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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고 싶은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WAIFF Seoul 2026’의 심사위원장 맡은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이사

- 아직은 생소한 영화제다. 어떤 가능성을 보고 심사위원장을 맡았나.

심사위원장은 ‘2025 대전 AI 영상 콘텐츠 공모전’에 이어 두 번째다. AI 영화와 인력에 관심을 가진 지도 벌써 7~8년이 됐다. 대전에 특수영상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나 역시 낯섦에서 오는 방어 심리가 있었다. 하지만 써볼수록 유용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꽤 괜찮은 동료처럼 느껴진다. 지난해에 회사 팀원들이 만든 AI 애니메이션 <프렌즈>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일도 큰 영향을 미쳤다. AI로도 충분히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런 경험을 더 많은 창작자가 해보길 바랐다. ‘WAIFF Seoul 2026’의 심사 방향이 지금 내 관점과 잘 맞았다. 기술적 완성도보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 국내외 심사위원이 총 11명으로 그 수가 상당하다. 어떠한 공통의 기준을 두고 의견을 모았나.

근간이 되는 네 가지 기준이 있었다. 우선 창작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관의 깊이를 살폈다. 또 단기적인 트렌드에 편중하기보다 장기적인 문화적 영향력을 지닐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도 중요하게 봤다. 3개 이상의 AI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만큼 각각의 AI 툴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지도 확인했다. 마지막은 창작자의 주체성이다. AI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선명하게 들리는지를 평가했다. 광고 부문의 임팩트, 쇼츠 시리즈 부문의 확장성, 청년 부문이 보여준 잠재력까지. 출품작들은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AI가 어떻게 창의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그만큼 수상작을 고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대상과 우수상, 장려상이 소수점 차이로 갈렸을 만큼 박빙이었다. 곧 있을 시상식에서 훌륭한 감독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심사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고, 앞으로의 작업을 응원하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어떤 부문의 심사가 가장 흥미로웠는지도 궁금하다.

단연 청년 부문이다.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는 혼잣말을 계속했다. 나 같은 기성세대나 상업적 성과를 고려해야 하는 업계 사람들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방식과 틀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청년 지원자들은 실험적인 소재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수상작으로 <만인>을 선정했는데, 익숙한 <별주부전>을 가져와 전에 없던 캐릭터를 더하고 개성적인 음악을 얹었다. 여기에 독특한 용궁 디자인까지 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AI 과도기인 지금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출중한 작품과 연출자가 등장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