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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딪치는 몸, 얽히는 마음, <스카페이스 캣: 수라도> 왕이판 감독, 배우 후쿠시 소타·한닝·쓰카하라 다이스케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열성적인 게스트다. 해마다 영화제에서 자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대만 창작자들이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올해는 액션 복수극 <스카페이스 캣: 수라도>로 영화제를 찾았다. 대만콘텐츠진흥원의 ‘TICP 2.0 투자 프로그램’ 지원작인 <스카페이스 캣: 수라도>는 대만영화로는 6년 만에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초청됐다. 영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대만이다. 경찰을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흉터난 고양이’라 불리는 화롄마오(한닝)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사건을 맡은 경찰 시미즈(후쿠시 소타)가 그를 쫓는 가운데 또 다른 경찰 하세가와(쓰카하라 다이스케)도 가세한다. 세 인물의 운명은 어떻게 얽힐까. 부산을 찾은 왕이판 감독과 배우 한닝, 후쿠시 소타, 쓰카하라 다이스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왕이판, 후쿠시 소타, 한닝, 쓰카하라 다이스케(왼쪽부터).

- 왕이판 감독의 전작 <겟 더 헬 아웃>은 좀비와 프로레슬링을 결합한 작품이었다. 이번 신작 역시 무협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 등 여러 장르가 결합돼 복합적인 즐거움을 기대하게 한다. <스카페이스 캣: 수라도>는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

왕이판 <겟 더 헬 아웃>과 <스카페이스 캣: 수라도>는 차이가 크다. 두 영화를 모두 본다면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전작이 블랙코미디의 재미를 추구했다면 이번 작품은 어두운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이 중심이다. 액션신의 비중이 크지만 그 안에는 인물들이 지닌 상처와 트라우마가 담겨 있다. 이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번 작품을 시작했다.

왕이판.

- 시간의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읽히는 시나리오는 아니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각자 맡은 캐릭터의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나.

한닝 결국 한 여성이 복수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복수심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화롄마오는 깊은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몸, 특히 얼굴에 상처가 많은 것으로 묘사되는데, 그 상처들이 내면의 아픔이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무협액션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화롄마오만이 지닌 액션 에너지가 무엇인지 찾으려 했다. 쌍낫을 쓰고, 고양이라고 불리는 인물인 만큼 고양이의 눈빛과 움직임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후쿠시 소타 시미즈가 화롄마오에게 보이는 강한 집착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연기한 시미즈는 산속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이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잔인한 인물이다. 그래서 걱정이 컸다.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전적인 역할이었고, 인물의 근원을 더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유년 시절이 시미즈가 타인과 제대로 관계 맺지 못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며 접근했다.

쓰카하라 다이스케.

쓰카하라 다이스케 나 역시 후쿠시 소타 배우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내가 맡은 고위 경찰관 하세가와도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거기에 의존하는 듯한 인물이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채워넣을 것인가. 이번 작업은 그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이었고, 단서를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컸다. 하세가와 역시 화롄마오에게 연심이라고 부를 만한 감정을 품고 있지만, 행동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잘못된 애정 표현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세 인물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만큼 화롄마오를 향한 하세가와의 감정을 표현할 때는 시미즈에게 느끼는 감정도 중요했다. 시미즈를 향한 질투와 적대심이 화롄마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부추겼을 것이다.

후쿠시 소타 세 인물이 대립할 때어린아이처럼 싸우지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상대의 기색을 살핀다. 상대를 대하는 각자의 고민이 액션에 드러난다는 점이 우리 영화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한닝.

- 한닝 배우는 이번 작품이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다. 화롄마오를 연기하기 위해 1년 동안 준비했고, 민첩한 몸을 만들기 위해 복싱과 레슬링, 일본 무용 등을 훈련했다고. 무용수 경력이 있지만 액션 연기는 또 다른 영역이었을 것 같다. 준비 기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한닝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특히 상대 배우들과 액션 호흡을 맞추며 인물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랬다. 혼자서 끙끙대던 부분들이 실제로 몸을 부딪치면서 해결될 때마다 신기했다. 예를 들어 하세가와와의 액션신 중에는 두 인물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만한 장면이 있다. 이때 화롄마오는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을 감춰야 하는데, 이런 내적 갈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합을 맞추면서 화롄마오가 내 몸에 새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 영화가 어떤 액션을 추구하는지도 알게 됐다. 모니터링을 해보니 조심스럽게 움직이면 장면이 살지 않더라. 그래서 있는 힘껏 몸을 크게 움직이려고 했다. 선배들이 내 액션을 모두 잘 받아줬고, 감독님은 연출로 멋지게 살려주셨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 다 함께하는 작업이라는 걸 실감했다.

후쿠시 소타.

- 왕이판 감독은 연출, 각본뿐만 아니라 촬영도 직접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왕이판 카메라를 들고 한닝 배우에게 다가갔을 때 화롄마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가까이에서 본 한닝은 정말 화롄마오처럼 외로워하고 분노했다. 내가 창조한 캐릭터가 배우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짜릿한 일은 없을 것이다. 후쿠시 소타 배우는 촬영 당시 역할에 맞춰 체격을 키운 상태였다. 상대 배우와 투숏을 잡았을 때 상대를 단번에 압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좋았다. 쓰카하라 다이스케 배우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실제 성격은 더없이 사랑스러운데, 카메라를 통해 본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새로운 면들이 발견돼 신기했다. 카메라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배우들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때마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아야겠다는 열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