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 사진출처 gettyimageskorea
2026년 칸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는 아이 하이다라가 도맡았다. 여성, 청소년, 이민, 계급, 돌봄노동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짚어낸 여성감독이자 각본가, 배우. 젊은 흑인 여성의 얼굴로 시작한 영화제는 세상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자유로운 인사말로 포문을 열었다. “친애하는 인터넷 사용자 여러분. 아니, 인터넷이 끊기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인공지능이 현실을 대체하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저항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 안녕 하세요. 환영합니다.” 칸의 다양성은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 직위를 맡은 박찬욱 감독에게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개막식 무대에 올라 약 2주간의 여정을 어떻게 소화할지 포부와 목표를 밝혔다. “경쟁작은 22편에 불과하지만 각작품에 참여한 사람을 합치면 몇천명이 된다. 그들의 가족을 더하면 몇만명이 된다. 그들의 헌신과 갈망을 명심하며 심사하겠다.” 이어 그는 심사위원 폴 래버티와 무대 뒤편에서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켄 로치 감독의 오랜 협업자 폴 래버티에게 작업하면서 많이 싸우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답했다. ‘우리는 argue(말싸움)는 많이 하지만 fight(몸싸움) 는 하지 않는다.’ 우리 심사위원들도 그렇게 하겠다. 여러분도 aruge하되, fight하지 않는 삶을 사시길.”
봉준호 감독 | 사진출처 gettyimageskorea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도 있었다. 개막식이 진행되는 사이, 스크린 시야에 들어오는 익숙한 얼굴과 실루엣. 바로 봉준호 감독이다. 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연신 유쾌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아이 하이다라는 봉준호를 위해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과 기우(최우식)가 부른 ‘제시카 송’의 한 대목인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를 열창하기까지 했다. 칸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번개처럼 강렬했지만 타국에서 우연히 만난 이웃처럼 반갑고 친근했다.
피터 잭슨 감독 | 사진출처 gettyimageskorea
올해의 명예황금종려상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고 <호빗> 시리즈로 세계관을 확장한 사람, 뉴질랜드 출신 감독 피터 잭슨에게 돌아갔다. (김소미 기자는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콘퍼런스장 앞 복도에서 자유롭게 현장을 누비던 그를 마주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칸 주최측은 이번 수상과 관련하여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작가주의 영화를 뛰어난 예술적 관점과 기술적 대담함으로 조화시킨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피터 잭슨은 2001년 칸에서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30여분 길이의 특별 프리뷰를 공개하며 영화제와의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무대에 선 피터 잭슨은 “나는 원래 황금종려상 타입의 사람이 아니다”라고 농담 섞인 소회를 전하면서도 “칸은 내 영화 인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감동을 표했다. 수상 소감 이후엔 그의 다큐멘터리영화 <비틀즈 겟 백: 루프탑 콘서트>를 기념하듯 프랑스 뮤지션 테오도라와 오클루가 비틀스의 <Get Back> 축하 공연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