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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염혜란의 ‘빨간 맛’

훠궈의 신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이 격언의 의미를 치우치엔윈으로 살아본 후 비로소 알았다. 치우치엔윈은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고, 동료들과 춤추며 삶을 즐긴다. 자기 삶의 주인공을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배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작품 속 비중에 관계없이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단 한 지점까지 삶의 주인공을 위해 세심하게 그려내고 싶다. 내 인생이 지독하고 비루한데 그 삶을 살아본 누군가가 ‘맞아요. 당신으로 살아보니 힘들더군요’라며 공감해준다면, 일순간 삶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걸 예능을 통해 경험했다.”

‘경제학’을 연기하라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제작진이 거듭 나는 배우가 아니라 ‘머니맨’임을 주지했다. 머니맨은 내레이션은 물론 경제 교육의 세계로 시청자를 인도하는 역할이다. 돈의 원리를 직접 체화한 것이다. 이 점이 흥미로웠다. 인물의 전사나 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또 이를 담는 대사 없이도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연기할 때의 접근과 다르지만 마치 연기처럼 돈의 속성에 맞춰 캐릭터를 변주하는 재미가 컸다. 금융 지식이 많지 않아 <돈의 얼굴>을 찍는 내내 제작진에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아직도 돈이 뭔지 잘 모르겠다. (웃음)”

빨간 추리닝을 입은 히어로

<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소문> 시즌1만 해도 추매옥은 ‘힐러’라서 액션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주인공 4인방과 똑같은 카운터인데도 액션신이 없으니, 자칫 마지막에 운전만 하는 편한 인물로 비칠까 우려되더라. 그래서 시즌2를 찍을 때 매옥의 액션이 들어가면 어떨지 직접 건의했다. 후회는 없지만, 배우 염혜란의 의지가 앞섰던 것 같다. 어느 날 게임을 좋아하는 후배가 전하더라. ‘언니, 게임에서 힐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힐러가 없으면 병사들이 싸우질 못해’라고. 기능에 보다 집중할걸. ‘염혜란이 액션도 잘하네?’라는 칭찬을 은연중에 바랐나 보다.”

나를 불태우는 정열

<매드 댄스 오피스>

“조현진 감독이 플라멩코는 ‘나를 박살내는 춤’이라서 좋다고 했다. 끊임없이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며 몸을 때리는 동작을 연마하느라 몸에 멍이 자주 들었다. 플라멩코는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춤이다. 이 춤의 본질처럼 스스로를 깨부수는 과정이 <매드 댄스 오피스> 속 김국희를 연기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몸짓, 안무 등의 비언어는 배우의 존재와 비슷하다. 언어가 차마 가닿을 수 없는 곳을 상상하게 만든다. 춤을 다룬 영화도 좋아한다. 춤은 곧 성장 아닌가. 춤으로 ‘나’를 발견하는 서사에 마음이 간다.”

배우의 붉은 욕망

<어쩔수가없다>

“직업의 세계를 너무 잘 알아서 그런가. 배우가 가장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가 ‘배우’다. 온전히 캐릭터로만 이 직업을 바라볼 수가 없다.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여배우’라는 도상이 가진 아이콘이 지닌 긍정적·부정적 속성을 지닌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다. 나 자신을 여배우의 전형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캐스팅 제의도 의문이었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나는 20년 넘게 연기를 했고, 여성배우로서 직업에 대한 목표의식을 확고히 세운 채 일상과 커리어를 분리하며 분투해왔다. 이런 내가 여배우가 아니면 누가 여배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