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친구>는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식물원의 은행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1908년, 1972년, 2020년 세 시대의 인물들의 삶을 연결한다. 세 에피소드를 인과가 아닌 공명으로 엮는 주인은 일디코 에네디 감독. 데뷔작 <나의 20세기>에서 별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부여하고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에서 도축장의 사슴을 통해 영혼의 교신을 그렸던 이 헝가리 감독은, 인간 아닌 존재의 지각을 경유해 인간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일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왔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통로는 수령 200년의 은행나무이며, 그 나무 앞에 세운 첫 번째 페르소나는 양조위다. <침묵의 친구>로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에 첫발을 디딘 양조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로 텅 빈 타국의 캠퍼스에 홀로 남은 신경과학자 토니 웡을 연기했다. 멀리 헝가리와 홍콩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두 사람이 도착한 날 저녁, 관객과의 만남을 앞둔 짧은 틈을 비집고 <씨네21>이 한달음에 달려갔다. 촬영 이후 오랜만에 조우한 두 사람은 말없이도 서로의 리듬을 아는 사이답게 카메라 앞에서도 쉬지 않고 정담을 주고받았다.
[기획] 우리가 통과한 나무의 시간 - 일디코 에네디 감독, 배우 양조위가 말하는 <침묵의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