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토크쇼 출연을 앞둔 리프를 위해 세 친구가 리프의 집에 모여 예상 질문에 대비하는 것이 영화의 첫 장면이다. 할리우드의 베테랑인 여러분에게도 인터뷰 전 거치는 루틴이 있나.
캐머런 디아즈 우선 인터뷰의 목적을 상기하려 한다. 우리는 이런 자리를 통해 영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해야 하니까. 이 영화를 관객이 즐길 만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어떤 말을 해야 하나 고심한다.
키아누 리브스 나는 인터뷰 전에 따로 조언을 구하거나 답변을 준비한 적이 거의 없다. 맷도 그렇지?
맷 보머 특정 질문이나 미니 게임 같은 게 마련돼 있다면 살펴보는 편이지만, 두분과 있을 때는 어쩐지 자유롭다!
- 첫 시퀀스를 포함해 <부메랑>에는 배우로 살아온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았을 것 같다.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어땠나.
키아누 리브스 다들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로 읽었는지부터 묻고 싶다.
맷 보머 경고성 짙은 코미디로 시작한다고 봤다.
키아누 리브스 각본의 유머가 아주 훌륭했다. 조나 힐 감독과 그의 친구 에즈라 우즈 작가가 놀라운 글을 써왔지.
캐머런 디아즈 그들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반영된 면도 있고. 1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배우와 배우 아닌 친구들이 성인이 되기까지의 여정, 그러다 맞이하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을 그린 작품이니까.
키아누 리브스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그 바탕에는 약간의 형식미도 갖추고 있달까. 시나리오에서 어떤 야심을 느꼈다. 특히 감정적인 야심. <부메랑>은 인간의 섬세함과 취약함 모두를 탐구한 작품이다.
맷 보머 누구나 마음 안에 벽을 세워두고 산다. 그 뒤에는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다. 벽이 무너지는 이유, 심장이 드러나는 시점은 모두 제각각인데 <부메랑>은 그만큼 여러 인물이 나오는 영화에서 구현하기 어려울 수 있는 감정의 결을 잘 살렸다.
- 그런 스토리만큼이나 함께하는 동료들의 존재도 출연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특히 키아누 리브스와 캐머런 디아즈는 <필링 미네소타> 이후 30년 만에 한 작품에 얼굴을 비춘다. <부메랑>도 그렇게 진한 세월이 쌓인 관계를 다룬다.
캐머런 디아즈 키아누의 오랜 팬이자 동시대에 활동해온 배우로서 같은 작품을 하기 전부터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가 나보다 이르게 데뷔하기도 했으니 30년 전 처음으로 함께 작업하게 되었을 때 정말 신기했다. <필링 미네소타>가 네 번째 영화여서 나는 거의 초짜나 다름없었거든. (웃음) 내가 키아누에 비해 많이 부족했으니 나중에라도 기회가 생기면 만회하고 싶다는 바람이 그때부터 있었다. 당시는 우리 둘 다 어렸고, 그런 시절을 연기했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성숙한 관계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부메랑>에서 리프와 카일은 오랜 친구로서 형성한 관계를 표현하지 않나. 이런 종류의 관계가 기존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조연으로서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지만, 그 인물이 주인공과 얼마나 동행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부메랑>은 우정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지금의 삶에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는 게 마음에 든다.
키아누 리브스 방금 캐머런의 대답을 들으면서 새삼 이 영화가 묘사한 우정, 그러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서로를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봐주기에 끈끈하게 이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맷 보머 그런 이유로 평생을 서로에게 충실할 수 있는 관계!
키아누 리브스 가끔은 이렇게 자문한다. “저 친구는 어떻게 아직도 내 곁에 있어주는 거지?” 그러다 보면 이 우정이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닌 부모 자식 사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걱정하면서 이것저것 바라기도 하지 않나. 친구가 나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자꾸 뭘 바랄 때면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런 관심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하는데, 리프가 그럴 때면 카일은 그 옆으로 돌아와 운을 띄운다.
캐머런 디아즈 “그런데 있잖아, 너도 책임은 져야 해”라고. (웃음)
키아누 리브스 그 시간을 거쳐 리프도 좀더 성숙해진다. 현재에 집중하게 되는 거지.
캐머런 디아즈 어찌 보면 잰더와 카일은 늘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리프를 붙잡아온 존재들이다. 리프에게 진짜 나쁜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그를 도와온 거지.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잰더와 카일이 제때 나타나 리프가 무얼 그만둬야 하는지 말해준다. 지금까지는 그 타이밍을 명확히 하기 어려웠을 테다. 카일이 자기 삶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20년 전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인 친구 리프와 너무 내밀하게 얽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성장한 여성으로서, 이제 카일은 더 이상 리프라는 친구가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는다. 때로는 우정에도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와 얽힌 사람들이 우리를 떠나도 괜찮을 수 있다고 알게 되는 것. 그걸 알았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사람을 놓아줄 것인가, 아니면 지키기 위해 움직일 것인가.” 예전과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맞는 형태의 관계를 찾아야 한다.
맷 보머 결국 우리가 세상을 살며 바라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 아닐까? 한 시기를 함께하며 서로의 좋은 면을 끌어낼 수 있는 우정, 그 핵심이 <부메랑>에 잘 담겼다.
- 리프의 변호사 아이라 역, 그리고 각본과 연출까지 맡은 조나 힐과 보낸 시간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감독으로서의 조나는 어떤 사람인가.
맷 보머 조나와 지내면서 그렇게 크게 웃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재밌었다. 그는 유쾌한 동시에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현장을 이끄는 스타일이었다. 특정 장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도 않으면서, 배우들에게 굉장히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줬달까? 키아누는 감정적으로 지친 상태의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그럴 새가 없었을지 몰라도 캐머런과 나는 현장에서 우리 캐릭터를 탐색하면서 자유롭게 놀 듯이 연기할 수 있었다.
캐머런 디아즈 나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조나가 만들어준 안전한 공간에서 과감한 시도들도 해볼 수 있었다. 그 시도가 결국 편집되었대도 맷이 말한 그 ‘허용적인 분위기’가 무척 특별했다. Apple TV가 감독을 믿어준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촬영하는 동안 “스튜디오가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다들 “우린 자유로우니까 뭐든 한번 해보자!”라고 힘을 합쳤다.
- <부메랑>에서 조나와 가장 길게 호흡을 맞춘 건 키아누 리브스일 텐데, 주인공 리프의 삶에 관해 감독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
키아누 리브스 리프라는 인물은 ‘붕괴 이전’과 ‘붕괴 이후’로 나뉜다. 붕괴 이전 리프는 아역배우로서 성공했고 일에 대한 열정을 가졌다. 그의 성공을 열렬히 원한 ‘스테이지 맘’ 어머니, 자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 인해 생긴 인정욕구가 충족된 셈이다. 하지만 붕괴 이후, 그는 술과 약에 빠진다. 자기 직업 자체를 무시한 적은 없었지만, 명성에서 한발 물러나 있어야 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게 된 시점에 위기 관리 전문 변호사에게 연락을 받는다.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물론 ‘진정한 나 자신’이라는 페르소나를 흔들 수 있는 영상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해석이기도 하지만, 조나와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리프라는 캐릭터가 조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말이다. 조나도 대중의 관심을 얻으며 리프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그때 자기를 돌아보며 자신이 이기적이었을 수도, 항상 좋은 사람은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조나는 내게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그게 어떻게 리프라는 인물에 반영되었는지도 설명해줬다. 그가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내게 그런 과정을 공유해줬다는 게 무척 너그럽고 멋진 일이었다.
- 여러분 사이도 리허설과 촬영을 거치며 점점 돈독해졌을 테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나눠준다면.
키아누 리브스 한명씩 조나와 만나 작업하다가 처음으로 우리 셋이 모인 날이 아니었을까?
캐머런 디아즈 그때부터 슬슬 케미스트리가 피어났지!
키아누 리브스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줬으니까. 경청을 바탕으로 각자의 캐릭터로서 서로에게 반응하기 시작했는데, 즉흥연기를 하면서부터는 그 리듬이 더 자연스러워졌고, 결국 경청을 넘어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면서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맷 보머 그 모든 게 본능적으로 이뤄진 것만 같다.
캐머런 디아즈 시나리오 속 리프가 중대한 순간을 겪고 있어 친구들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그날 나와 맷도 키아누에게 집중하며 촉각을 곤두세운 게 자연스러운 즉흥연기로 이어졌다. 작품 내 관계성을 떠올리며 다듬어진 예민함이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하면서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