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했다시피 뮤지컬 오디션으로 이름을 알린 제시 버클리는 걸출한 노래 실력을 갖추었다. 제시 버클리의 연기에 감동한 독자라면, 이제 그의 노래를 필청할 차례다. 제시 버클리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유튜브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아래의 곡들을 모두 접할 수 있다.
1. 스티븐 손드하임의 <Send in the Clowns>
<소야곡> 무대에 오른 제시 버클리. SHUTTERSTOCK
제시 버클리의 무대 데뷔작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소야곡>(A Little Night Music)이다. 이 뮤지컬의 대표 넘버 <Send in the Clowns>는 제시 버클리의 배역 ‘앤’의 레퍼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버클리가 2008년 어느 공연장에서 부른 <Send in the Clowns>를 유튜브에서 감상 가능하다. 지금 버클리의 목소리와 사뭇 다른, 청아한 음색의 버클리가 겨우 19살에 옛사랑의 회한과 미련을 절절히 노래한다. ‘어린’ 제시 버클리의 음색에 반했다면 그가 이듬해 티퍼레리 밀레니엄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아일랜드어로 부른 <고요한 밤 거룩한 밤>도 유튜브에서 찾아 듣길 권한다.
2. 영화 <와일드 로즈>의 <Glasgow(No Place Like Home)>
제시 버클리가 컨트리 가수로 등장하는 영화 <와일드 로즈>. 버클리는 이 영화로 글래스턴베리페스티벌을 포함해 영국과 아일랜드의 다양한 무대에서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다. 영화 속 수많은 컨트리 뮤직 중 <Glasgow(No Place Like Home)>를 들어보라. 가장 소개하고 싶은 라이브 무대는 그가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받은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시상식 축하 공연이다. 그해 <주디> 속 주디 갈런드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러네이 젤위거가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데, 버클리를 할리우드에 알린 영화 중 하나가 <주디>다. 그리고 곡의 부제 ‘No Place Like Home’은 주디 갈런드의 대표작 <오즈의 마법사> 속 명대사이기도 하다.
3. 2021년 <카바레> 런던 캐스트 앨범
1966년 초연 이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가 사랑한 뮤지컬 <카바레>. 이 작품의 주인공 샐리 볼스는 주디 덴치, 너태샤 리처드슨, 미셸 윌리엄스, 에마 스톤 등이 일찍이 거친 배역이고 라이자 미넬리는 동명의 1972년작 영화에서 샐리 볼스를 연기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제시 버클리는 2021년 웨스트엔드 <카바레>의 샐리 볼스로 발탁됐다. 작품의 연출가 레베카 프렉널은 이 작품의 버클리를 두고 “제시는 다른 인간보다 피부가 한겹 더 얇은 듯 매 순간 살아 숨쉰다”라며 극찬했다. 버클리는 이 작품으로 로런스 올리비에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4. 제시 버클리, 버나드 버틀러의 <The Eagle&The Dove>
2022년 제시 버클리는 밴드 스웨이드의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와 듀오를 결성해 앨범 《For All Our Days That Tear the Heart》를 발매했다. 버클리의 매니저는 “왠지 두 사람이 영혼의 쌍둥이일 것 같다”는 직감으로 2020년 두 아티스트의 만남을 주선했다. 버클리와 버틀러는 2년간 작업실에 모여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며 협업을 이어갔다. 앨범의 모든 곡이 두루 좋지만 그중 첫 트랙 <The Eagle&The Dove>를 추천한다. 두 예술가가 공유하는 어둠의 정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곡으로, 버클리는 이 노래에서 조니 미첼풍으로 노래한다.
5. 시네이드 오코너의 <Troy>
2023년 7월26일, 평생을 인종차별과 아동학대, 파시즘과 가부장제 등 세계의 암흑에 맞서 투쟁한 아일랜드의 뮤지션 시네이드 오코너가 타계했다. 제시 버클리는 그해 9월 아일랜드의 국영방송 <RTÉ>가 마련한 <컬처 나이트>무대에 올라 “용기, 정신, 정치적 신념, 그리고 강렬한 아름다움과 영혼으로 아일랜드와 전세계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친” 고인의 행보를 소개하며 “사람들과 연결된 채 영향력을 펼치려는 오코너의 비타협적 열망”을 칭송했다. 그리고 오코너의 대표곡인 <Troy>를 헌정했다. 무조건 들어보시라. ‘잘한다’는 말 이외에 덧붙일 헌사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