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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별관의 스크린쿼터 적용에 변화가 필요하다

1368명 응답자 중절반 이상이 적용 일수와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영화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불러 모은 지금도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며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암표상 탓에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이하 용아맥) 티켓도 여전히 ‘당근’을 기웃거려야 한다. 용아맥 에서 <오디세이>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건 더 아쉽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때문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영화관은 한국영화를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1 이상 틀어야 한다. 휴일 없이 365일 운영한다면 최소 73일은 무조건 한국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특별관도 예외는 아니다. 9월14일 현재 기준으로, 용아맥은 한국영화를 35일 틀었다. 12월 마지막 날까지 38일을 더 틀어야 한다. 스크린쿼터가 때 아닌 극장가의 화제가 된 것도 ‘존버’해도 <오디세이>를 용아맥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씨네21>은 이참에 달라진 영화관 특별관의 이용 행태와 스크린쿼터 적용에 관한 관객들의 의견을 들어 보기 위해 지난 9월10일부터 13일까지 SNS 를 통해 설문조사 ‘영화관 특별관, 얼마나 이용 하고 계신가요?’를 진행했다. 나흘만에 무려 1368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의 결론은 꽤 흥미진진하다.

특별관에도 스크린쿼터를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4%에 그쳐

극장에서 특별관은 더 이상 소수의 마니아만 이용하는 특별한 상영관이 아니다. 전체 응답자의 85.6%가 최근 1년 동안 특별관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이중에서 36.4%가 무려 10번 이상 특별관을 이용했다. 이들이 기술 · 포맷형 특별관에서 감상할 영화를 고르는 주요한 기준은 ‘해당 상영관의 기술적 특성에 적합한 영화인지 여부’(71.4%)였다. <오디세이>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니 아이맥스관에서 봐야 하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는 기획 단계에서 스크린X를 겨냥해 제작한 만큼 스크린X관에서 3면으로 감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별관에서 ‘높은 몰입감과 생동감을 경험하고 싶다’(69.6%)는 의견도 많았다. 일반관보다 추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안방에서 경험할 수 없는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스크린 크기로 개봉작을 감상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특별관은 일반 상영관보다 숫자가 훨씬 적다. 표 예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응답자의 상당수(68.8%)가 보고 싶은 영화의 특별관 상영이 종료됐거나 좌석을 구하지 못해 관람하지 못했다. 이 경우는 달리 방법이 없다. 같은 영화를 일반관에서 관람(52.8%)하거나, 다른 영화관이나 다른 지역의 특별관을 찾아가서 보거나(23.5%).

최근 극장가에서 스크린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특별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기다린다고 해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다. 특별관 수요가 높은 시장상황에서 스크린쿼터를 채우기 위해 특별관 포맷에 맞게 제작한 영화를 내리는 대신 일반 2D 한국영화를 상영한 사례는 더러 있었다. 지난 2021년 일부 장면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듄> 개봉 당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은 한국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가 용아맥에서 상영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인터스텔라>(2014) 또한 2014년 연말에 한국 다큐멘터리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아이맥스관을 내준 바있다.

2023년에는 한국영화 <달짝지근해: 7510>과 <타켓>이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에 편성되기도 했다. 당시 코엑스 돌비시네마 역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울트라 와이드스크린과 돌비애트모스 등을 갖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슈퍼플렉스에서 상영한 바 있다. 특별관 또한 일반관과 동일한 스크린쿼터를 적용받으면서 전용 포맷이 아닌 한국영화를 상영해 의무상영일수를 채운 셈이다. 올해도 연말에 <듄: 파트3>와 <어벤져스: 둠스데이> 같은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38일 동안 한국영화를 틀어야 한다.

이같은 사례가 해마다 반복돼 응답자의 대부분이 스크린쿼터를 잘 알거나(61.3%), 들어본 적이 있다(32.5%). 많은 응답자가 기술 · 포맷형 특별관의 상영작을 결정할 때 ‘해당 상영관의 기술적 특성에 적합한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한 만큼 스크린쿼터 또한 특별관 포맷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관 포맷으로 제작 · 변환된 한국영화가 있을 때만 스크린쿼터를 적용(34.1%)하거나 특별관은 스크린쿼터 적용 대상에서 제외(25.1%)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특별관에도 스크린쿼터를 적용하되, 특별관 상황에 맞는 일수나 방식을 조정(22.2%)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특별관 스크린쿼터를 현행 그대로 적용(10.5%)하거나 더 엄격하게 적용(3.9%)해야 한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이 응답은 특별관에서는 한국영화를 보호하지 말자는 의견은 결코 아니다. 특별관 포맷으로 제작된 한국영화에 별도의 상영 기회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54.3%)이고, 반대는 19.2%에 불과했다. 일반 2D 한국영화를 스크린쿼터를 채우기 위해 아이맥스나 돌비관 같은 특별관에서 상영하는 방식 말고, 특별관 포맷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한국영화가 있다면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 가깝다. 올여름에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개봉 당시 스크린X, 4DX, 아이맥스, 돌비애트모스 등 여러 포맷의 특별관에서 상영했고, 개봉 첫주 스크린X와 4DX에서 각각 40%에 달하는 객석률을 기록했던 것처럼 말이다(특히 스크린X와 4DX 통합관에서는 50%가 넘는 객석률을 기록했다.-편집자).

기술 포맷에 맞는 영화를 트는 것이 기본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를 직배사 외화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모태펀드와 함께 한국영화가 산업적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의 상영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스크린쿼터의 취지와 달라진 관객 수요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영화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 제작자는 “지금은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한국영화가 없고, 한국영화 제작 편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관객 수요가 많은 아이맥스관 같은 특별관에 한정해 스크린쿼터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집계 기준을 상영관이 아닌 사이트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상영관마다 일반관, 특별관으로 세분화되었고, 영화가 다양한 포맷으로 제작되고 있는 데다가 특별관을 이용하는 관객들이 많아지는 만큼 스크린쿼터를 극장 지점 기준으로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봤으면 좋겠다”며 “가령 아이맥스관에서 한국영화를 틀지 못한 일수만큼 일반관에서 더 상영하게 하면, 지금과 같은 스크린독과점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스크린쿼터를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현실적으로 아이맥스 포맷으로 상영할 한국영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맥스관에서조차 스크린쿼터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며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할리우드영화와 경쟁하는 불공정한 링에서 최소한의 자국 영화 보호장치임을 감안하면 원칙적으로 지금과 같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말대로 실제로 특별관 포맷으로 제작된 한국영화는 많지 않다. 특별관 버전으로 추가로 제작하는 데 비용이 들고, 특별관 숫자가 아직은 많지 않는 데다가 블록버스터나 공연 실황같은 특별관에서 볼 이유가 있는 장르가 아니라면 굳이 만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스크린쿼터 적용과 관련한 의견이 분분 하지만, 한국영화든, 외화든 특별관 기술 포맷에 맞는 영화가 상영되어야 한다는 관객의 목소리가 많은 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 수요와 달라진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을 반영한 스크린쿼터 기준 설정이 논의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