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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난민들의 축제’ 난민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그리고 사람들 - 제10회 난민영화제와 DFF 지원작 <피난의 동지들>

매년 6월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올해 10회를 맞은 난민영화제도 이즈음 열린다. 지난 6월17일 개막한 난민영화제는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전세계 난민과 한국 관객을 연결시키는 장이었다. 기니 난민을 그려 칸영화제 3관왕에 오른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시리아 난민 가족을 담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푸른 장벽>이 난민영화제의 스크린에 빛으로 맺혔다. 미얀마 난민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보이지 않는 창살, 하나의 라이터>도 이번 영화제에서 공개됐는데 난민영화제가 제작을 지원한 작품이다.

올해 난민영화제에서는 단편영화도 상영됐다. 40분 분량의 <피난의 동지들>은 시리아 난민 하산 카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영화다. 하산 카탄 감독은 시리아 내전 당시 카메라를 들고 내전의 참상을 기록하고 외부에 전하는 역할을 해온 ‘알레포 미디어 센터’의 공동 창립자이며,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영화 <하얀 헬멧>의 촬영감독이다. 그가 나고 자란 알레포는 내전 당시 가장 격렬하게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에 맞선 격전지였고, 그는 폭탄 소리가 나면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뛰어가는 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이자 영화인이었다. 2016년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격렬한 공습 끝에 알레포를 장악했고, 카탄 감독은 알레포를 떠나야 했다. 이번에 공개된 <피난의 동지들>은 알레포를 떠난 그가 함께 알레포 미디어 센터 활동을 한 친구 패디와 영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10개월 넘게 영국 정부가 제공하는 낡은 호텔에 머물며 겪은 일들을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기록한 결과물이다.

<피난의 동지들>은 기다림으로 숨 막히는 영국에서의 시간 사이사이에 2011년 ‘아랍의 봄’ 물결, 2014년 폭격을 받아 폐허가 된 알레포, 2023년 이주해 살았지만 대지진으로 무너져내린 튀르키예를 기록한,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푸티지들을 불쑥 틈입시킨다. 일상 속에서 트라우마를 안긴 순간과 이미지들이 불쑥 떠오르듯이. 이날 행사에는 영화가 끝난 다음 연출자의 영상 메시지도 공개됐다. 카탄 감독은 “누구도 난민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영화를 통해 난민이란 단어 너머에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피난의 동지들>은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이하 로테르담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다. 로테르담영화제는 창립자의 이름을 딴 제작 지원 펀드인 휘베르트 발스 펀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유엔난민기구 글로벌 친선 대사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협력해 난민을 다루는 단편영화를 제작 지원하는 디스플레이스먼트 필름 펀드(Displacement Film Fund, 이하 DFF)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난민 지원 활동을 해오던 유니클로는 DFF 설립 파트너로 참여해 펀드에 10만유로(약 1억7천만원)를 지원했다. DFF는 지원작에 10만유로를 지원하고 있는데, DFF 출범으로 완성된 첫 제작 지원작은 <피난의 동지들>을 포함해 총 5편이다. 그중에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만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작품 <물의 감각>도 있다.

이날 행사에는 DFF 운용 총괄이자 로테르담영화제 운영 총괄인 클레어 스튜어트와 유니클로 지속가능경영 부문 총괄이자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를 제작한 야나이 코지가 참석했다. 클레어 스튜어트 총괄은 “DFF는 경력이 있는 감독들을 지원한다. 단편으로 스토리텔링을 응축할 수 있어야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신속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감독을 지원한다. 지원작을 선정하는 선정위원회에는 ‘007 시리즈’의 제작자인 바버라 브로콜리도 함께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난민 소재의 영화가 주류로 향하기 위해서 장르가 다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함께 선정된 <슈퍼 아프간 체육관>은 코미디영화다. 10만유로의 제작 지원금을 지원받으려면 시놉시스와 기획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주고 개입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야나이 코지 총괄은 “유니클로는 지난 20년간 난민을 지원해왔다. 긴급보호물품을 전달하고 의류를 전달하며, 교육을 통해 자립성을 제고하고 난민을 채용해왔다. 그러다 2023년 제2회 글로벌 난민포럼에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만났다. 우리는 공통적으로 난민 중에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영화인, 예술가 등이 있는데 그들의 삶이 조망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을 조망하기 위해 DFF를 발족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DFF 지원작 영화 5편이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됐을 때 관객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영화를 통해 뛰어난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극장의 분위기 또한 감동적이었다”라면서 “난민영화를 통해 인식이 바뀌면 세계도 바뀌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하산 카탄 감독의 <피난의 동지들>은 40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1970년대부터 이어진 알아사드 가문의 독재와 반세기 넘는 통치가 무너지는 순간 환호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카탄 감독처럼 카메라를 들고 난민에 관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난민영화제와 DFF는 바로 그런 이들을 환대하기 위해 존재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새로운 DFF 지원작이 발표됐으며, 리티 판, 모 아메르, 안네마리 자시르 등 선정된 감독들의 단편영화는 내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