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은 거듭 ‘가닿는다’라는 서술어로 문장을 맺었다. <내 이름은>의 이야기와 주제, 주인공 정순의 언어와 무용에 가닿고자 시도한 지난 시간을 쏟아냈다. 물리적 접촉을 수반하는 ‘닿다’와 달리 ‘가닿다’는 실체 없이 미치려는 행위다. 미치지 못하면 미치지 못한다고 했던가. 영화 속 정순이 닿을 수 없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 한라산을 향해 살풀이를 하듯 염혜란 역시 이름을 갖지 못한 역사적 참사에 미치고자, 미치도록 지난 연기 경험을 복기하고 내씹었다. 그리고 염혜란은 죽음으로 얼룩진 비극 속에서도 삶을 찾아냈다. 그가 <내 이름은>을 통해 소생한 고통 이면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삶을 복구하려는 붉은 몸짓을 전한다. 여기서 ‘붉다’라는 수식은 영화가 소재로 한 4·3의 상징, 동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염혜란이 잠시 무대를 떠나 매체에서 얼굴과 이름을 알린 지난 10년간 그의 얼굴은 대개 붉게 빛났다. 붉은옷을 입고 선의와 욕망을 향해 발을 구르는 배역도 있다. 하지만 염혜란은 붉은 국물이 펄펄 끓는 훠궈 식당의 지배인의 삶을 72시간 동안 대신 살기도(<My name is 가브리엘>), 사회 유기체 안에서 경제를 박동하게 만드는 자본의 혈류를 체화하기도 했다(<돈의 얼굴>). 그 붉은 삶에 대한 배우 본인의 코멘터리를 덧붙인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염혜란과의 인터뷰와 필모 코멘터리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