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거짓말로 쌓은 사랑, 제79회 칸영화제 개막작 <디 일렉트릭 키스> 리뷰

<디 일렉트릭 키스>

사람들은 거짓말이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진무구하리만치 거짓말을 계속 한다. 2026년 칸영화제는 거짓말의 명랑함과 희극성을 발판 삼아 포문을 열었다. 개막작 <디 일렉트릭 키스>는 <프라이스리스> <뷰티풀 라이즈> <트러블 위드 유> 등을 통해 오랫 동안 코미디의 언어를 사용해온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의 작품이다. 1928년, 유랑극단에서 일하는 수잔(아나이스 드무스티에)은 일종의 키싱부스처럼 서커스를 찾는 남자들과 입을 맞추며 높은 전압의 전기를 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짜고 치는 사기극. 수잔에게 남을 속이는 일은 아주 쉽다. 그러던 어느 날 수잔은 자신을 유능한 영매사로 착각한 남자 앙투안(피오 마르마이)을 우연히 만나고, 그의 바람대로 죽은 아내에게 빙의된 것처럼 연기한다. 심지어 그의 집까지 찾아가 1:1 빙의 서비스를 도와주는데 의도치 않게 남자는 사별의 슬픔으 로부터 조금씩 빠져나와 그만뒀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잔을 다짜고자 찾아온 남자 아르망(질 를르슈). 미술품 딜러이자 앙투안의 친구인 그는 수잔에게 앙투안이 더크고 많은 그림을 그려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빙의를 연기해 달라고 말한다. 앙투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겠노라 하며.

<디 일렉트릭 키스>

귀여운 사기극을 시작으로 꼬여가는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디 일렉트릭 키스>는 1920년대 프랑스를 지배했던 죽음을 향한 공포와 (영적 활동으로라도 구현하고 싶은) 영생에 대한 욕망을 일상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영매 활동을 마치 종교의 대안인 것처럼 대등하게 비추는 과정은 모래 위에 쌓은 집, 거짓말로 증축된 사랑처럼 빈약하지만 신뢰하고 싶고 화려하지만 연약한 인간의 본심을 은유하기에 충분하다. 비극적 해설이 아닌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말장난 또한 서커스와 전기 키스, 유령강령회와 미술품 등 독특한 소재를 조화롭게 끌어안는다. 실제로 드뷔시 극장에서 이뤄진 개막작 상영은 영화제 초중반까지 흥미로운 아이디어에 힘입어 별사탕 굴러가듯 명랑한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스크루볼 코미디와 로맨스, 슬픔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예술가의 정체(停滯), 초자연과 서커스 이미지, 인류 보편적인 공포와 욕망 등 많은 것을 한자리에 쏟아내다 보니 궁극적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계속해 반복되는 죽은 아내를 기억하는 앙투안의 플래시백은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긴장감을 무력하게 꺼트릴 뿐이다. 이를 두고 칸영화제 현지에서는 “힘 빠지게 개막한다” (<할리우드 리포터>), “실제 일렉트로닉 불꽃은 없다”(<스크린 데일리>)는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제79회 칸영화제 개막작은 사랑스럽고 고전적인 프랑스식 코미디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느슨한 탄력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