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국내외 영화제를 열심히 다닌 관객이라면 손구용 감독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독립출판물 발행과 사진 작업을 병행하던 청년 손구용은 두편의 단편영화를 만든 후 시카고예술대학교에서 석사과정(영화영상뉴미디어)을 마쳤고, 지난 몇년간 세편의 장편영화를 내놓으며 영화제에서 고른 주목을 받았다. 손구용의 영화는 영화 매체에 관객이 기대할 법한 요소를 지워가며 한없이 투명해진다. 소리를 없애고, 대사를 들어내고, 내러티브를 거둔다. 그렇게 행장을 덜어낸 손구용의 영화는 서사가 아닌 서정의 갈래 위에서 소요한다. 이는 그가 시(詩)의 텍스트에 기반한 영화를 만들어서이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이 서정의 비평적 정의에 가까워서이기도 하다. 작품 외적 세계의 개입이 없이 이루어지는 세계의 자아화(<한국문학의 갈래 이론>, 조동일). 손구용은 인간적 시선의 개입을 최대한 경계하며 오직 포착 대상과 관객만이 세계 안에서 일치를 느끼도록 지금도 조용히, 오래 카메라를 든다.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는 과감한 시도로 한국 영화미학의 경계를 확장하는 손구용 감독을 올해의 ‘넥스트 시네아스트’로 호명했다. 무주 기행을 떠나기 이틀 전, <씨네21>이 손구용 감독에게 대화를 청했다. 그의 눈과 그의 뷰파인더에게 가장 익숙한 도시 서울에서.
*이어지는 글에서 손구용 감독과의 인터뷰와 그의 영화 5편 소개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