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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환승장에서 생긴 일, 천국 로맨스 <영원>과 할리우드 ‘필름 블랑’의 노스탤지어

기분 좋은 가정법의 실현은 할리우드영화가 입증한 가장 유효한 쓸모 중 하나다.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한다면? <영원>의 골치 아픈 주인공 조앤(엘리자베스 올슨)에게도 문제적 행운이 주어진 참이다. 무대는 영원으로 가는 환승장. 가고 싶은 천국을 망자가 직접 선택하는 합리적 사후 세계가 펼쳐진다. 암 투병 중 생을 마친 조앤은 그곳에서 67년 전 전쟁으로 사별한 전남편 루크(캘럼 터너), 평생을 해로한 현 남편 래리(마일스 텔러) 사이에 놓인다. 사후 환승 연애를 펼치는 세 남녀의 로맨스 <영원>에 깃든 저마다의 사정은 복잡하겠으나 영화가 맺히려는 영점만큼은 단일하다. 화사한 색채와 아날로그적 물성의 질감을 최대한 살린 세트장의 스크루볼코미디가 삶의 뭉클함에 닻을 내릴 때까지, 어떤 영화는 도착지를 알고도 즐거운 여정처럼 관객을 실어나른다. 이 익숙함은 달리 말해 필름누아르의 맞은편에 선 필름 블랑을 향한 향수이기도 하다. 사후 세계와 초월적 사랑을 다루는 밝고 따뜻한 환상극 <영원>과 함께 할리우드의 작고 다감한 전통을 돌아보려 한다. 오늘날 필 굿 무비로 통칭되는 ‘기분 좋은’ 영화들의 팔레트에서 빌리 와일더, 에른스트 루비치, 마이클 파웰에머릭 프레스버거의 색채를 찾아보았다.

*이어지는 글에서 <영원> 리뷰와 A24 영화 속 빌리 와일더, 에른스트 루비치, 마이클 파웰에머릭 프레스버거의 색채 찾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