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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적절한 개정의 필요

미래를 위해 스크린쿼터 개정 목표 수립할 때 -한국영화 상영 촉진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언들

한국영화의 의무상영, 일명 스크린쿼터가 제정된 지 60년이 지났다. 한국영화의 위상도 상영 환경도 당시와 천양지차다. 과거 스크린쿼터는 영화관이라는 건물 단위에 적용 되었다. 영화인들이 조직한 스크린쿼터감시단(1993)이 편법 상영을 살펴야 했던 때 이야기다. 현재는 ‘스크린쿼터’라는 이름처럼 상영관 단위로 계산한다. 2000년 전후 형성된 멀티플렉스 체제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04)으로 상영 질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스크린쿼터는 불변의 규제가 아니다.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이하 용아맥)의 <오디세이> 상영이 연일 매진이다. 스크린쿼터 준수를 위해 용아맥 상영을 마쳐야 한다는 영화관측 푸념이 들려온다. 이참에 상영관 아닌 영화관으로 산정 단위를 바꾸 자는 의견도 있다. 일면 일리 있다. 동시에 스크 린독과점 현상을 “수요에 따른 공급”이라던 영화관측 주장이 떠오른다. 스크린독과점은 대형 상업영화에 대한 편애를 자극하고, 상영의 다양성과 관객의 선택 자유를 침해하며, 결과적으로 영화 애호가의 성장을 막아 시장의 안정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 세계 영화 선진국 중 어떤 나라도 스크린독과점을 활용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디세이> 매진은 용아맥에 한정된, 극히 드문 사례다. 아이맥스사의 마케팅과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라는 스크린독과점 시대의 개념이 SNS/중고거래사이트와 결합해 형성한 포모(Fear Of Missing Out, 대중이 즐기는 경험에서 소외될까 두려워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2025년 전국 특별관 수는 1232개다. 이중 전용 상영관이 필요한 아이맥스, 4D, 스크린X 등 일명 ‘영상&효과 특화관’은 107개에 그친다. 특별관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급 좌석용 영화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들 영상&효과 특화관에서도 일반 영화를 틀 수 있다. 관객은 스크린쿼터 덕분에 한국영화를 용아맥 같은 대형 상영관에서 매년 최소 73일 동안 볼수 있는 셈이다.

스크린쿼터는 외화보다 못한 한국영화를 관객과 영화관이 외면했던 군사정권기에 태어났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과반이고 자생 가능한 시장 규모도 구축한 지금이다. 오히려 ‘천만 관객 영화’로 대표되는 대형 흥행작에 치우친 시장 질서가 더 큰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개봉을 포기하자 글로벌 OTT의 장악력은 커지고 영화관 시장은반 토막났다. 관객이 줄자 한국영화 투자와 제작 편수도 급감했다. 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 보호 육성의 상징과 같은 제도다. 미래를 위해 적절한 개정 목표 수립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다양한 한국영화의 상영을 보장함으로써 폭넓고 깊은 안목을 가진 영화 애호가를 양성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영화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청사진은 어떤가. 의무상영을 스크린 아닌 영화관 단위로 적용하되, 좌석 점유율과 산정계 수를 접목하는 방법이 있다. 영화관의 ‘전체 좌석수 * 상영일수 * 상영횟수’에 해당하는 총가동 상영자원 중 20%(현행 73일과 동일 비중)가 의무상영 기준이다. 여기에 프라임타임에 1.0 보다 큰 산정계수를, 조조나 심야에는 1.0보다 작은 산정계수를 적용하면 비인기 시간에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꼼수를 막을 수 있다.

상영 촉진과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는 방법론도 있다. 상영영화, 성/비수기, 상영요일의 특성을 고려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저예산 독립예술영화에는 산정계수 1.5를, 해당 상영관의 5년 관객수 평균보다 높거나 낮은 기간/요일의 경우, 그에 상응하는 산정계수를 부여하면 된다. 추석 연휴 주말 관객수가 연간 평균보다 2배 많다면, 이 시기 상영한 저예산 독립예술 한국영화의 의무상영일수는 1일이 아닌 3일이 된다. 기존 지원정책과 연계하는 방식도 효과적일 수 있다. 과거 모태펀드 지원 영화에 홀드백 의무를 부과한 시도처럼,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사업 수혜 작품에 1.0보다 큰 산정계 수를 부여하면 투자나 배급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영화관이 문화적 · 경제적 · 사회적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한국 · 프랑스 정상이 지난 9월7일 발표한 뤼미에르 선언문의 일부다.