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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영화가 가진 고유한 디테일과 감성을 한눈에 담다 - <위커 맨: 파이널 컷> 등 포스터 디자인 작업한 이하은 그래픽디자이너

영화 애호가들에게 포스터는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소장하고 싶은 굿즈의 일종이다. 관객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은 이하은 그래픽디자이너는 최근 재개봉작인 <위커 맨: 파이널 컷> <경멸>을 비롯해 <지난 여름> <미명> <에스퍼의 빛> 등의 포스터 디자인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업자이기에 앞서 관객으로서 영화의 흔적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잘 안다는 그를 자신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의정부의 작업실 겸 집에서 만났다.

<위커 맨: 파이널 컷> 포스터의 중심에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상징물이 자리한다. 거대한 위커 맨과 언덕 위 작게 보이는 마을 사람들. 한눈에 보면 영화 속 핵심 소재를 강조한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이하은 디자이너가 처음 붙잡은 키워드는 위커 맨 자체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상한 마을, 길을 잃은 형사, 혼란에 집중했다. 그렇지만 위커 맨을 빼놓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눈에 압도되는 위커 맨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스틸컷만으로는 웅장해 보이지 않아 직접 그렸다.” 그가 주목한 것은 낯선 섬의 공동체와 그곳을 탐색하는 형사의 시선이다. 메인 포스터에는 직접 표현한 위커 맨을, 서머아일 포스터에는 영화 속 사건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을 담기 위해 상징물과 더불어 숫자를 넣었다. 자세히 보면 그림 곳곳에 숫자가 적혀 있다. 이는 형사가 사건을 따라가며 발견하는 단서의 순서다. 포스터를 마치 형사가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 도감처럼 보이게 한 이유다.

<위커 맨: 파이널 컷>이 그림을 통해 영화의 세계를 확장한 작업이라면 <경멸>은 서로 다른 이미지와 질감을 겹쳐 콜라주 기법으로 영화의 균열을 표현한 작업이다. 그는 누벨바그 시대 포스터에서 보이는 콜라주 방식에 주목했다. 하나의 이미지로 영화 전체를 설명하기보다 여러 요소가 겹쳐진 형태를 만들고 싶어 중심 이미지로 브리지트 바르도의 얼굴을 택했다. 영화 속 카미유가 가진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경멸이라고 하면 찡그리거나 경멸하는 표정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나는 영화 속에서 카미유가 짓고 있는 표정이 많은 걸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타이틀 타이포그래피 역시 영화의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제목을 여러 번 적어보며 글자가 늘어나는 형태를 만들었고, 영화 속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착안해 아래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형태를 완성했다. 제목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하은 디자이너의 작업은 스스로 적어내린 키워드에서부터 시작된다. 특정 장면 하나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단 스스로 해석한 영화 전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살핀 뒤, 색감과 질감, 주요 이미지를 결정한다. 에서도 색과 질감은 영화의 감각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는 영화 속 마지막 순간의 석양을 떠올리며 색을 선택했고, 매끄럽지 않은 질감을 만들기 위해 이미지를 픽셀처럼 깨고 불씨가 흩날리는 느낌을 더했다. 여러 층의 질감이 겹치며 만들어진 빛을 통해 영화가 가진 기이한 에너지를 표현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이하은 디자이너. 그러나 분명한 방향은 있다. 특정한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내 스타일이 뭘까 생각하면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결국 내 취향이 반영되는 것 같다.”

이하은 디자이너는 중학생 때부터 미용을 했지만 현실성을 고려해 첫 대학은 회계학과로 진학했다. 1년을 다니는 동안 이방인 같다는 느낌을 받아 좋아하는 것을 다시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순수예술이었으나 스스로의 성향까지 고려해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가 말하는 작업의 방향은 ‘개성’이고 그 개성을 만드는 것은 다양한 요소를 모으고 조합하는 과정이다. 스스로를 ‘맥시멀리스트’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뭐든 자꾸 추가하는 습관이 있다. 빈틈없이 가득 차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뺄 때는 빼야 하는데… 그게 지금 나의 숙제다.”

영화 포스터는 관객에게 영화와 만나는 첫 번째 이미지이자 때로는 소장하는 물건이 된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포스터를 모아온 경험은 작업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이하은 디자이너는 관객이 포스터를 받아 벽에 걸어두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나도 포스터를 수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장하고 싶은 가치가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가 더 시도하고 싶은 것은 화면 안에서 끝나는 작업보다 실제 물성을 가진 결과물이다. 디지털 작업이 늘어나는 시대에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이미지와 오프라인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작업해보고 싶은 장르는 컬트영화다. 정형화되지 않은 이미지와 독특한 세계를 가진 영화일수록 재구성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를 해석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는 이하은 디자이너에게 컬트영화는 또 다른 가능성과 상상력의 씨앗이 될 것이다.

ITEM

맥북, 외장하드, 마우스

“디자인할 때 없어선 안될 필수 아이템 3종이다. 작업하지 않는 날에도 매일 세트로 챙겨 다닌다. 취향대로 스티커를 붙이거나 키링을 달았다.”

FILMOGRAPHY

2026 <위커 맨: 파이널 컷> <경멸>

2025 <미명>

2024 <에스퍼의 빛> <너는 나를 불태워>

2023 <지난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