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세계는 계속된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등 21세기의 메가 IP들이 차례차례 후속작 공개 시기를 발표하고 있다. 리부트와 스핀오프, 프리퀄과 시퀄까지 만들며 어떻게든 세계관을 이어가려는 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삭막한 현대인의 일상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수익 창출 목적을 무시할 순 없겠다. 관련하여 최근 몇달 동안 전세계 콘텐츠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주요 화두가 있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이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싸웠고 승전보를 울린 쪽은 후자였다. 이는 단순한 기업합병의 논리를 넘어 누가 거대한 IP 제국을 건설하느냐의 문제였다.
처음부터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자사 IP를 시장가치로 내세웠다.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및 TV 스튜디오, HBO 맥스 등 IP 관련 부문을 ‘워너브러더스’로, 등의 케이블 채널 종류는 ‘디스커버리 글로벌’로 구분해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워너브러더스에 포함된 대표 IP는 <해리 포터> <왕좌의 게임> <반지의 제왕>, 제임스 건의 DC 스튜디오 등이었다. 이에 넷플릭스가 즉각 반응하여 827억달러를 베팅했으나,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 글로벌 모두를 약 1100억달러에 사겠다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이겼다.
인수전의 배경엔 미국의 정치적 판도가 깔려 있기도 했다. 2025년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를 출범시킨 것은 데이비든 엘리슨 CEO다. 그의 아버지 래리 엘리슨은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의 의장이자 미 언론에서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트럼프 정권의 실세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즉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삼키면서 엘리슨 일가는 <CNN> <TBS> <TNT>를 비롯해 <CBS> <MTV> <쇼타임>과 미국 내 틱톡까지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엘리슨가의 미디어 지도가 완성된 것이다. 넷플릭스의 물욕을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권력욕+물욕이 누른 셈이다.
무시무시한 어른들의 사정은 잠시 뒤로하고 판타지 세상으로 돌아가자. 사실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극장의 필요성이니, 레거시미디어의 구조이니, 언론 장악이니 하는 것들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달리 정치적 야심이 없던 순수 영리기업에 가까웠던 듯하다. 확장 가능성이 거의 무한하며, 미국 법률상 최대 120년까지 소유할 수 있는 다수의 판타지 IP가 그들의 목표였을 뿐이다. 넷플릭스는 그간 <위쳐><샌드맨>등 오리지널 시리즈물로 자신들의 판타지 IP를 호기롭게 내놓았으나 결국 HBO 맥스의 유산을 이기진 못해왔다. 자본과 시스템, 기술력, 규모는 따라잡을 수 있어도 IP는 건드릴 수 없다. IP는 <왕좌의 게임>속 드래곤과 같은 비대칭전력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행동에 비추어보자면 워너브러더스의 <해리 포터><왕좌의 게임><반지의 제왕>은 차후 100년은 황금알을 낳을 거위들이다. 여기에 20세기의 명맥을 잇고 있는 디즈니의 <스타워즈>까지 묶어 이 시대 판타지 IP의 4대장이라 부를 수 있겠다. 산업 논리를 따지기 전에 이들이 펼칠 용과 기사, 마법사, 모험의 일대기를 보고 싶다는 설렘부터 안기는 이름들이다. 시리즈의 팬덤에게는 시대에 맞추어 재탄생한 새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며, 원작을 전혀 모르는 어린 세대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할 이야기일 것이다. 이에 네개의 대표적 판타지 IP가 각각 어떤 전략을 취하며 복귀 계획을 밝혔는지 정리해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