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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최불암의 영화 대표

최불암의 연기 인생에서 영화는 드라마 못지않게 중요한 영역이다. 1960년대 후반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1970~80년대 한국영화사의 거장 감독들과 호흡을 맞추며 드라마 만큼 빼곡하게 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신상옥 감독의 <만종>(1970), 김기영 감독의 <파계>(1974), 임권택 감독의 <왕십리>(1976), <길소뜸>(1985), 유현목 감독의 <문>(1977), <사람의 아들>(1980),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날>(1980),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그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영화 속 인물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 그중 대표작 5편을 짧게나마 소개한다.

<영자의 전성시대>(1975)

<영자의 전성시대>. 사진제공 태흥영화사, 한국영상자료원

감독 김호선 출연 염복순, 송재호, 최불암, 이순재

1970년대 유행한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대표작.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상처 입은 하층민 여성-상경한 농촌 처녀 영자의 비극적 삶을 그린 김호선 감독의 데뷔작이다. 개봉 당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최불암은 목욕탕 보일러 관리 아저씨로 출연해 특유의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재밌는 것은 아들 뻘의 청년으로 나오는 송재호의 나이가 최불암 보다 두살 많았다는 사실이다.

<세종대왕>(1978)

<세종대왕>. 사진제공 우성사, 한국영상자료원

감독 최인현 출연 신성일, 선우용녀, 이순재, 최불암

즉위부터 훈민정음 반포, 과학과 문화 진흥 등세종대왕의 업적을 그린 사극 대작이다. 배우 신성일이 성군 세종대왕을 연기했으며, 최불암은 세종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영의정 황희 역을 맡았다. 황희 정승의 품격을 표현하는 데엔 그의 중후하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도 한몫했다. 제1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달려라 만석아>(1979)

감독 김수용 출연 정용식, 최불암, 방희, 현석

이준연의 소설 <철새들의 고향>을 영화화한 작품. 할아버지와 둘이 사는 어린 만석을 통해 이농현상을 이야기하는, 계몽적 성격을 띤 가족영화다. 최불암은 만석이의 할아버지로 출연, 전통적 가치관을 지키려는 시골 할아버지의 강직한 면모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실제 30 대 후반의 나이에 연기한 노역이었으며, 시골의 정서를 담은 최불암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제18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후의 증인>(1980)

최후의 증인>

감독 이두용 출연 하명중, 정윤희, 최불암, 한혜숙

김성종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하명중)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권력의 부조리, 인간의 내면을 파헤친 이두용 감독의 걸작 중 하나다. 최불 암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20년간 옥살 이를 한 비운의 인물 황바우 역을 맡아 절절하고 묵직한 연기로 극에 비극성과 부조리를 더했다. 이 작품으로 제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바람불어 좋은 날>(1980)

감독 이장호 출연 이영호, 안성기, 김성찬, 임예진, 최불암

급속한 도시개발이 진행되던 1980년 무렵, 고속성장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세 청년의 삶을 따라가는 이장호 감독의 영화다. 최불암은 부동산 개발 붐 속에서 부를 축적한 기성세대 김회장 역을 맡아 사회적, 계급적 갈등의 축을 형성하는 인물을 보여준다. 친근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최불암이 기존의 이미지를 지운 작품으로, 전복적 캐스팅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