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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치이카와, 네 정체가 무엇이냐? -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흥행을 둘러싼 이야기

이 동글동글하고 복슬복슬한 친구들이 대체 뭐길래? 한국엔 <먼작귀>(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로 수입되기도 한 <치이카와> 애니메이션과 그 원작 만화를 필두로 한 IP의 강세가 뚜렷하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하 <인어 섬>)은 개봉 첫날 관객수 12만2천명을 기록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와 2026년 애니메이션 오프닝 스코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일본에서 흥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호응을 불러일으킬 거란 예측은 현재 시장에서 정론이기 때문이다.

<인어 섬>은 9월27일 기준 일본에서 매출액 169억엔과 관객수 약 1155만명을 기록하며 올해 흥행작 1위를 차지했다. 김성일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수석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일본과 한국 10~20대의 정서적 교감이 무척 높은 추세다. 일본쪽 반응이 좋으면 한국에서의 상승효과도 자연스레 수반”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치이카와>IP의 인기는 현재 “젊은 세대를 점령”했으며 “이케부쿠로 지역의 애니메이션 관련 상점에 가면 100 중 80은 치이카와가 차지하고 있”(김성일)다. 김익환 전 <뉴타입> 기자는 “<인어 섬>의 배급사인 도호의 지원이 무척 강력했으며, 제작·투자·배급을 한몸에 지닌 영화사가 스크린과 특전, 방송 출연에 대해 검증된 IP를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현상”도 눈에 띄게 감지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일본에서 치이카와의 인기는 일시적인 유행을 초월해 같은 장기 정착형 IP에 진입한 상태”라는 현지 동향을 전했다.

<치이카와>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9월8일 발표된 일본 광고사 하쿠호도의 ‘콘텐츠 팬 소비 행동 조사 2026’에 따르면 <치이카와>IP의 지출 환기력(코어 팬의 소비에 의해 발생하는 관련 시장의 연간 규모 추정치)은 155억엔으로 <명탐정 코난> IP의 112억엔을 넘겼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도 지난 5월 “SNS를 중심으로 일종의 사회현상이 된 가 연간 수백억엔의 경제효과를 낳는 거대 IP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의 한국 오프라인 활동도 <인어 섬> 개봉에 맞춰 두드러지고 있다. 김익환 기자에 따르면 “<치이카와> 시리즈의 한국 상설 매장은 해외에서 세 번째로 오픈되었고, 지금도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선 관련 굿즈의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 일본인들이 한국에 상품을 사러 오는 경우도 감지”(김익환)될 정도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의 극장 무대 인사, 음악 방송 <엠카운트다운> 출연까지 이어지고 있다.

큐트+시리어스

<치이카와>의 인기 비결은 가벼운 소비층과 마니아 소비층을 두루두루 손에 쥔 IP의 성질에 있다. “어린이들과 라이트한 소비자들에겐 아침에 TV에서 보는 귀여운 캐릭터로 대중성을 키우고, 마니아들은 그 이면에 있는 어른의 세계에 대한 비유에도 주목”(김익환)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일 프로그래머의 설명도 유사했다. “<귀멸의 칼날>과 달리 <치이카와> 시리즈는 세계관을 엄밀하게 알 필요 없이 캐릭터의 형상만으로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동시에 철학적으로도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시리어스’한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 내 주요 문화비평가·연구자들의 주된 논의 대상이 될 만큼이다.

<치이카와>의 기본적인 세계관은 현실적이면서도 어둡다. 주인공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제초와 토벌을 하며 근근이 먹고사는 존재들이다. 강한 힘이 없지만 괴물들을 상대하며 살아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자격증 시험도 치러야 하고 토벌 순위도 신경 써야 한다. 명확하고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에 사는 것이다. <인어 섬>의 중핵도 마찬가지다. 토벌 보수 100배라는 (딱 봐도 수상한) 광고에 이끌려 어느 신비의 섬에 도달한 치이카와 일행은 서로 먹고 먹히는 주민들과 인어들의 관계를 목격한다. 이 사이에서 치이카와는 인어 고기에 얽힌 무시무시한 비밀을 알게 되고, 주민들과 세이렌+인어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탐정의 역할을 하게 된다.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얻고 두 집단 사이에서 깊게 고민한다. 물론 아주 심각한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귀여운 추임새와 졸망졸망한 눈빛의 흔들림으로 이 고심을 지속한다.

<치이카와>와 <인어 섬>에 대해 강현 문화연구자가 종합해준 일본 현지의 비평적 반응은 다음과 같다. “일본의 평론가 우노 쓰네히로는 <치이카와> 시리즈를 지속적인 빈곤 문제와 계층분화가 이뤄진 동시대 일본 사회의 우화로서, (때론 불법적인)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하층민이자 피지배계급의 비유”로 분석한다. <치이카와> 시리즈의 주연들에겐 성별, 종족, 나이, 직업 등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할 만한 특정 요소가 없다. 경제적 이유로 결혼·출산·가족 형성이 어려운 일본 사회의 계급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더불어 <인어 섬>에선 인간, 비인간의 경계조차 흐려진다. 치이카와는 말을 잘 못하는 캐릭터이지만, 빌런 격 등장인물인 세이렌이 되레 더 능숙한 화술을 펼친다. 선역과 악역의 구도 역시 끊임없이 뒤바뀐다. 계급 문제를 일차원적이고 도식적인 구도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유기체적 성질과 유사한 모순의 덩어리로 그리는 작법이 의 매력적인 지점인 것이다.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치이카와> 시리즈가 취하고 있는 추상적 세계관과 구체적 현실 묘사의 결합이다. 앞서 말했듯 캐릭터와 세계관의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작품 내 묘사되는 치이카와 친구들의 일상은 현실과 무척 가깝다. 특히 캐릭터들이 먹는 음식들이 그렇다. <인어 섬>만 해도 일본의 축제 음식인 다코야키, 야키소바, 맥주 등이 꾸준히 등장하고 <치이카와> 시리즈에서 주인공 일행은 비싼 금액에 손을 벌벌 떨며 라멘 한끼를 먹는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비평가 우타마루의 말처럼 동시대 일본 사회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우화”(강현)인 것이다. 또한 “우타마루는 가 일견 귀여운 캐릭터들의 엉뚱한 언행을 보여주는 힐링 일상 개그만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불온하고 잔혹한 분위기를 드러내며 일상 뒤에 놓인 권력·지배·착취 구조를 느끼게 한다”(강현)라고 평했다.

<치이카와>는 일본 사회의 암을 그리는 동시에 모종의 유토피아를 제공한다. 그 중핵은 ‘우정’이다. “비평가 미야케 가호는 이기든 지든 변함없이 곁에 있어 주는 친구들의 존재가 <치이카와>의 핵심이며, 에서도 ‘고독해지는 것(친구가 없어지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공포이자 벌임을 상징한다고 파악한다. 이에 섬의 정의나 세간의 규범, 윤리보다도 눈앞의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치이카와는 무엇보다 우선시한다. 현실 세계에서 보기 어려운 인간관계의 이상과 애틋함을 휴머니즘적으로 강조하는 작품”(강현)인 것이다. “비평가 나리마 레이이치의 주장에 따르면 <인어 섬>은 가족·연애·결혼이 부재한 1인 중심의 노동·경쟁 사회에서 친구 관계만이 가장 희소하고 소중한 것으로 다루며, 비평가 다다 게이스케는 이 전제가 <치이카와>의 세계관을 ‘안전하고 서로 해치지 않는 내부 세계’이자 배후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않고 ‘타인의 희생에 의해 유지되는 유토피아’로 작동시키면서 공감대를 부른다.”(강현) 이를 참고하면 의 마지막 부분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치이카와가 결정한 선택 역시 납득할 수 있다. (구체적인 결론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치이카와> 원작이 SNS인 X(구 트위터)를 통해 연재를 시작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강현 문화연구자는 “무척 동시적이고 즉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플랫폼의 성질과 호응하며, 한 화가 업로드되는 순간 애호적 소비와 고찰적 소비가 동시에 진행된다. 두 영역은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보완적으로 성립”한다며 “2010년대 후반부터 무르익은 소셜미디어, 캐릭터 중심의 IP 콘텐츠에 적절히 적용된 기획”이라 말한다. X에서 연재된 원작 만화, 단행본 만화, 숏폼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시리즈, 극장판과 2차 완구 시장 등까지 <치이카와>의 직관적이되 깊은 세계관이 곳곳에 펼쳐지며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형국이다.

<치이카와>, 한국 극장가까지 토벌할 것인가?

치이카와 무대인사 - 9월30일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다양한 극장별 특전과 무대인사와 굿즈로 팬들의 N차 관람을 부르고 있다.

다만 <치이카와> IP와 <인어 섬>이 한국에서도 일본만큼의 폭발적 인기를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시선도 있다. 일본의 IP 관계자들이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확보한 것을 보며 한국 시장 확대를 고무적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적극적인 회사를 제외하면 한국을 직접 진출의 대상으로 보는 견해는 소수이며, 광고 대행사를 거치는 한국의 마케팅 방식, 일반적이지 않은 합작 사례 등으로 대기업들도 아주 작은 규모로 진출을 시작하는 경우”(김익환)가 많다. 원천 IP를 지닌 기업이 보수적인 태도를 지닌 만큼 “한국의 시장 파악에도 한계가 있으며 그 인기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아직 1~2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김익환)하다는 것이다.

주요 타깃층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김성일 프로그래머는 “<귀멸의 칼날> <최애의 아이> 등은 10대 초반 초등학생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국내에서 <치이카와>는 20대 초반~30대가 주요 소비자층이며 유아동들에겐 아직 언급되는 빈도가 낮고 고가의 피겨 판매력도 아직은 크지 않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발력을 지니려면 아직 부족한 형태이므로 <인어 섬> 역시 100만 관객 돌파 이후의 분위기를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전 <뉴타입>기자도 “아동층이 극장에서 <인어 섬>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 점에선 작품이 완전히 대중 지향적이라기보단 한국에서 마니아층을 위한 IP로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300만 관객수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적절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현재와 같은 기조라면 산리오 수준의 대중적 정착은 쉽지 않은 것으로 예측”(김익환)된다. <인어 섬>이 분명 긍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압도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한국 극장가와 오프라인 완구 시장까지 토벌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진제공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