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다섯 마리만으로 깊은 육수를 우려 끓인 떡만둣국과 집에서 구워내 가염버터를 바른 치아바타. <시네마 쿠킹 다이어리> 저자인 두 여자가 인터뷰 전 각자 차려 먹고 온 점심 메뉴다. 박지완 감독은 선물 받은 생선을 썼고, 오토나쿨 작가는 이웃에게 나눠주고 남은 빵을 뜯었다고 한다. 홀로 주방에 들어갔다 오는 것처럼 보여도 식탁은 언제나 타인의 존재 덕에 온전해진다. 두 사람이 쓴 책 <시네마 쿠킹 다이어리>는 그런 상차림에 영화가 포개진 시간의 기록이다. 앞서 <도쿄 일인 생활> <재생의 부엌>을 펴낸 작가 오토나쿨, 영화 <내가 죽던 날>을 연출한 감독 박지완이 각각 10편씩, 총 20편의 영화와 스무 그릇의 음식을 짝지었다. 영화에 등장한, 영화가 자극한, 영화로 배운 미식의 기억이 한권의 교환 일기에 모였다.
두 사람은 출판사의 제안으로 협업하기 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다. 오토나쿨 작가는 <내가 죽던 날>에 감동해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의 차기작이라면 꼭 챙겨봐야지” 하고 다짐했고, 박지완 감독은 <도쿄 일인 생활>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해보며 “내가 그리워하던 맛이 이런 거였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공통의 지인 덕에 도쿄에서 접선해 관광객이 가기 어려운 골목 맛집들을 함께 쏘다녔다. 박지완 감독이 일본에서 영화 찍을 계획을 세우던 중 친구가 일본에서 14년을 산 오토나쿨 작가의 연락처를 건넨 것이다. “준비하던 영화는 엎어졌지만, 맛있는 걸 많이 먹고 돌아왔다”는 박지완 감독을 향해 오토나쿨 작가가 말했다. “영화도 영화지만, 지완 감독의 에세이 <다음으로 가는 마음>을 참 좋아한다. 거기엔 내가 가질 수 없는 결이 있다. 내가 쿵쾅거리며 속내를 털어놓는 글을 쓴다면, 감독님은 점잖게 솔직한 글을 쓴다. 차분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다 해주니 가슴에 남는 거지.”
*이어지는 글에서 오토나쿨 작가, 박지완 감독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