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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은혼>은 잊었을 줄 알았습니다⋯ - <은혼> 초대 편집자 오니시 고헤이 내한 GV 현장

5월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신극장판 은혼: 요시와라 대염상>(이하 <요시와라 대염상>) 편집자 내한 GV가 열렸다.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의 만화 <은혼>의 초대 편집자이자, 현재는 <주간 소년 점프>의 미디어 프로듀스실 실장으로 재직 중인 오니시 고헤이 편집자가 게스트로 초청됐다. <은혼>의 팬들 사이에서 오니시 편집자는 <은혼>의 또 다른 아버지로 불린다.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와 함께 <은혼>의 초기 세계관, 캐릭터 설정을 구상했고 <은혼> 속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20년 넘게 <은혼>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21세기 만화 중 최고의 흥행작인 <원피스>의 편집자를 맡고, <귀멸의 칼날>을 발굴하는 등 동시대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틀간의 대화 자리에서는 <요시와라 대염상>에 대한 감상은 물론이거니와 <은혼>연재 당시에 관한 다양한 비하인드, 만화가나 편집자를 꿈꾸는 이들을 향한 조언 등이 오갔다. <은혼>팬들이 모인 자리라서 아니나 다를까, 관객들의 기상천외한 질문도 이어졌다. 현장의 분위기를 바로 한번 살펴보자!

오니시 편집자는 먼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슈에이샤(<주간 소년 점프>를 발행하는 출판사인 집영사.-편집자)에서 온 오니시입니다. <은혼> 담당입니다. (중략) 잘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그는 <은혼>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가 한국 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발언은 객석에 꽤 큰 충격을 안겼다. 작중 주인공 중 한명인 카구라는 천인(외계인)이기에 서투른 일본어를 쓰면서, 문장 끝에 “~아루”(ある)를 붙이는 말버릇이 있다. 이에 소라치 작가는 “원래 카구라의 말버릇은 ‘~하무니다’였습니다만, 대사가 너무 길어진다며 바꾸라고 했던 것이 바로 이 오니시씨입니다. 여러분, 이 사람을 패줘야 하무니다!"라고 전했다. 카구라의 말투가 한국어였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연재 23년 만에 밝혀진 것이다. 이는 삽시간에 전 세계 <은혼> 팬들에게 퍼지며 화제를 불렀다.

오니시 편집자가 <요시와라 대염상>에 대해 언급한 첫째 강점은 화려한 액션신이었다. 최근 제작된 <귀멸의 칼날> 극장판 시리즈만큼 고퀄리티로 재구성된 <요시와라 대염상>의 작화를 강조한 것이다. “사실 여러분들이 요즘에는 <귀멸의 칼날>이라든지 <주술회전>이라든지 하는 쪽으로 다 넘어가고, <은혼>은 잊어버렸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번 극장판에 참여한 감독, 제작진들은 거의 젊은 분들이었기에 지금까지 <은혼>이 보여줬던 액션 중에서는 1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장난처럼 <귀멸의 칼날>을 언급했지만, <요시와라 대염상>을 보게 된다면 이것이 장난만은 아님을 오프닝 장면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굉장한 <은혼>식 장난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끝나고 단체 사진 촬영에 앞서, 진행자가 오니시 편집자에게 <은혼>을 대표할 만한 포즈를 부탁하자 그는 “주인공 긴토키가 코를 파는 포즈”를 택했다. 좌중의 폭소가 이어지는 한편, 오니시 편집자는 관객들이 정말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 뒤돌아 검수하며 편집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인생과 <은혼>은 재밌는 것!

베테랑 편집자로서 만화가나 편집자, 관련 업계 종사자를 소망하는 관객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만화가, 혹은 창작자를 지망하는 분이라면 결국 ‘내가 무엇을 독자에게 표현하고 싶은지’부터 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편집자란 단순히 만화 오타쿠가 되어서는 안되고, 작가와 독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필수”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은혼>의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객석은 폭소했다. <은혼>의 세계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개그와 장난, 알 수 없는 이야기 진행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오니시 편집자는 “인간이라든지 인생이라든지 결국은 재밌는 것이라는 마음을 소라치 작가가 전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읽고 있으면 굉장히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는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진중한 답변을 남겼다. 관객들은 긍정의 의미로 큰 박수를 건넸다.

“혹시 소라치 선생님은 <은혼> 스핀오프라든가 추가 에피소드 같은 것으로 돈을 더 벌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한 관객의 매우 직관적인 현장 질문에도 좌중의 폭소가 이어졌다. 오니시 편집자는 “소라치 선생님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여러분 덕분에 수익을 계속 올리고 있기에 금전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새롭게 시작한 연재(<2학년 B반 용사 디스트로이어즈>.-편집자)가 성공하지 않아 금전 문제가 발생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라는 답변을 건넸다. 더하여 그는 2일차의 단체 포즈로 <귀멸의 칼날> 속 혈귀 아카자의 대표 기술인 ‘파괴살 나침’ 자세를 정해 팬들을 또 웃게 했다. <은혼>은 워낙 다른 작품에 대한 패러디로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은혼>스러운’ 2일이었다.

사진제공 에스엠지홀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