버지와 딸>(마이클 두독 드 비트
아카데미 수상작 및 수상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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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73rdAnnual Academy Awards◆ 3월25일 열린 제73회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은 <글래디에이터>에 돌아가“혹시 아카데미 회원들이 보름달이 뜬 베벌리힐스 언덕에 몰래 모여 이마를 맞대고 사전 회합이라도 가진 게 아닐까?”어느 해보다 치열하고 기발했던 스튜디오들의 홍보 전장을 통과해 지난 3월25일(현지시각) 저녁 LA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스티브 마틴의 사회로커튼을 연 2001년 아카데미 영화상은 그런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슬며시 발동할 정도로 주요 후보작에 트로피를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12개 부문의최다 후보 지명을 받은 드림웍스의 <글래디에이터>와 외국어영화 사상 최고 기록인 10개 부문 노미네이션을 따낸 동방의 센세이션 <와호장룡>,5개 부문 후보로 오른 <트래픽>, 세 영화는 25일 저녁 내내 벤허와 메살라의 전차처럼 말머리를 다툰 끝에 <글래디에이터>가 작품상을 위시한5개, <와호장룡>이
2001 아카데미 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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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에서는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영화화한 대작 <오! 인천>이 5개부문 후보에 올라 최악의 작품, 최악의 각본, 최악의 남우주연, 최악의 감독상 등 4개부문을 수상했다.보 데릭이 시종일관 관능미를 뽐낸 영화 <볼레로>도 5회 시상식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이 영화는 9개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여우주연상을 비롯해 6개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보 데릭과 감독 존 데릭 부부는 91년 11회 때 <유령은 할 수 없어>로 또다시 나란히상을 받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15회 시상식에서는 <컬러 오브 나이트>가 10개부문의 후보로 오르고도 작품상 하나만 수상하는 아쉬운(?) 기록도 세워졌다.이해부터 신설된 최악의 리메이크 또는 속편상은 로렌스 캐스단 감독, 케빈 코스트너의 <와이어트 어프>가, 최악의 커플상은 <뱀파이어와의인터뷰>의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스페셜리스트>의 샤론 스톤과 실베스터 스탤론이
골든 래즈베리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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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래즈베리상과 골든 래즈베리 재단을 어떻게 만들게 됐나.우선 난 영화를 많이 보는데, 좋은 영화를 아주 좋아하고 엉망인 영화를 싫어한다. 사실 좋은 영화를 만나기란 힘든 일이다. 또 하나는내가 아주 이상한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이란 것이다. 이런 시상식, 즉 ‘최악’에 대해 상을 준다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에겐 농담으로 여겨질만하니까.왜 이름을 ‘골든 래즈베리’(Golden Raspberry)라고 지었나. 사전적 의미로 ‘나무딸기’란 뜻 외에 속어로 경멸과 조소를담은 야유라는 뜻이 있던데.영어로 ‘래즈베리’란 단어는 뭔가 맘에 들지 않을 때 입술을 떨면서 ‘푸르르’ 하고 내는 소리를 말한다. 그리고 골든 래즈베리상의별칭인 ‘래지’는 누군가를 비웃다, 놀리다, 무안을 준다는 뜻의 동사 ‘래즈’(razz)에서 왔다. 또 미국의 대부분 상의 이름을 안다면눈치챘겠지만, 에미상, 토니상, 그래미상 등 대부분 ‘이’음으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Razz+ie로 만들었다. 아마 미국사람들은
“코폴라 딸? 우리 때문에 연기 관뒀다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