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어인 딘 자린은 절대로 헬멧을 벗으면 안된다. 일명 만도라고 불리는 그는 제국군과 저항군이 치열하게 싸우던 과거 클론전쟁 시절 제국군에 부모를 잃었다. 이후 그를 받아준 건 강력한 신념과 규율에 맞춰 살아가는 만달로어인들이었고, 딘 자린은 이들을 따라서 명예롭게 사는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작은 영웅 그로구를 만나고나서부터 그의 인생 항로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로구 역시 전쟁의 여파로 제국군 잔당의 타깃이 되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현상금 사냥꾼이었던 딘 자린은 의뢰 대상이었던 그로구를 위험에서 지켜냈고, 이제는 그를 입양해 자신의 성을 내어주었다.
딘 자린과 딘 그로구의 기상천외한 모험담인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8개 에피소드씩 3개 시즌을 이어오면서 <스타워즈> 세계관이 흩뿌려놓은 수많은 설정과 단서를 모아 새롭게 설계하고 빈곳을 채워넣었다. 이들이 부활시킨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제다이 정신, 포스의 균형을 위한 모험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이제 이들의 남은 목표는 극장에서 사라져버린 과거의 팬덤과 새롭게 팬덤으로 유입될 미지의 젠지 세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존 패브로 감독이라면 무언가 다른 걸 보여주지 않을까.
지난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를 맞아 선공개된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의 20여분 분량의 도입부 시퀀스는 아래위로 꽉 찬 아이맥스 스크린 화면비를 활용한 액션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언제나 딘 자린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지명수배자를 검거해야 하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대개는 은하계 언저리를 떠돌면서 나쁜 짓을 일삼는 범죄자 무리를 대상으로 삼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그의 공격 대상은 신공화국 체제를 뒤흔드는 제국의 잔당이다. 일종의 해결사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세상 송사에 최대한 휘말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갈 길만 가던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이 여러 시즌을 거치면서, 특히 그로구를 만난 이후부터 정의로운 제다이 정신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좋은 변화다. 물론 소싯적 성격은 여전해서 수배 대상을 산 채로 검거하지만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하자마 시선을 압도하는 눈 덮인 설산, 그곳에서 제국군의 전용 무기였던 AT-AT에 맞서 만도가 마치 타잔처럼 거대한 기체를 자유자재로 타고 오르는 장면이 펼쳐진다. 영화는 아이맥스 스크린을 활용해 액션 장면에서 화면을 위아래로 펼쳐 보인다. 상황은 더욱 급박해지고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만도의 액션은 과감해지고 추위에 오돌오돌 떨며 콜록거리는 그로구는 마냥 귀엽다. 말 그대로 우주로 간 카우보이 그 자체다. 이 짧은 도입부 시퀀스만 보더라도 영화 전체가 어떤 액션으로 가득할지, 또 어떤 음악과 함께 리드미컬한 활극을 보여줄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들이 가는 길에 진지함 따윈 없다. 현상금 사냥꾼 만도가 어색하리만치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로 변모했다 할지라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가 선 위치가 신공화국군이고 제국군 잔당을 처리하는 명예로운 일이라는 것. 묘한 불일치에서 오는 쾌감이 영화 전체를 지배할 것이다. 옳은 신념을 갖고 펼쳐 보이는 수단은 가끔 삐그덕댈 수 있다. TV 시리즈에서는 한없이 약해 보이기만 했던 그로구가 포스의 힘을 조금씩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의외의 민첩함을 얻은 것 같다. 아주 잠깐 등장한 장면이지만 그로구 역시 만도를 도와서 굉장히 빠른 움직임을 선보이는 등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느껴진다. 존 패브로 감독 특유의 코믹한 터치가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을 거라 예상된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합류하는 뉴페이스가 등장하는데 바로 시고니 위버가 연기하는 워드 대령이다. 워드는 이어지는 시고니 위버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세하게 언급되지만, 만도와 그로구 일행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종의 내비게이터 같은 역할처럼 보인다. 만도와 그로구는 코인 장군을 찾아내라는 워드 대령의 지시를 받는데 안타깝게도 신공화국군은 코인 장군의 행적에 관해 아무런 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 그의 행방에 대해 아는 자라고는 현재로서는 헛족뿐이라는 설정. 그런데 과거 <스타워즈> 시리즈를 아는 팬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다. 만도가 헛족에게서 코인 장군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면 또 어딘가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자바 더 헛의 아들 로타 더 헛을 구해와야 한다. 다소 겹겹이 이어지는 복잡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미루어보건대 만도는 코인 장군을 붙잡아 신공화국군 앞에 데려오기까지 상당한 서브 미션을 수행해야 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수많은 행성을 오갈 것이며, 그때마다 새롭고 신선한 프로덕션디자인으로 꾸려진 행성의 비주얼과 그곳에 사는 새로운 종족, 새로운 괴수들과 맞설 것이다. 이 정도면 올드팬과 새로운 젠지 세대 모두를 만족시킬 대활극의 구성으로 손색이 없는 걸까. 지금으로서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이 옳은 길이길 응원하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