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15일 첫 번째 시즌을 공개한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가 2026년 1월1일 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뒤집힌 세계(Upside Down)의 문이 완전히 닫혔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그동안 우리를 사로잡았던 <기묘한 이야기>의 매력을 되짚어봤다. 프로덕션디자인, 음악, 소품, 촬영, 심지어 로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화제였던 시리즈의 지난날을 추억하는 졸업 앨범을 펼쳐보자.
뒤집힌 세계의 문이 닫힌다. 넷플릭스의 대표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가 9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다섯 번째 피날레 시즌을 공개했다. 1980년대 인디애나주 가상의 도시 호킨스에 불어닥친 죽음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힐 일만 남았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연출 경력도 미미했던 신인감독 맷 더퍼와 로스 더퍼 형제는 스티븐 킹 소설과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세계를 뒤섞은 듯한 <기묘한 이야기>의 파일럿 에피소드 각본을 들고 수십개의 스튜디오를 돌아다녔다. 당시 할리우드는 초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세계를 구한다는 판타지 세계관의 이야기가 경쟁력이 없다 판단했을 것이다. 마블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였고,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가 만들어지던 시기였고, 스필버그 감독은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기획을 만지작거리던 시기였다. 이후 세상은 빠르게 변화했고 마블 천하도, <스타워즈>도, 메타버스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리지널 스토리의 기근이 왔다. 하필 10여년 전에 <기묘한 이야기>의 기획을 덥석 문 곳이 당시 어린 시청자 확보를 위한 기획을 원했던 넷플릭스였다는 점도 공교롭다. 초현실적인 염력을 지닌 일레븐과 친구들의 활약상이 넷플릭스의 대표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출연했던 아역배우들은 시즌이 이어지는 동안 슈퍼스타가 되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과자, 의류는 미친 듯이 팔려나갔다. 추억의 팝송들이 에피소드에 삽입됐다는 이유로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블록버스터영화들이 누렸던 영광과 파급력마저도 재현했다.
아날로그적인 우정
휴대폰과 인터넷이 없던 시절, 약속 장소에 나가면 반드시 상대가 나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움직이던 1980년대. <기묘한 이야기>는 대략 1983년부터 1987년 사이가 시간 배경이다. 때문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을 때에도 아이들은 소통을 무전기 하나에 의존한다. 쉽게 닿거나 전달할 수 없는 인물들의 물리적 거리와 제약은 아이들에게 우정과 서로를 향한 믿음이라는 초월적인 소통 수단을 안겨준다. 현실과 동떨어진 뒤집힌 세계와 연관이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일레븐(밀리 보비 브라운)은 일종의 텔레파시 능력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친구들끼리 서로의 진심을 오해하기도 한다. 뒤집힌 세계로 사라져버린 아들 윌(노아 슈냅)이 살아 있을 거라는 간절한 믿음 하나로 버티는 엄마 조이스의 진심 역시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세계에서 윌이 보내는 빛의 신호가 유일한 진실이다. 그래서 각본가이자 감독인 더퍼 형제에게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반드시 1980년대여야만 했다. 사라진 윌의 행방을 좇는 친구들의 우정 전선은 아마추어 무선통신의 시대라서 더욱 공고해진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아이들의 진심으로 세계의 진실에 닿으려면 반드시 일레븐의 염력이라는 안테나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끔 이 안테나가 놀라운 초현실적 능력임에도 장기 연애를 해야 할 때는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날 때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는 성장통을 겪는다. 잔혹한 전투 끝에 이들이 거머쥐는 건 우정과 성장 서사다. 이제 막 유행하기 시작한 컴퓨터게임, 스케이트보드, 카메라, 그리고 이들에겐 성경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판타지 게임 <던전 앤 드래곤> 등은 모두 이들의 우정과 성장의 상징물이다.
너드의 반격
호킨스 중학교 시청각 클럽 멤버인 마이크 휠러(핀 울프하드), 더스틴 헨더슨(게이튼 마타라조), 루카스 싱클레어(케일럽 매클로플린), 윌 바이어스는 매일 밤 마이크네 지하실에 모여 판타지 게임 <던전 앤 드래곤>을 플레이하며 우정의 벽을 두텁게 쌓는다. 난데없이 나타난 불청객 일레븐에 의해 우정이 깨질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사라진 윌을 찾아야 한다는 하나의 목적성 때문에 이들의 우정은 더욱 두터워진다. 시즌1은 바로 어린 중학생 소년, 소녀들의 우정이 단단하게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시즌2에서는 일레븐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해 뒤집힌 세계를 봉합해버린다. 어느덧 훌쩍 자란 이들에게 위기란 늘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다. 핼로윈데이에 모두가 코스튬을 입고 등교할 줄 알았지만 오직 네 사람만 <고스트 버스터즈> 코스튬을 하고 학교에 갔다가 아이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할 때가 위기이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루카스가 <던전 앤 드래곤>의 늪에서 빠져나와 농구부에 가입했을 때가 위기다. <던전 앤 드래곤>게임에 영원히 갇혀 성장하지 못할 것 같은 이른바 너드 캐릭터들에겐 던전 밖은 지옥이다. 세계를 구할 필살기는 전부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은 그림자 계곡을 닮은 뒤집힌 세계의 구조를 이해할 때도, 마인드 플레이어를 비롯해서 최종 빌런 베크나와 연결되어버린 윌이 후천적 노력으로 이뤄진 마법사가 아니라 타고난 능력을 지닌 소서러에 가까운 존재라는 걸 이해할 때도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사고한다. 클라크 선생님으로부터 전수받은 양자역학 이론에 입각해서 호킨스 연구소의 박사들과 베크나가 건설한 뒤집힌 세계 웜홀 구조를 이해할 때도 더스틴의 해박한 지식과 이해 능력이 필수다. 학교 친구들로부터 유별나다고 놀림받던 친구들이 특수한 장기를 살려 세계를 구하는 짜릿한 영웅 서사.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가 9년 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비법이다.
시작과 끝을 비틀다
호킨스 국립 연구소의 모든 음모가 다 밝혀졌다. 존속살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 헨리 크릴의 능력을 이용해서 생체실험을 벌이던 연구소는 그 부작용으로 다른 차원의 문이 열려버린 것을 덮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뒤집힌 세계로 빨려들어간 헨리는 흑화해서 베크나란 어둠의 존재로 거듭났다. 그는 현실 세계를 뒤엎고 복수를 위해 마음이 연약한 아이들을 납치, 흡수할 계략을 꾸민다. 정부는 소련이 이를 무기화할 것을 우려해 비밀 실험을 강행한다. 그 과정에서 일레븐이라는 히어로가 만들어졌다. 일레븐은 이제 호킨스 마을의 위기, 나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할 결의에 차 있다. 모든 위기의 시작점에서 다시 돌아가 현실을 원래대로 돌이키려 한다. 다섯 번째 시즌의 최종 장에서는 첫 번째 희생양이었던 윌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 어려서부터 친구들과는 다른 아이였음을 자각한 소년은 마지막 전투에 앞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모두에게 고백한다. 두개의 파트로 나누어 공개했던 시즌5에서 변화한 윌의 캐릭터에 대해 전세계 시청자가 최고라고 추켜세웠다가 어색하고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이라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더퍼 형제를 비롯한 <기묘한 이야기>의 제작진은 너드들의 전유물처럼 취급되던 판타지의 세계관 안에서 우정과 사랑과 같은 삶의 가치를 쟁취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부터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것이 곧 최종 빌런 베크나가 진정한 자신인 헨리를 잃어버린 이유이고, 괴물 같았던 일레븐이 스스로의 존재를 사랑하며 친구들을 지킬 히어로가 된 이유다.
9년간의 대장정을 이어온 <기묘한 이야기>를 연출한 더퍼 형제는 이를 끝으로 넷플릭스와 오랜 인연을 마무리한다. 할리우드 연예 소식에 따르면, 이들은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영화, TV, 스트리밍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4년 독점 계약 계약을 체결했다. <죠스>와 <배트맨>에 열광했던 두 형제가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다시 전통적인 영화 스튜디오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들이 아주 기상천외한 극장용 영화를 들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