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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카메라 앞에서 - <면도> <파문>(가제)의 배우 가사마쓰 쇼

- 최근 차기작 촬영을 마무리했다. 무엇을 하며 잠시 숨을 돌리고 있나.

가족,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다음에 찍을 작품을 준비해야 해서 시나리오와 기획서도 틈틈이 확인한다.

- 작품과 작품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 주로 여행을 다니는 편인가.

보통 일본 집에서 머무는 걸 좋아하는데 다양한 나라에서 일할 기회가 있으니 반은 일하고, 반은 여행하는 느낌으로 지낸다. 변요한 배우와 같이 작품을 했을 때 그가 현장에서 일할 땐 일하고 쉴 때엔 친구들과 편한 분위기로 있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나도 지금은 친한 동료들과 종종 현장에 함께하고 또 같이 쉬는 식으로 임한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카메라 앞에서

-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예고했다. 그렇게 결심한 계기가 있는지.

<굿뉴스>를 찍을 때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한국 배우들과 재밌게 촬영했고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이 굉장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배우가 일을 고를 순 없으니 대신 자신에게 오는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서 나를 불러주었으니 이것 역시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 한국과 일본 현장에선 어떤 차이가 느껴지던가.

한국은 영화를 촬영하기 전 준비를 무척 많이 한다. 콘티를 짜거나 의상, 헤어스타일 등 캐릭터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시간을 들여 준비한다. 반면 일본은 현장에 들이는 시간이 훨씬 길다. 일본이 현장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기적을 바란다면, 한국은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다는 느낌이다.

- 2013년 무렵부터 쉼 없이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 데뷔 10년차를 훌쩍 넘었고 일본, 미국, 한국 등 활동 영역도 계속 넓혀가는 중이다. 연기할 때 무엇이 그렇게 재밌던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영화와 드라마를 찍고 다른 배우들과 현장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그것만으로는 재미를 느낄 수 없는 몸이 됐다. 1~2년 전 어려운 작품들을 많이 했다. 한국의 <굿뉴스>, 일본에선 <간니발>을 촬영했고 호주, 미국 등에서도 작품을 했다. 수백명의 스태프와 함께 엄격한 계획하에 촬영하는 현장이었다. 외국어 대사와 일본과 다른 문화 차이로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 집에 가서 울기도 했다. 그런데 작품들이 공개되니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더라.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선 ‘이게 맞나?’ 싶어도 나중에 어떻게든 관객 반응이 올 거라고 믿으며 일하게 됐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좋은 연기를 위해 카메라 앞에서 배우로서 싸움을 이어간다. 1~2년 전엔 내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재밌었는데 지금은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재밌다. 지금까지 좋은 감독님과 좋은 현장을 경험했고, 또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 왔다.

- 실제 관객으로서의 취향은 어떤가. 필모그래피와 연결해 이야기해보자면 유독 누아르, 스릴러가 많은데 본인의 취향과 겹치는 지점도 있나.

원래 같으면 ‘이건 나의 지향입니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사실 나도 로맨스나 반짝반짝한 작품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제안이) 안 온다!

- 로맨스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지 않나. 물론 정통 멜로는 아니었지만….

정통 멜로를 하고 싶은데! (웃음) 차기작 중 <면도>는 대표님이 “쇼, 이제 로맨스하자”며 기획서와 함께 연락을 주셨다. 그래서 ‘아, 드디어 나에게도 로맨스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현장에선 불이 나고 특수분장을 하고…. 연기가 무겁고 깊고 어려웠다. 스릴러, 누아르가 많이 들어와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다. (웃음

- 왜 본인이 스릴러, 누아르에 어울리는 이미지로 읽히는지 고민해본 적 있나.

호러, 스릴러, 액션 장르는 연기해야 할 레이어가 많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데 나는 몸도 정신도 강해서 이 정도로는 지지 않는달까. 이런 역할을 많이 하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는데 나는 관계없이 즐겁게 하는 편이다.

- 멘털이 건강한가보다.

건강하다기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아도 좋달까. 멋있게 보이고 싶고 악역을 해내는 연기력도 보여주고 싶고, 이렇게 목표가 많으면 촬영 때 힘들어진다. 나는 그런 것 없이 내 캐릭터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순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지 않겠다는 마음

- 작품 이야기도 해보자. <간니발>의 케이스케는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다. 가문을 이끄는 가주인 동시에 반역자라 깊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캐릭터 파악이 어려워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고, 케이스케의 내면을 4개의 박스로 나눠 소통했다. 나는 배우의 자유로운 연기를 믿지 않는다. 자유롭다는 것은 애매하고 같은 연기를 또 하기 어렵다. 오히려 인물의 정신상태나 몸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인물의 마음을 다시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눈물 연기를 할 때 첫 테이크에는 많이 울 수 있지만 10번, 20번 반복하면 나중에는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인물이 어떤 감정인지 구체적으로 잡아두면 눈물이 나오지 않아도, 이를테면 몸의 움직임은 달라도 똑같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케이스케의 상태를 4개의 박스로 나눠 여기선 1번, 저기선 2번 이런 식으로 정확히 연기했다.

- <간니발> 시즌1과 시즌2의 접근법이 달랐나. 시즌1의 케이스케는 속내를 알기 어려웠지만 시즌2에 들어서 비로소 케이스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함께한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어려웠다. 축구로 말하면 시합할 때 좋은 선수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패스를 못 받지 않나. 촬영 현장에서도 믿지 못하는 상대 배우에게는 절대 100%의 연기를 하지 않는다. <간니발> 현장에선 서로에게 연기로 인정받겠다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절대 이 사람에게 지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긴장감이 정말 재밌었다. 시즌1을 그렇게 하니 시즌2에서는 오히려 가족처럼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 <간니발>을 함께한 배우들과는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며 지난해엔 크리스마스 파티도 함께했다.

- <간니발> 시즌2의 결말을 무척 신경 써서 연기했다고. 전체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도 한데 연기한 배우로선 케이스케의 선택이 이해가 되던가.

이해됐다. <간니발> 시즌2를 촬영할 무렵에 일본 매니지먼트에서 독립해 활동 중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활동할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케이스케도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것과 다름없다. 내가 케이스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스케만이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 느끼며 연기했다. 그래서 케이스케의 정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했다. 케이스케 역시 그에 속하는 캐릭터일 텐데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재미는 무엇인가.

어떤 캐릭터든 다 양면성이 있다. 좋은 사람도 나쁜 일을 하고, 나쁜 사람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행동 하나만으로 상대가 선하거나 악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맡은 캐릭터를 나쁜 사람, 착한 사람이라고 정해두기보다 애매하게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렇게 연기하게 된다.

- <모범택시3>에서는 야쿠자 마츠다 역으로 등장했다. 마츠다의 액션신이 화제가 됐는데.

일본과 한국 액션이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일본은 액션 리허설을 할 때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유하고 배우를 소중히 한다. 반면 한국에선 액션신을 찍고 나면 몸에 멍이 들 정도다. 함께한 액션팀이 가끔 무섭고 무섭고 현장에서 많이 달려야 했지만 끝나고 나면 마치 동아리 활동을 한 것처럼 재밌었다. 촬영이 끝나갈 즈음엔 액션감독님을 ‘보스’라고 부르고 있었다.

- 마츠다가 자신은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쉽게 도기(이제훈)를 신뢰한다. 속은 여린 야쿠자였던 걸까.

나도 시나리오를 읽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읽어도 마츠다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렇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감독님과 그에 관한 의견이 다르긴 했는데, 나는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마츠다의 마음을 연기했다.

- 맡은 캐릭터를 준비할 때 시나리오에 집중하는 편인가.

주로 캐릭터와 나의 공통점을 찾고 나머지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연기한다.

- <굿뉴스>의 덴지는 자기 신념이 무척 강하다. 반드시 평양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비행기를 하이재킹하는 광기를 보이는데 덴지와는 어떤 접점이 있다고 봤나.

가사마쓰 쇼, 1970년대로 갔다.’ 이것만 생각했다. 덴지는 별 이유 없이 오직 평양에 가겠다는 의지만 있다. 가령 연인들이 크게 싸웠을 때 계속 화를 내다보니 어느샌가 자신이 뭣 때문에 화를 내는지도 모르고 그저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마음만 남은 것처럼. 덴지도 평양에 가겠다고 말할 뿐 어떻게 가고 싶은지, 왜 가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 역시 그런 감정을 느껴본 순간이 있다. 그래서 덴지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 <굿뉴스>는 내내 좁은 비행기 내부에서 촬영해야 했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변성현 감독님은 프레임 하나하나를 엄청 중요시했다. 비행기 안에서 연기하다 보니 일일이 모니터를 할 수 없었고, 감독님이 원하는 바를 완벽히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귀찮을 법한데도 감독님은 촬영을 마친 뒤 꼭 나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연기한 게 화면에 어떻게 비치는지, 무엇이 좋았고 다음에 이렇게 연기하면 더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정말 많이 배웠다.

반짝반짝 바라보겠다

- 지금까지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가사마쓰 쇼를 처음 본 이들에겐 대표작으로 무엇을 소개하고 싶나.

각자 다른 이유로 인상 깊은 작품이 있다. 첫째로 <꽃과 비>(<花と雨>)다. 23~24살 때 처음으로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역을 따낸 작품이다. <꽃과 비>가 개봉했을 때 관객이 많이 들지 않았고 상을 타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꽃과 비>가 정말 좋은 영화였다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연기하는 계기가 됐다. 다른 하나는 오리지널 드라마 <도쿄 바이스>다. 영어 대사도 많고 할리우드 스타들과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잊을 수 없을 만큼 바쁘게 보냈다. 다만 <도쿄 바이스>를 계기로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더 다양한 배우 활동으로 이어졌다. <도쿄 바이스>가 없었다면 아마 <굿뉴스>제안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 <면도> <파문> 등 차기작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면도>는 김정훈 감독님의 13년 만의 신작이고 노정의 배우와 열심히 촬영했다. 현장에서 일부 일본어 대사가 추가됐지만 대부분이 한국어 대사다. 이렇게 한국어 연기를 하는 건 처음이라 두렵기도 했다. 그 밖에도 재밌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다 같이 재밌는 트릭을 고민하며 만들어갔다. 영화 팬들이 특별한 작품이라고 느끼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었다. <파문>에선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지 않다. <면도>에선 내가 주연이고 변요한 배우가 특별 출연했는데, 반대로 <파문>는 변요한 배우가 주연이고 내가 특별 출연했다. “변요한 배우처럼 너도 와서 특별 출연해줘”라는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긴장하며 현장으로 달려간 기억이 난다.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영화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트로피>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감독님의 연락을 받고 이틀 정도 촬영했다. 역시 분량이 많진 않지만 관심 있는 분들이 챙겨봐주시면 좋겠다. 그렇지만 남은 인생에서 영화를 한편밖에 못 본다면, <면도>를 봐주길 바란다. 그동안의 누아르, 스릴러 작품에서 갈고닦은 연기를 <면도>에서 집대성했다. (웃음) 노정의 배우와의 커플 연기도 어려웠지만 그 설렘으로 두근두근하는지, 아니면 섬뜩함과 긴장감으로 두근두근하는지 관객들이 확신할 수 없게 연기했다. 그런 흔들다리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 앞으로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 배우, 감독이 있다면.

나는 고백을 받으면 고백의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다. 어제까지 아무 생각 없던 친구가 오늘 “쇼, 나는 쇼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 오늘부터 이 사람이 반짝반짝해 보인다. 그러니까 나는 러브 레터를 쓰진 않는다. 다만 내게 러브 레터를 주면 그날부터 당신을 반짝반짝하게 보겠다. (일동 웃음)

-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면도>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만나자. 사진도 찍고, 악수도 하고.

- 그때 팬들이 러브 레터를 주면 어떻게 되나.

반짝반짝 바라보겠다.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하지만, 반짝반짝 두근두근거리며 보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