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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자유보다 아름다운 것은 자유를 향한 투쟁”, 마르잔 사트라피의 영원한 안식, 마르잔 사트라피(1969~2026)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2026년 6월4일 파리,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의 작가 겸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가 56살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남편 마티아스 리파가 암으로 떠난 뒤 약 1년이 지난 시점의 일이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남편을 잃고 나서 그녀는 지속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녀가 완성한 고유한 작품의 결에서 드러나듯, 그 슬픔은 진실된 감정에서 비롯된 결과였을 것이다.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된 일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세상의 법칙과 타협하지 않는 작가였다. 그리고 개인적인 표현을 공적으로 소환한 예술가였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마르잔 사트라피의 마지막 작업은 ‘2024 파리올림픽’을 위한 삼면화 형식의 대형 태피스트리 작업이다. 에펠탑 아래에서 도약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화려한 색감으로 구성한 이 작업은 2021년 7월 프랑스 문화부의 의뢰로 제작되기 시작해 약 3년간의 작업을 거쳐 지금은 프랑스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품의 제작 과정을 함께한 갤러리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인생 후반기에 그녀는 항상 남편과 함께 작업했고 그가 투병하기 시작하면서 치료를 위해 모든 일을 중단한 채 헌신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겨진 7개의 낱말 분할피드, “내 인생의 사랑을 잃었다”(I Lost the love of my life)라는 그래픽이야말로 진정한 개인적인 예술의 흔적이라 말할 수 있다.

1969년 이란 라슈트의 공산주의 성향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마르잔 사트라피는, 14살 때인 1983년에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빈에서 프랑스식 고등학교 리세를 졸업한 뒤, 1988년 이란으로 돌아와 테헤란의 미술학교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1994년에는 다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장식미술학교를 다녔고, 1995년에는 파리로 거주지를 옮겨 만화 작가 그룹 ‘아틀리에 데 보주’(Atelier des Vosges)의 일원이 됐다. 당시 파리에서의 경험은 그녀의 커리어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이 그룹은 미학적으로 특정한 목표를 공유하는 유파가 아니었지만, 여러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대표적으로 아틀리에에서 만난 만화 스토리 작가 크리스토프 블레인을 통해 사트라피는 ‘삽화’의 실질적인 작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일러스트레이터 다비드 보샤르의 도움으로 ‘만화 문법’ 기초를 익힐 수 있었다.

2000년 마르잔 사트라피는 인생의 역작이라 불리는 데뷔작 <페르세폴리스>의 첫권을 출간한다. 2001년 개최된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이 책은 심사위원상 최우수 데뷔작상을 수상했고, 곧바로 <페르세폴리스>2권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렇게 2003년까지 총 4권의 <페르세폴리스>연작이 출간된다.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 영어로도 번역되었는데, 이는 당대에 이란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영어 그래픽노블이었다. 이후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란 여성들’에 대한 일화를 모은 만화책 <자수>를 내놓았고, 이어서 <자두를 곁들인 닭고기>를 통해 스스로가 지닌 전복적이고도 시적인 감수성의 세계를 완성해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페르세폴리스>의 동명 애니메이션이 2008년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뱅상 파로노와 공동 연출한 이 영화는 2007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컴퓨터그래픽 대신 수작업을 위주로 완성한 심플하고 우아한 흑백의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는 비평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페르세폴리스>는 1979년 이란이 이슬람 공화국으로 변모한 ‘이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한 소녀 마르잔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터뷰를 통해 작가가 밝히듯, 자전적이고 역사적 사건에 기반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지정학적이거나 역사적인 것과 상관없는 보편적인 내용”을 전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자전적 픽션’이라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표현주의적 요소가 포함한 우울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는 필름누아르의 고전적인 정서를 함유한다. 이슬람 공화국의 수립과 함께 복장과 행동을 통제하는 혁명수비대의 시대가 시작되자, 어린 마르잔은 그 현실을 벗어나는 혁명가가 되길 꿈꾼다. 곧이어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고 폭격과 위협, 가족의 실종과 같은 악몽이 소녀의 눈앞에 펼쳐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겪는 사춘기의 정서와 외로움의 감정은 도망칠 수 없는 실질적인 현실과 연관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감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러한 고난을 그려내는 데 있다. 간결한 선과 미니멀한 색채로 채워지는 96분의 러닝타임은, 흡사 <노스페라투>의 주인공 후터가 휩쓸리는 기괴한 사건들의 연관고리처럼 희극과 비극의 교차점에 놓인다. 영화 속 인물이 겪는 죽음과 공포의 힘은 사실적 현실과 결합되고, 도덕적 이분법의 관점에서 형이상학적 시처럼 느껴진다. 사회적인 공포의 연결에서 <페르세폴리스>는 유머를 잃지 않는 영화이기에 대중과 공감할 수 있었다.

2023년 이란의 히잡 시위를 발발하게 한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 이후,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란 시민의 시위를 지지하는 ‘여성, 삶, 자유’ 운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동명의 만화책을 발표했다. 그녀의 작업은 항상 자신의 삶을 비추었다. 솔직하고 담백했으며, 스타일과 어조에 있어서 매혹적이었다. 2023년 이란의 여성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무렵, 그녀는 <프랑스라디오>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자유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단 하나뿐인데, 그것은 바로 자유를 위한 투쟁이다.” 그녀가 연출한 마지막 실사영화 <디어 파리>가 개봉되었을 때, 또다시 그녀는 같은 채널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삶의 끝은 참으로 슬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슬픔에 굴복하고 죽음을 맞이든, 아니면 웃어넘기든 둘 중 하나다. 웃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일이다.” 죽음이라는 터무니없고 비극적인 현실이 지닌 역설, 언제나 진심을 담아서 예술을 실행했던 마르잔 사트라피의 삶을 돌아본다. 이란 예술영화의 전통을 잇는 독창적 여성감독의 영혼이 평안한 안식을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