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집행위원장이 조우진 배우를 올해의 홍보대사로 초빙했다. 영화제의 얼굴이 되기로 결심한 과정이 궁금하다.
조우진 예전에는 특수영상이 그냥 “미래 기술”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AI라는 신기술까지 등장하면서 특수영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거형이자 현재형이자 미래형이 됐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AI 작업자들도 만나서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여쭤보기도 했다.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 흐름을 파악하고,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까를 늘 고민한다. 게다가 기술에 직접 종사하는 아티스트들의 노고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에 연기상까지 있다더라. 현재를 읽으며 규모를 키워가는 영화제라는 얘기를 듣고 큰 고민 없이 “할게요”라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좋은 공부의 장이 될 것 같았다.
김성훈 올해 집행위원장 2년째인데 지난해에는나 역시 촬영 중이었던지라 정신없이 지나갔다. 두 번째를 맞이하면서 이 영화제의 의미를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 그러려면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홍보대사가 있었으면 했다. 단순히 이름만 거는 게아니라 마음으로 맡아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제안했고, 예상대로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가 하고 있는 특수영상이라는 파트가 대중에게 조금 더친숙하게 다가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창조하는 일
- 두분 다 현업의 최전선에서 영상기술들을 접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게 있다” 정도였는데 지금은 몇 개월 단위로 달라지는게 실시간으로 체감된다. 과거 작업과 최근 작업 사이에 크게 바뀐 지점이 있나.
김성훈 오늘 이 시점에서 얘기하면 AI를 꼽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은 한참 멀었다. (웃음) 하지만 “엄청나게 바뀔 것 같은데”라는 예감이 지금처럼 크게 든 적은 없었다. 문제는 분야마다 원하는 결괏값이 다르다는 거다. 제작쪽은 비용 절감을 원하고 감독이나 배우는 어떻게 더 좋은 퀄리티를 가져올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업체는 효용과 이익을 본다. 관심사가 조금씩 다르니 그게 얼마나 조화롭게 모이느냐가 중요하다. 발전만큼 중요한 게적용과 연결이다. 10%, 20%, 30%씩 기술적 진화가 있을 때마다 지금 있는 것과 어떻게 링크시킬 것인가, 매뉴얼을 지금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조우진 한때 우스갯소리로 배우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AI가, 특수영상 기술이 너무 발전해서 우리보다 연기를 잘하면 어떡하지”라는 말들이 돌았다. 농담에 불과했고 나도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다. 물론 아직은 여러모로 시기상조다. 연기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작업인 만큼 감성이 담긴 표정과 말, 호흡 같은 것들이 관객에게 100% 가닿는 실감이 중요하다. 요즘 매니지먼트쪽에서도 고민이 많은데 특히 IP, 지적재산권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이 오가고 있다.
김성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술이라 도대체 어디까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정립해가는 기간이다. 지금이 딱 그 과정에 있다. 조우진 지난해 AI 단편 공모전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AI를 포함해 모든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 반감은 전혀 없다. 제작 측면에서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거다. 그래도 결국그 기술은 사람이 다루는 도구의 범주를 벗어나선 안된다고 본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사용자의 편의성보다는 효율성을 좇는 것, 그게 아티스트가 기술을 대하는 태도이자 덕목이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조우진 배우는 <외계+인>에서는 도술 부리는 신선 ‘청운’을 연기했다. CG 캐릭터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들이 많았을 텐데, 완성본을 봤을 때현장과의 차이를 실감한 적도 있었나.
조우진 처음에는 ‘현타’도 많이 왔다. 허공에서 혼자 열심히 연기하다보니 감정 소모가 많더라. 그 와중에 모니터로 보는 감독님은 대부분 내가 느낀 것보다 더한 감정과 상상력을 요구하셨고. (웃음) 그런데 찍고 나서 결과물을 보면서 깨달은게 있다. 아, 이건 결국 우리 모두 함께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구나. 결국 특수영상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기술이다. 반대로 창작자는 상상력의 폭을 확 넓혀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얘기하자면 지금은 몸과 마음이 더 넓어졌다. 움직임이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대응하는 사람도 달라져야 한다. 무대연기와 매체연기가 다른 것처럼 또 다른 분야의 연기 영역이 확장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앞에 뭐가 있든 없든 텍스트가 갖고 있는 감성만큼은 정확하게, 진실되게 보여주려고 하는 게 배우가 져야 할 몫이다.
김성훈 과거에도 미래에도 사람의 감정은 똑같다. 변하는 건 상황이다. 그게 중요한 포인트다. 기술은 감정의 영역을 창조하지 않는다. 다만 더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줄 뿐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환경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앞에서 리액션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까지 생각하면서 만들어나가야 하니까. 조우진 그래서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현장일수록 감독과의 소통이 더 소중하다. (웃음) 나는 아직도 <아이언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슈트 안에서 얼굴만 나올 때를 떠올린다. 감정의 가짓수와 폭을 얼굴 하나로 해내는데, 그때 받은 영감이 크다. 혹시 기술적인 측면 때문에 벽에 부딪힌다 싶으면 그의 연기를 다시 보고 힘을 받아서 시도한다.
- 그런 만큼 프리프로덕션 단계가 더 중요해지는것 같다. 김성훈 감독의 <창궐>에서 ‘야귀 떼’를 만들 때 특수분장을 한 배우들이 엄청나게 뛰어야 했는데, 지금은 그걸 기술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기술에는 어떤 변화가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가.
김성훈 편해진 부분이 있고 일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 물리적으로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구현할 방법이 생겼다는 건 가능성이 늘어나는 일이니 즐겁다. 하지만 여전히 디테일에 차이가 있고 그걸 메우는 게아직은 쉽지 않다. 얘기한 대로 사전 단계의 설계가 훨씬 치밀하고 복잡해졌다. 상상을더 정확하게 해야 그걸 정확하게 재현할수 있기 때문에 막연한 부분을 남겨놓을수 없다. 기본적으로는 “상상하면 만들 수있다”라는 기대와 설렘이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함께한다. 결국은 돌고 돌아 사람의 일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능성이 많아질수록 그걸 채워넣어야 할 사람의 자리와 연결, 소통이 중요해진다. 공유와 체험으로서의 특수영상 8회를 맞은 대전특수영상영화제의 가장 큰목적이 특수영상이라는 영역을 알리고 벽을 낮추는 일이다. 영화제를 통해 강조하거나 알리고 싶은 바가 있다면. 김성훈 우선 이 영화제가 교류와 만남의 장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특수영상 종사자들이 프라이드를 가지고 확인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달려왔고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다음 걸음으로 일반 관객들에게 알리고 확장하는 단계에 와있다. 1인 미디어 시대인 만큼 무엇이든 할 수있는 것들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그래서 재미있는 영화제였으면 좋겠다. 사실 특수영상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고 다른 영역처럼 다가온다. 범위가 넓어 막연하다는 느낌도 있고. 그 문턱을 낮추고 범주를 선명하게 인식시키는 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조우진 100% 공감한다. 기존 영화제들이 관람 문화가 있는 영화제였다면 대전특수영상영화제는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여 체험에 이르는 영화제였으면 좋겠다. 오늘날 특수영상은 종사자나 아티스트만이 기술을 다루는 게 아니다.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기술을 접하고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벽을 낮추고 경계를 허문 다음 서로 공유하고 체험하는 커뮤니티가 이미 있다. 그 커뮤니티에 방향타를 제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더 발전하지 않을까 한다. 특수영상뿐 아니라 콘텐츠 전체가 이 영화제로 말미암아 퀄리티가 높게,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사실 홍보대사는 처음이다. 뜻깊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 집행위원장 2년차다. 올해 달라진 점과 좀더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김성훈 지난해 처음 맡았을 때는 “특수영상영화제는 좋은 거니까 여기에 여러 가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접근했던것 같다. 막상 겪어보니 특수영상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지? 어떻게 알려야 하지? 어떻게 공유해야 하지? 참여하는 우리 스태프들에게는 어떤 자리가 되어야 하지? 등 나 스스로 질문이 많아졌다. 정해진 예산이 있으니 올해는 우리가 할 수있는 것에 집중하고 한발 한발 나아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를 들어 단편영화 프로그램은 완전한 전문가가 아니라 이제막 시작하는 분들이 자신의 상상을 어떻게 펼치는지 보여주고, 그걸 관객들이 와서 함께 보고 느낌을 나누는 자리로 만들려고 한다. 어워즈도 막연한 화려함보다는 그분들의 작업과 노력, 그 과정 자체를 사람들에게 오픈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했다. 엄청나게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겠다.
- 올해 어워즈의 형식적 변화가 눈에 띈다. 시상식 오프닝 영상을 화려한 CG 대신 그장면을 만든 사람들의 작업실 풍경을 담은 메이킹 필름으로 만들고, 레드카펫도 배우와 기술 파트 수상자들이 교차로 입장한다. 그런 디테일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김성훈 지난해에 보니까 레드카펫을 해도 정작 중요한 기술진이 들어올 때는 아무도 관심을안 갖고 그냥 지나치더라. 그분들을 위한 자리인데 그렇게 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말그대로 참여한 모든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 영광스러운 자리,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 일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전달하는 게 가장큰 목적이다. 그만큼 앞으로 더 기대하고더 나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그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우진 개막식 전체가 또 다른 엔딩크레딧처럼쫙 펼쳐지는 느낌, 참 좋을 것 같다. 특수영상과 미술을 다루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좋은 결과물로 서로 만나는 과정도 좋지만 이런 영화제와 시상식을 통해 그들의 긍지와 보람을 자세히 알아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영화계가 많이 어려운데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이런 자리에 목소리를 보탤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사회를 볼 생각을 하니 긴장되고 떨리지만 열심히 임하겠다. 레드카펫과 시상식은 9월17일 오후 6시부터 네이버 치지직 진흥원 계정, 대전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