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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 인생은 중고 서점에서 100엔에 파는 그런 책이 아니잖아! - <올 그린스> 리뷰와 비하인드

같은 반 동기인 보쿠 히데미(미나미 사라), 야구치 미루쿠(데구치 나쓰키), 이와쿠마 마쿠(요시다 미즈키)가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다. 시골 공업고등학교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세 사람은 관심사도, 흔히 말하는 학교에서의 ‘서열’도 다르지만 고립된 고향을 벗어나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일치한다. 래퍼를 꿈꾸는 히데미는 선배 래퍼의 집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하려다 성폭행을 당할 위험에 처하고,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동료의 집에서 발견한 대마 씨앗을 쥐고 도망친다. 가장 인기가 많던 미루쿠는 학교에서 공업 기술을 배우던 중 사고로 새끼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는다. 미루쿠를 따르던 친구 모두가 그를 외면하고 우연히 히데미가 버스킹을 하는 걸 목격한 뒤로 둘은 가까워진다. 여기에 만화가를 꿈꾸는 마쿠가 합세한 팀 ‘올 그린스’는 대마초를 판매해 얻은 자금으로 독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오랜 기간 버려졌던 학교 옥상의 비닐하우스와 ‘원예 동아리’가 되살아난다.

<올 그린스>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삶의 돌파구를 찾은 10대를 무대 위로 올린다. 대마초를 판매하는 겁 없는 청소년들은 한국의 시리즈물인 <소년비행>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미성년자들의 대범한 범죄를 성인 누아르에 빗대 그려내진 않는다. 오히려 코미디가 가미된 B급 청춘드라마의 톤에 가까우며 대마초를 키워 마약을 제조, 유통하는 방식을 자세히 묘사하는 대신 확보된 자금을 아이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만화를 좋아하는 마쿠와 학교 후배는 새 태블릿을 구매하고 남학생 커플은 졸업한 뒤 함께 살 집을 알아본다. 미루쿠는 엄마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길 바란다. 교실과 집을 지옥이라 여기던 주인공들은 자신들처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만큼은 안도한다. 어른은 절대 발 들이지 않는 학교 옥상, 금단의 공간에서 올 그린스팀은 소속감을 느끼며 불투명했던 각자의 미래를 구체화한다.

올 그린스 멤버들은 학교에 부적응하거나 후천적 장애를 얻은 학생, 오타쿠, 성소수자들이다. 좋은 성적과 뚜렷한 재능으로 빛나는 아이들을 받쳐주는 주변부가 아니라 명확한 꿈을 가지고 나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러면서도 절대 섞이지 않을 무리의 아이들을 밀집시키는 동시에 관객의 시야를 주변부로 확장시킨다. 재정 문제로 고향을 벗어나는 꿈조차 꾸기 어려웠던 아이들은 영화에서 연민이 아닌 애정 어린 시선의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단죄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만화적 과장을 더해 이들을 또 다른 가능성의 영역으로 내보낸다. 판타지처럼 마무리된 아이들의 세상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어른들이 자신을 무엇으로 규정하든 절대 정해진 길을 걷지 않겠다는 아이들의 유쾌한 선언은 이들을 오래도록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반골 기질과 유머는 살리고

미나미 사라.

원작 소설 <우리들의 비밀 온실>로 데뷔한 1999년생 나미키 도 작가는 이 작품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상을 수상했다. 고야마 다카시 감독은 차기작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 곤도 다마 프로듀서로부터 <우리들의 비밀 온실>을 건네받았고, 주인공들이 “교실 한구석에서 반의 화려한 중심인물들이나 학교의 소란”을 바라보며 “답답해하는 청춘”(<시네마 아트 온라인>)의 내면에 강하게 이끌렸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반골 기질과 유머를 섞어 현실을 가볍게 흘려보내는 원작의 감각을 유지하되 영화의 형식에 맞게 올 그린스 멤버들의 가족, 판매자의 서사를 들어내고 히데미에게 초점을 맞췄다. 흐름이 빠른 중·후반부가 너무 다이제스트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영화의 오리지널 스토리로서 올 그린스 멤버들의 도쿄로의 모험을 또 다른 클라이맥스로 추가했다. 추가된 에피소드를 원작 소설가가 재밌어했다는 것이 고야마 다카시 감독이 전한 후문이다.

SF, 만화, 영화로 현실을 돌파한다

데구치 나쓰키.

세 소녀의 취향은 뚜렷하다. 히데미는 <시녀 이야기>를 읽으며 등장하는데 랩 네임을 윌리엄 깁슨의 저서 <뉴로맨서>로 활용하는 것만 봐도 그가 SF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장뤼크 고다르, 존 카사베츠 감독을 존경하며 <캐리><가여운 것들>등 폭넓은 영화 취향을 자랑하는 미루쿠는 언젠가 자신이 영화 촬영 현장의 일원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올 그린스 멤버들이 대마초를 판 수익을 정산하자마자 츠타야 서점으로 달려가 <스킵과 로퍼> 전권을 사는 마쿠. 자신의 첫사랑이 <포켓몬스터>의 파이리라는 그는 만화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지겨워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올 그린스>의 공간적 배경인 도카이무라는 실제로 일본의 이바라키현 동부 해안에 있다. 1999년 연쇄 핵분열이 발생한 ‘도카이무라 JCO 임계사고’로 유명한 이 지역은 세 주인공이 꿈을 펼칠 기회가 전무하다시피 한 공허한 땅이다. 이들이 즐기는 SF, 만화, 영화는 현실에서 벗어날 도피처이자 또 다른 세상을 열 돌파구로 작용한다.

첫 장르, 첫 연기, 첫 랩

요시나 미즈키.

넷플릭스 시리즈 <너에게 닿기를>의 로맨스 주역이었던 미나미 사라, 모델이자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데구치 나쓰키, 애니메이션 <룩백>의 쿄모토 목소리 연기를 맡은 요시다 미즈키 등 세 주연배우 모두 현재 일본의 라이징 스타다. 미나미 사라, 데구치 나쓰키는 주로 청순하고 온화한 역할을 해왔기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올 그린스>에서의 배역은 배우와 연출진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한다. 특히 미나미 사라는 일본의 힙합 그룹 도스 모노스의 멤버 조 지트의 지도로 원작과 대본에도 없는 랩을 추가해 난생처음 랩을 시도했다. 본래 힙합 음악을 좋아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소화했고, 고야마 다카시 감독은 “미나미 사라 배우가 평소 말할 때에도 리듬감이 좋은 편이라 랩과의 상성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나미 사라, 데구치 나쓰키, 요시다 미즈키가 꼽은 명대사

미나미 사라 “우리 인생은 중고 서점에서 100엔에 파는 그런 책이 아니잖아!”

데구치 나쓰키 “같이 돈 벌자고 하면 너희 할래?”

요시다 미즈키 “제일 좋아하는 만화 말해봐.” “<더 월드 이즈 마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