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살지 않는 타이베이의 어느 아파트. 이곳은 공인중개사 메이(양귀매)에겐 공실이고, 납골당 영업 사원 샤오캉(이강생)과 노점상 아룽(진소영)에겐 빈집이다. 샤오캉과 아룽은 밤마다 각기 다른 방에서 남몰래 잠을 청하고, 메이는 이 집을 매도하기 위해 성실히 노동하다가도 이따금 사업장에서 위안을 얻는다.
도시의 사람들은 저마다 고독하며 적당히 기형적이다. 수많은 영화들이 이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이해왔고, 차이밍량의 <애정만세>도 그중 하나다. 잠시 몸과 맘을 섞으며 스칠 뿐 이렇다 할 소통이 전무한 세 사람의 관계는 도시 공간의 소외를 표상한다. 영화의 모든 요소가 이토록 직관적임에도, <애정만세>는 유독 시네필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몸짓과 표정만으로 정동을 일깨우는 배우들, 공간의 소음이 관객과 교감하도록 돕는 사운드디자인, 6분여의 엔딩 숏을 포함해 영화의 시공간에 오래 머물길 유도하는 촬영과 편집까지. <애정만세>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도시의 삶에 지친 관객이 극장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영화의 이점을 극한으로 고양하기 때문이다. 1994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며, 지난해 감독의 검수하에 4K 리마스터링을 거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