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의 신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이 격언의 의미를 치우치엔윈으로 살아본 후 비로소 알았다. 치우치엔윈은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고, 동료들과 춤추며 삶을 즐긴다. 자기 삶의 주인공을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배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작품 속 비중에 관계없이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단 한 지점까지 삶의 주인공을 위해 세심하게 그려내고 싶다. 내 인생이 지독하고 비루한데 그 삶을 살아본 누군가가 ‘맞아요. 당신으로 살아보니 힘들더군요’라며 공감해준다면, 일순간 삶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걸 예능을 통해 경험했다.”
‘경제학’을 연기하라
“제작진이 거듭 나는 배우가 아니라 ‘머니맨’임을 주지했다. 머니맨은 내레이션은 물론 경제 교육의 세계로 시청자를 인도하는 역할이다. 돈의 원리를 직접 체화한 것이다. 이 점이 흥미로웠다. 인물의 전사나 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또 이를 담는 대사 없이도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연기할 때의 접근과 다르지만 마치 연기처럼 돈의 속성에 맞춰 캐릭터를 변주하는 재미가 컸다. 금융 지식이 많지 않아 <돈의 얼굴>을 찍는 내내 제작진에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아직도 돈이 뭔지 잘 모르겠다. (웃음)”
빨간 추리닝을 입은 히어로
“<경이로운 소문> 시즌1만 해도 추매옥은 ‘힐러’라서 액션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주인공 4인방과 똑같은 카운터인데도 액션신이 없으니, 자칫 마지막에 운전만 하는 편한 인물로 비칠까 우려되더라. 그래서 시즌2를 찍을 때 매옥의 액션이 들어가면 어떨지 직접 건의했다. 후회는 없지만, 배우 염혜란의 의지가 앞섰던 것 같다. 어느 날 게임을 좋아하는 후배가 전하더라. ‘언니, 게임에서 힐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힐러가 없으면 병사들이 싸우질 못해’라고. 기능에 보다 집중할걸. ‘염혜란이 액션도 잘하네?’라는 칭찬을 은연중에 바랐나 보다.”
나를 불태우는 정열
“조현진 감독이 플라멩코는 ‘나를 박살내는 춤’이라서 좋다고 했다. 끊임없이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며 몸을 때리는 동작을 연마하느라 몸에 멍이 자주 들었다. 플라멩코는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춤이다. 이 춤의 본질처럼 스스로를 깨부수는 과정이 <매드 댄스 오피스> 속 김국희를 연기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몸짓, 안무 등의 비언어는 배우의 존재와 비슷하다. 언어가 차마 가닿을 수 없는 곳을 상상하게 만든다. 춤을 다룬 영화도 좋아한다. 춤은 곧 성장 아닌가. 춤으로 ‘나’를 발견하는 서사에 마음이 간다.”
배우의 붉은 욕망
“직업의 세계를 너무 잘 알아서 그런가. 배우가 가장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가 ‘배우’다. 온전히 캐릭터로만 이 직업을 바라볼 수가 없다.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여배우’라는 도상이 가진 아이콘이 지닌 긍정적·부정적 속성을 지닌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다. 나 자신을 여배우의 전형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캐스팅 제의도 의문이었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나는 20년 넘게 연기를 했고, 여성배우로서 직업에 대한 목표의식을 확고히 세운 채 일상과 커리어를 분리하며 분투해왔다. 이런 내가 여배우가 아니면 누가 여배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