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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의 역할은 좋은 영화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움직이는 것이다. 이 역할은 여전히 절실하다. 평론에 따라 움직이는 관객은 얼마되지 않는다. 도쿄라면 한 3천명 될까. 이건 평론이 자국 내만으로 한정할 때 역시 별다른 힘이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평론이라면 그것을 외국어로 옮기는 일이 중요한 때가 됐다고 본다.”하스미와의 인터뷰는 2월8일 오전 도쿄대 총장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1월 그의 대표적인 저서 가운데 하나인 <감독 오즈 야스지로>(한나래 펴냄) 번역 출간과 서울시네마테크의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을 계기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응했다. 도쿄대 총장 노릇을 하느라 영화에 소홀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쉬리> <거짓말>에 대한 논평을 잊지 않았으며, 퇴임 이후엔 존 포드론을 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당신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불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 지식인이다. 당시의 일본
하스미 시게히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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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영화를 보고 11시에 방금 장엄한 최후를 맞이한 주인공을, 방금 본 믿을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든 감독을 코앞에서 만나는 것. 영화제는 그런 거짓말 같은 행운이 잠시나마 가능해지는 마법의 시간이다. 하늘색 하늘을 도무지 보기 힘든 음울한 2월의 베를린이지만,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지하의 기자회견장만큼은 종일 카메라 플래시로 눈이 부시다.▦깜짝 키스쇼제프리 러시는 존 부어맨의 <파나마의 재단사>와 비경쟁 상영작 <퀼즈>의 주인공으로 두 차례나 제51회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회견장 단상에 앉았다. 게다가 풍부한 조크와 키스신(?)까지 연출해 색다른 사진과 에피소드에 굶주려 있는 기자들을 행복하게 했다. <퀼즈>의 출연 결정 이유를 묻자 제프리 러시는 “케이트 윈슬럿에게 진한 키스를 할 수 있는 데다가 돈까지 받는데 어떻게 망설이겠냐”고 답했고 감동한 윈슬럿은 달려와 그의 허리를 젖히고 입맞춤을 퍼붓는 시늉을 했다.▦웃음으로 추위 잊으세요터키계 이탈리아감
난폭한 질문, 천진한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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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0분은 따라가기 어려웠고 상징과 구조가 너무 도식적인 면이 있으나, 분명 재미있으면서도 지적인 영화다. 2부(남북 병사의 교류를 묘사한 부분)가 베스트였다.”(30대 관객, 독문학 강사)“스릴러로서도 말이 되고 흥미로운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를 지녔다. 아무리 화제성 소재를 다룬 영화라 해도 설정, 촬영 등 만듦새가 좋지 못하면 실패하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훌륭히 해냈다. <초급자를 위한 이태리어>와 더불어 아주 지역적이면서도 보편적 호소력을 발휘하는 경쟁작이다.”( 베를린 주재 기자 마이클 아들러)지난 2월12일 낮 공식상영에 앞서 이루어진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제 기자 시사는 수상 여부를 점치는 자리이기 전에, 온갖 국적의 관객이 한국 최고 흥행영화를 얼마나 즐기는지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결과는 객석 전체를 고르게 감싼 조용한 공감과 호감. 시사에 이어진 박찬욱 감독, 이은 제작자, 배우 이영애,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등
<공동경비구역 JSA>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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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행사 계획 없다. ”■이번 거래의 배경을 설명해달라.로커스홀딩스는 출범 당시부터 얘기했지만, 엔터테인먼트라는 분야를 본격적으로 산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지주회사로서 우리의 임무는 각 분야의 일을 직접 담당하는 ‘키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한 것도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취지가 더 크다. 모든 이들이 이런 취지에 충분히 공감했기 때문에 이 일도 진행될 수 있었다. 영화를 떼어놓고 보면 요즘 한국영화가 좋지만 아직도 할리우드영화의 점유율이 높다. 결국 우리 영화의 질을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작은 회사들로는 한계가 있다. 좀더 크게 뭉치면 큰 작업을 할 수 있고 외국에 진출하는 것도 쉬워진다.■시네마서비스가 왜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보나.그들은 영화와 관련된 일에는 능통하지만, 재무문제나 국제적인 파이낸싱 같은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우리가 그런 분야에서 도
충무로, 금융자본과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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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출시된 재즈영화 3편 - <라운드 미드나잇> <버드> <델로니어스 몽크>때론 달콤하고, 때론 가슴을 저미는 재즈의 선율 가득한 걸작영화 세편이 나란히 DVD로 선을 보였다. <라운드 미드나잇> <버드> <델로니어스 몽크>(이상 워너 홈비디오)가 그것. 비디오로 출시된 바 있는 <버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DVD라는 특성에 맞게 돌비 5.1채널 사운드를 제공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을 좀더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이들은 재즈의 황금기로 불리는 비밥 시대의 거장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 피아노의 명인 버드 파웰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재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그리고 뭉클하게 한다.<라운드 미드나잇>, 버드 파웰의 인생유전1959년 천재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DVD 재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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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언론과 관객에게 호평, <반칙왕>도 성황갈라진 하늘과 땅을 지녀본 자들의 공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베를린은 칸이나 베니스보다 영화 바깥의 현실 정치에 민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경쟁부문에 초청해 놓고는, 영화보다 한국의 분단상황에 더 관심을 쏟는 건 아무래도 특이했다. 지난 2월12일 열린 <…JSA> 팀의 공식 기자회견장에는 판문점의 실상이나 한국의 통일방안을 묻는 독일 기자들의 질문이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독일 신문들의 영화리뷰도 현재의 남북한 관계에 상당량을 할애했다. 분단을 경험한 그들에게 또다른 분단국의 영화에서 발견한 이데올로기와 인간이란 질문이 낯설지 않은 탓도 있는 듯 했다.진보적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인간에서 살인병기로, 다시 인간으로: 한국에서 온 놀라운 영화 <…JSA>’라는 제목의 리뷰를 바로 그 질문으로 끝냈다. “총격전에 임하는 군인들이 보이는 초긴장된 반응이 때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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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계의 전설 하스미 시게히코를 만나다"나와 구로사와 기요시는 하스미 시게히코의 평론을 모태로 데뷔작을 만들었다. 싸구려 핑크영화였지만 하스미씨는 우리 둘을 극찬했고, 그 비평으로 인해 핑크영화를 안보던 이들도 극장으로 몰려갔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수오 마사유키(<쉘 위 댄스><으라차차 스모부>)의 이 발언은 두가지 점에서 놀랍다. 한국 풍토에선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한 사람의 평론이 창작의 모태가 됐다는 것, 그리고 그의 평론이 관객을 움직였다는 것이다.하스미 시게히코는 세계영화계 전체를 뒤져도 유례를 찾기 힘든 평론가다. 수오와 구로사와를 포함해 오늘의 일본 영화계를 이끄는 쟁쟁한 중견들을 감독의 길로 이끌고, 영화관객들에겐 둘도 없는 지침서를 제공한 인물이 바로 하스미 시게히코다. 더욱 의아스러운 점은 그가 프랑스에서 플로베르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들뢰즈와 푸코를 일찌감치 일본에 소개한 선구적 학자이며, 현재 도쿄대 총장으로 재직
하스미 시게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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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사건인가, 단순한 기업인수일 뿐인가. 지난 2월12일 로커스홀딩스(대표 박병무)가 시네마서비스(대표 김정상)를 인수한다는 발표를 한 뒤 충무로가 술렁이고 있다. 시네마서비스 인수에 관한 소식은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첫째로 1년 전 시네마서비스는 워버그핀커스로부터 거액의 외자를 유치해 또다른 회사가 대주주로 등장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며, 둘째는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하는 주체가 영화를 포함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싸이더스의 대주주 로커스홀딩스라는 점 때문이다.60% 지분 확보한 최대주주로 부상사실 금융에 관한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로커스홀딩스의 시네마서비스 인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거래의 내용을 단순하게 바라본다면 로커스홀딩스의 주식과 시네마서비스의 주식을 맞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주식 맞바꾸기 거래, 즉 스와핑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제3자 배
충무로, 금융자본과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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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엔터테인먼트, 미래에셋, KTB - 영화판을 움직이는 금융자본들, 그들만의 자금운용 방식 지형도바야흐로 영화계도 금융자본의 시대다. ‘포트폴리오, 리스크 셰어, 펀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생소한 단어들이 제작자들 사이에 자연스레 오르내린다. 최근 상황만 놓고보면 당연하게 여겨질 일이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없던 현상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00년 12월까지 출자하거나 출자검토중인 투자조합(펀드)만 9개, 금액으로 총 850억원 규모다. 100% 영화투자만 하는 펀드에서 40% 이상만 영화에 투자하면 되는 펀드까지, 성격은 다르지만 엄청난 금융자본이 영화계에 유입되거나 영화쪽 진출을 노리며 대기중이다. 한때 최고 인기직종으로 떠올랐던 펀드매니저가 영화계에서도 대접받는 자리가 됐다. 영화투자의 전문가들이 과거 대기업 영상사업 책임자들을 대체하며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파트너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잠시 넋놓고 있으면 어리둥절해질 만큼 영화계의 자본환경은 빨리
2001 충무로 금융자본,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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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팀 팀장 하성근“신규제작에 집중, 전문투자사로 자리잡을 것”지난해 강제규필름 지분투자를 비롯 영화부문에 192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신규로 영화제작 투자에 130억원을 더 쏟아부을 예정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2편 정도가 투자대상이다. KTB는 시네마서비스, CJ, 튜브같은 배급사 모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전문투자사로 자리잡을 생각이다. 직접 배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와도 손잡을 수 있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 6편에 투자했지만 올해는 시네마서비스나 튜브와 같이 할 수도 있다. 최근 상황을 볼 때 올해는 중요하다. 현재 9개 투자조합이 모은 돈 850억원이 영화제작에 집중된다면 영화계가 살판나겠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투자조합 돈 가운데 실제 제작에 유입되는 돈이 의외로 적을 수도 있다. 창투사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한 수익률이 낮으면 제작투자에 들어갔던 돈을 빼서 IT기업 쪽에 쏟아부을 것이다. 올해는 특히 외화가 강세
2001 충무로 금융자본,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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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영화를 완성할 때까지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언젠가 남동생이 내가 산 신발의 디자인을 보고 단순, 무식, 과격하다고 했던 것처럼, 그렇게 시작하고 완성된 영화였다. 그저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쌓인 상처의 깊이가 안타깝고, 그들이 나에게 주는 상처가 아파서, 라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고, 잠시라도 눈감으면 휘말리기 쉬운 체계적이고 피상적인 주류의 논리로부터 벗어나려고 무식하도록 일상적으로 접근했고, 그들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자신감을 강제하며 과격하리만치 솔직하게 기록했다. 이런 영화가 일반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대부분의 독립영화가 그렇듯이 한정되어 있었고, 여러 사람들 덕분에 그런 기회를 얻게 된 지금은 얼마나 많은 관객이 올까 하는 걱정과 어떻게 볼까에 대한 설렘을 가져보기도 한다.처음 영화를 하려고 결심했을 때,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화, 적어도 다양한 사고방식에 대한 외면과 거부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
<고추말리기> 개봉 앞둔 감독의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