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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빈칸 속 여성의 역사를 채워넣다, 올겨울 반드시 주목해야 할 영화 <사운드 오브 폴링>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중 이보다 더 강렬하게 시작의 문을 여는 작품은 없었다. 훼손된 것처럼 한쪽 다리를 줄로 묶은 채 목발을 짚은 소녀, 실제 다리가 절단된 남성을 내려다보는 소녀의 시선,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한 남자의 폭력. 귓가에 울리는 웅웅대는 불안정한 소리가 오프닝 시퀀스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프리미어 상영 이후로 평단의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이끌어낸 마샤 실린슈키 감독의 <사운드 오브 폴링>은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토니 에드만>의 마렌 아데 감독 이후 9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 섹션에 초청된 독일의 여성감독 마샤 실린슈키는 <사운드 오브 폴링>으로 제7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독일의 한 가정집을 거쳐간 네명의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191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년에 걸친 독일 역사 속 여성들의 삶에 주목한다. 당연하게도 이들의 삶은 주류 역사가 외면해왔으며 침묵을 강요당한 이들의 서사다. 혼란의 시기를 겪은 네 소녀의 경험과 증언에 관해 영화는 집요하게 파헤친다. 한 세기에 걸쳐 축적된 여성들의 상흔을 과감히 지목했다는 점에서 마샤 실린슈키와 <사운드 오브 폴링>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문제작이다. 작품의 이해를 도울 리뷰와 하미나 작가가 바라본 <사운드 오브 폴링>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사운드 오브 폴링> 리뷰와 하미나 작가의 칼럼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