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구용 감독은 지금까지 다섯 작품의 단독 연출작을 세상에 공개했다. 아직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적은 없지만, 국내외 여러 영화제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그의 영화 5편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은 모두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산책> 2017년/20분
두 등장인물이 각각 서울의 작은 동네를 산책한다. 길을 잃은 남자(남경우)는 그림을 그리고, 길을 잃은 여자(정이서)는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반복과 대칭을 오가는 영화의 구조를 만들며 저마다 병진한다. 손구용 감독이 만든 첫 단편영화로 그의 이후 작품을 감상하는 데 주요한 단서로 기능한다. 스위스 비전뒤릴국제영화제 중·단편부문 경쟁부문 초청작.
<서울의 겨울> 2018년/25분
서울의 겨울, 매일 이어지는 흑백의 밤. 누군가는 여흥을 즐기고, 누군가는 노동을 하며 각자의 밤을 지새운다. 주인공 남자(남경우)는 글을 쓰기 위해 모텔에 기거한다. 한편 서울의 겨울밤은 계속된다.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의 텍스트를 느슨하게 각색한 작품이다. 손구용 감독의 두 번째 단편영화다.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아시아 커런츠 부문 초청작.
<오후 풍경> 2020년/73분
서울의 한낮, 모두가 각자의 일상을 살고 그 사이를 한 여자(노승현)가 가로지르며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동시(童詩)와 분필화가 인터타이틀 기능을 하는데, 손구용 감독이 직접 동시를 쓰고 함소연 작가가 그림과 글씨를 담당했다. 손구용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시카고예술대학 영화영상뉴미디어 전공 석사과정 졸업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아시아 커런츠 부문에 초청됐다.
<밤 산책> 2023년/65분
손구용 감독은 <오후 풍경>이 담았던 세검정 마을을 다시 한번 찾는다. 다만 이번엔 한낮이 아닌 한밤이고, 직접 쓴 동시가 아닌 조선조의 한시(漢詩)를 풍경 위로 얹는다. 사람조차 등장하지 않는 영화엔 소리마저 없다. 오로지 밤의 정취와 시구의 고적함이 영화를 채운다. 2023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가졌고 그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특별부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공원에서> 2024년/86분
오후 2시의 공원. 여자(김서휘)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남자(남경우)는 근방을 서성인다. 이들이 각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공원은 작은 움직임이 모여 분주해진다. 분수대에선 물이 솟구치고, 새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고양이는 얼굴을 부비고, 나비는 꽃에 내려앉는다. 오규원 시인의 시 <뜰의 호흡>을 각색한 작품으로, 감독의 이전작처럼 고정된 카메라가 빛과 풍경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