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지원한 계기는.
평소 글 읽는 것을 좋아해 다양한 칼럼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한 영화 비평글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전까지 영화를 단순한 오락으로만 여겼는데, 프레임 단위로 쪼개어 치밀하게 분석되는 것을 보고 영화가 훌륭한 예술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부터 영화에 푹 빠지게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 말쯤 연극영화학과 진학으로 진로를 틀어 네오르네상스전형에 지원했다.
- 네오르네상스전형을 준비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내 생활기록부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에 집중했다. 기존의 문학과 언어에 집중되어 있던 활동들에 영화를 접목해 탐구하는 내용을 섞어 넣으려고 노력했다. 1차 합격 후 높은 경쟁률 때문에 겁먹기도 했지만, 실제 면접은 무척 편안했다. 자신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들어간다면 대화하듯 면접을 치를 수 있는 분위기였다.
- 입학 당시부터 영화 연출이라는 진로를 염두에 두었나.
수시로 입학하는 동기들을 보면 처음부터 연출을 지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였다. 주변에 방송이나 영화를 아는 지인이 없어서, 영화가 배급되거나 제작되는 실질적인 프로세스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일단 학과에 들어가서 직접 부딪혀보자’는 마음이 컸다. 연출이든 무엇이든 일단 과에 들어가서 다방면으로 경험해보고 영화제작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한 뒤에 내 길을 정하겠다고 생각했다.
- 입학 후 본격적으로 진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 커리큘럼이 있다면.
남기훈 교수님이 지도해주신 ‘현대 영화 연구’ 수업이 가장 인상 깊었다. 누벨바그부터 21세기 현대영화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인 변화 과정을 다루며, 영화가 왜 이렇게 변화했는지, 고전영화와의 차이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수업이었다. 영화이론 공부의 단초를 마련해준 수업이자, 이론에 입각해 영화의 진짜 매력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몰입해서 활발하게 토론하는 수업 환경이 좋았다.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훗날 대학 강단에 서서 영화를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이론을 나누고 그들의 새로운 비전을 듣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처음으로 품게 되었다.
- 다변화하는 미디어 환경만큼이나 학생들의 관심사도 다양할 텐데.
최근에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과 협업해 뮤직비디오를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 역시 그 작업에 참여했는데, 흥미를 느껴 아예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진로를 정한 동기들도 있다. 또 학과에 영화 사운드와 음악 제작을 배우는 ‘사운드 프로덕션’ 수업이 있는데, 그 영향을 받아 영화 음악가를 꿈꾸거나 촬영기술 등 전문 스태프의 길을 걷고자 하는 친구들도 있다. 휴학 후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꾸준히 스태프로 일하는 친구도 있다. 이처럼 각자의 흥미와 재능에 맞춰 진로의 폭을 다양하고 자유롭게 넓혀가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