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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잘된 IP치고 금방 죽는 놈은 없다 - <신극장판 은혼: 요시와라 대염상> 소개

<은혼>은 가끔 가다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 꼭 알아두자

“SF+코미디+소년 만화”라고 소개했지만 <은혼>의 성질을 한마디로 설명할 순 없다(정의하기 곤란하다). 기본적으론 코미디에 기반한 주연들의 일상을 그리다가, 종종 <주간 소년 점프>의 소년물다운 액션이나 대규모 세력 다툼을 그리기도 한다. ‘시리어스편’이라 불리는 진지한 스토리 전개 중에도 특유의 고수위 개그(일본어로 ‘시모네타’(下ネタ)라고도 함)를 놓지 않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은혼>은 19세기 말, 일본의 에도 막부 말기에 서방 세력이 아니라 외계인이 찾아왔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천인’이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막부를 점령하고 에도를 지배한다. 이에 에도의 잔흔이라 할 수 있는 사무라이들이 반발하며 펼친 것이 ‘양이전쟁’이며, 주인공 사카타 긴토키는 ‘백야차’라 불리는 전설의 사무라이였다.

천인들의 본격적인 침략으로부터 20년이 흐른 뒤, 긴토키는 가부키초에 ‘해결사’ 사무실을 차려두고 한량처럼 생활 중이다. 여기에 아버지의 검술 도장을 계승하려는 소년 시무라 신파치, 우주의 전투 종족 ‘야토’이자 지구에 홀로 온 소녀 카구라가 합류하며 해결사 3인방이 완성된다. 이들은 천인으로부터 에도를 지키려 한다. 한편으로 에도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진선조(실제 에도시대 말기에 활동했던 준군사조직 ‘신선조’에서 따옴), 긴토키와 양이전쟁을 함께했던 사무라이 동료 카츠라 코타로, 다카스키 신스케 등도 이야기에 얽힌다. 어쨌든 <은혼>은 직접 보기 전엔 당최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에 일단 감상을 권한다!

<요시와라 대염상>은 알고 보면 더 즐겁다

<요시와라 대염상>은 원작 <은혼>의 초~중기쯤 연재됐던 ‘요시와라 염상편’을 골자로 한다. <은혼>의 메인 줄거리가 진행되는 ‘시리어스편’ 중 하나다. 천인의 권력으로 인해 지하로 밀려난 도시 ‘요시와라’가 배경이다. 유곽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야왕이라 불리는 ‘호우센’이 군림 중이다. 긴토키 일행이 요시와라 자경단 ‘백화’의 대장인 ‘츠쿠요’와 함께 호우센에 대적한다.

<요시와라 대염상>을 더 잘 즐기기 위한 첫 번째 사전 정보. 해결사 3인방의 카구라, 즉 야토 종족은 늘 우산을 들고 다닌다. 웬만한 무기보다 훨씬 튼튼한 내구성에 총도 발사되는데, 햇빛을 가리기 위한 목적도 크다. 야토족은 선천적으로 강인하지만, 햇빛 노출에 약하기 때문이다. 카구라의 아버지는 야토 중 가장 강한 ‘바다돌이’이며, 오빠 ‘카무이’도 있다. 둘째, 악의 세력으로는 우주 해적 하루사메가 있다. 이들은 무력으로 지구 등 여러 행성의 이익을 독점하고 있으며 호우센과 에도 막부 정권 역시 하루사메와 엮여 있다.

셋째, 진선조와 양이 세력(천인들을 몰아내고 현 에도 정권을 전복하려는 이들)의 관계도 알면 좋다. 곤도 이사오, 히지카타 토시로, 오키타 소고 등 진선조는 양이 세력을 잡아들이는 이들이다. 긴토키의 막역지우인 카츠라 코타로는 한 양이 일파의 수장이며, 그의 옆에는 오리(?) 모양의 탈을 쓰고 다니는 괴생명체 엘리자베스가 항상 함께한다.

잘된 IP치고 금방 죽는 놈은 없다

<요시와라 대염상>의 제작과 개봉은 <은혼> 팬뿐 아니라 극장 애니메이션 산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꽤 중요한 소식이다. 전술했듯 <요시와라 대염상>은 일반적인 총집편 애니메이션과 다르다. 총집편 애니메이션은 TV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를 거의 그대로 재편집해 극장 상영본으로 만드는 방식이지만, <요시와라 대염상>은 원작의 얼개만 따와 사실상 새로 만든 오리지널에 가깝다.

애니메이션의 완결이었던 <은혼 더 파이널>(2021)이 만들어진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꽤 위험성 높은 선택을 한 셈이다. <은혼>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의 작품이다. <주간 소년 점프>는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 등 최신작을 극장판으로 만드는 한편,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이미 완결된 작품을 리메이크하고도 있다. 작금의 관객들은 단지 새로운 것을 원할 뿐 아니라 검증된 무언가를 ‘함께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의 한 예시로, <요시와라 대염상>이 개봉을 맞아 특별히 준비한 행사는 만화 <은혼>의 초대 편집자이자 현재 <주간 소년 점프>의 미디어믹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오니시 고헤이 편집자의 내한이었다. 관객과의 대화 자리는 <은혼>의 팬들로 만석이었고, 이들은 <은혼>의 ‘떡밥’을 원하고 있었다. 즉 훌륭한 IP는 연재가 끝났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프로젝트로 팬들의 관심도만 지킬 수 있다면 영생을 얻을 수 있음을 <요시와라 대염상>이 입증하려는 것이다.

사진제공 에스엠지홀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